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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 - 위험정보 독해력, 불량지식 해독력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저는 무척 오래전부터 식품이나 영양, 건강 같은 것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제 나이에서 10년을 빼면 남는 세월만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남들은 지금 제 나이 때부터 관심이 급증한다던데 저는 오히려 관심이 줄었습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TV나 인터넷에서 떠드는 이야기엔 거의 귀를 닫았다고 해야 옳을 거예요. 책으로는 꾸준히 찾는 걸 보면요. 그렇게 귀를 닫고 있어도 아마씨가, 퀴노아가, 렌틸콩이, 병아리콩이 어쩌고 하는 소리가 들리는걸, 굳이 찾아가며 볼 필요가 없어요. TV나 인터넷에서 하는 이야기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멀리하는 것인데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정부 시책에 따라 떠들어대는 학자, 남들과 다른 견해를 과장되게 말함으로써 인기를 먹고사는 이른바 쇼 닥터 같은 이들이 꼴보기 싫은 것도 있지만, 어떤 식품이 좋다는 이야기만 나오면 가격이 급상승하는 걸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현미 같은 경우, 지금은 가격이 많이 안정화되었지만, 백미는 몸을 망치고 현미가 좋다는 것이 이슈가 되자 현미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백미보다 도정 공정이 적은데 - 겨만 벗겨낸 것이 아닌가! - 도 말인데요. 가장 겉층에 있는 잔류 농약은 어쩔 셈인지. 유기농이 아닌 다음에야 농약 걱정을 안 할 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유기농은 괜찮을까요. 약을 쓰지 않고 기르는 데에는 오리나 다슬기 같은 친환경 방법이 사용되고 농부의 수고로움도 훨씬 클 테지만 식물 자체(벼)도 살아남기 위해 많은 피토케미컬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이 반드시 인간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현미의 이로움을 주장한 학자조차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겁니다. 100% 안전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장이 약하면서 치아도 약한 사람은 현미밥이 잘 맞지 않습니다. 어차피 쌀에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다 채우지 못하므로 귀리나 보리 같은 다른 곡류를 섞어 밥을 짓는 것이 훨씬 맛도 좋고 영양 밸런스도 좋습니다.
예를 든다는 것이 무척 길어지고 말았네요. 하지만 저건 단적인 예일뿐입니다. 지구 상의 인구 중 많은 (70~90%) 사람들이 대부분 15종의 곡류와 5종의 육류만을 섭취(기타 채소, 어패류는 따로 두도록 하고) 하는데, 옥수수를 많이 먹거나 밥을 많이 먹는다고 큰일 나는 것처럼 떠드는 현대에선 먹거리에 대해 현명하게 식탁을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기 좋고 친환경 식자재가 많은 제주가 성인병, 비만율 전국 1위라는 건 상상과 현실에 괴리가 있다는 이야기 일지도 모릅니다. 누구보다도 영양이나 식품군에 관심이 있는 저조차 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식까지 비만이거든요.
식품 선택에 관심이 많은 나머지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무언가가 TV에 등장했다고 해서 찾아다니며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당근조차 과량 섭취하면 간 기능에 과부하가 걸려 사망할 수 있는데 여타 다른 음식 - 게다가 약효가 있는 (혹은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오죽하겠습니까. 적당히 지혜롭게 경제적인 면도 고려하며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옳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첨가물, 가공식품 없는 세상에서는 살기 글렀는데 TV나 인터넷의 정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줏대를 단단히 세워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이라는 책을 읽어봅시다.
이 책에는 식품에 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고 앞으로 흘러들어 올 것들에 대한 판별을 할 수 있도록 논리적인 문장으로 고정관념을 깨부숩니다.
하지만 주의합시다. 혹시 이 책 역시 한쪽으로 치우친 건 아닌가 의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불안감을 전도하는 마케터나 쇼 닥터를 비난하면서 이 책 역시 '믿을 만한 정보가 없다는 불안감'을 전도하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남들과 다른 이야기로 주목을 받으려 한다는 관점에서는 그들 - 마케터, 쇼 닥터, 일부 학자 -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식품 공학과 영양학, 의약학, 마케팅에 대해 두루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자가 그 모든 것들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 역시 문헌이나 자료를 자신의 판단으로 수용 혹은 배제하며 지식과 이론으로 삼은 것이 아닌가요. 그러니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 후에도 옳다고 생각한다면 그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제발 휘둘리는 것은 이제 그만.
선동은 문장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반박하려고 하면 이미 사람들은 선동당해있다 - 괴벨스 (p.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