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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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릴러, 액션, 피카레스크 장르 소설입니다.

뛰어난 두뇌와 그릇된 인식 그리고 치밀한 계획으로 그가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손에 넣고야 마는 대도 라일리 울프의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저자인 제프 린지는 소시오패스인 덱스터 모건을 주인공으로 하여 악에 맞서는 독특한 히어로를 탄생시킨 바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에서는 과연 어떤 스타일의 대도 라일리 울프를 창조해 내었을까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분명 매력이 철철 넘치는 타입일 거라는 것만은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라일리 울프는 지금까지 아무도 그의 본모습을 본 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변장술의 귀재인데다가 도서관을 통째로 외워버린 듯한 지식, 그리고 수려한 말솜씨를 갖춘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지역별 말투 구사도 능숙하여 때로는 그를 영국인이라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그는 내슈빌 인근 어딘가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마치 영웅과도 같았던 아버지는 그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는데요, 결국 다단계 사기의 피의자로서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지만 라일리의 입장에서는 부자들이 그를 괴롭혔기에 죽었다는 개념이 생겨버리게 됩니다. 어머니는 그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트레일러에서 양육하며 가난과 싸워야 했고 생각보다 일찍 병석에 눕게 됩니다.

원래는 J.R이라고 불렸던 소년이 라일리의 삶을 꿈꾸며 겁 많은 양들 속에서 한 마리의 고고한 늑대, 울프가 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부유한 자들의 재물을 탈취함으로써 마치 복수하듯이 차곡차곡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갑니다. 식물인간인 어머니를 생을 붙잡아 놓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고요.

어린 시절 그의 이상 행동을 바로잡아주었으면 좋았을걸, 라일리 울프의 부모는 남다른 사람들이었고 또 너무 일찍 그와 단절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외로운 늑대로서 세상을 살아가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독자로서는 그의 생활 방식이 어두워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음악이 담겨있는 포터블 플레이어만 있으면 모든 근심을 털어내버리고 영감을 얻기에 충분했고, 잘 단련된 파쿠르 실력으로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빌딩 사이를 뛰어다니면 되었습니다.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거머쥘 수 있었기에 오히려 무언가 잘 못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졌습니다.

그러던 중에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다리야에누르라는 세계 최대의 핑크 다이아몬드였습니다. '빛의 바다'라는 이름에 걸맞은 크고 아름다운 페르시아의 보물을 탈취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데요, 누구도 뚫을 수 없는 겹겹의 보안 시스템과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가드들, 게다가 본국에서 파견한 정예 요원들까지 철저하게 경비를 섭니다.

본국에 있을 때라면 모를까 미국에 들어온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이 시스템을 통과해 반다시 다이아몬드를 탈취할 치밀한 계략을 세웁니다. 그의 입장에서는 한 단계 도약을 하는 것이며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으나 위조품을 만드는 모니크는 아주 작은 실수로 인해 그가 죽게 될까 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느 때의 미술품 위조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 아주 실력이 좋은 보석감정사가 오지 않는 이상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복제본을 만들어냅니다. 그래도 여전히 라일리의 계획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고 말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마치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발각될 위기라거나 추격해오는 사람을 해치우는 것이 아닌, 스토리의 완성을 위해서라면 마치 우리가 그냥 여기 있던 돌을 치워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치워버립니다. 물론 상황 조작을 통해서 자신에게 타깃이 돌아오지 않도록 조작하는 것은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가 깔아놓은 덫에 걸려들어 순순히 먹잇감이 되는 것이죠. 어쩌면 라일리 울프의 세상에는 겁쟁이 양, 그냥 양, 부유한 양... 온통 양들만 버글거릴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능한 FBI가 그를 쫓는다고 하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FBI 덕분에 독자는 라일리의 어린 시절부터의 행적은 어렴풋이 알게 되고 그가 왜 그런 길을 선택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행위가 정당하다, 이해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 소설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에서 모니크가 화를 낸 것과 같은 이유도 저 또한 그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매력은 지나쳐서 앞으로도 쭉 지켜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저는 부자가 아니기에 그에게 희생당할 일은 없다며 안심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는 언제까지 대도의 행보를 이어갈 것인지, 이후에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관념을 버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인지 앞으로도 쭉 지켜보겠습니다.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은 참 매력적인 피카레스크 소설입니다. 천재적인 대도 라일리 울프 전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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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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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상황이나 상대의 심리를 조작해서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우위에 서는 행위를 말합니다. 최근 들어서 상당히 많이 사용되는 말이지만 때로는 잘 못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저 사람이 나를 호구로 보는 거 같아요'라거나 '저 사람이 나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해요'라고 표현할 것들까지 이런 범주에 넣곤 합니다.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를 읽다 보니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내가 오랫동안 당해 왔던 것이 가스라이팅이었다는 사실을요. 그동안 멘탈 뱀파이어에게 당한 걸까 아니면 지나친 이기주의와 소유욕에 당한 걸까 등등 심리 서적을 읽을 때마다 내가 무엇을 당했던 건지 몰라서 짐작만 해왔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확실히 깨닫습니다. 저는 가스라이티였던 겁니다. 지금이야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있음에도 문득 '내가 과연?'이라는 의문을 품을 때마다 소리 없이 과거의 제가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이 그 순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비로소 해방될 수도 있지만 계속 주입된 개념은 언제고 다시 눈을 뜨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는 상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의존적이라거나 스스로의 판단을 믿지 못해서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 수도 있고 가족을 함께 그 길로 끌어들이기도 합니다. 제3자가 보기에는 왜 저러고 사는지, 어째서 저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지 못하고 의심을 떨치기 어렵기에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비상식적인 상황이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언사나 행동에도 상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혹은 정말로 내 잘못이라고 느끼는 순간 이미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합니다. 가스라이팅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반드시 당하는 자가 있어야 성립하는 일대일 함수 같은 것입니다.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는 가스라이팅이란 무엇인가 꼼꼼하게 짚어주고 다양한 사례를 들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해시켜줍니다. 영화나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와 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저는 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혹자는 고구마라고 말하는 상황들이 왜 태어나게 되었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극작가나 소설가는 가스라이팅이 아닌 다른 곳에 초점을 두고 있었을는지도 모릅니다. 일종의 사이코패스라거나 성차별적인 이야기, 그렇지 않으면 지배적 관계를 통한 재물 착취 뭐 그런 거요. 그렇지만 심리학자의 눈으로 보면 그것들은 심리적 지배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 보았던, 읽었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런 장면들이 바로 심리적 지배였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칫 어렵게만 여겨질 수도 있는 심리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풀어 서술해 놓았으므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가며 소중하게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잔혹한 가스라이팅은 어디든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흔히 심리적 지배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발생한다고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외부인, 심지어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받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되어 활발히 SNS가 운용되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러합니다. 누군가에게 독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말 그대로 "뭔 소리야?" 라거나 "그렇게 생각하든지!" 하고 넘길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면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르는 이에게 상처를 받고 그 공격이 서로 다른 혹은 서로 다른 것 같은 사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결국은 '혹시 사실 나는 그런 사람인 거 아닐까?'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을 의심하는 단계에 이르르면 바로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하셔도 됩니다.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를 읽으면서 세상에는 상상했던 것보다도 많은 가스라이터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누군가를 짓밟으면서 심리적 우위에 서고 싶어 하는 행위가 혹시 본능은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두려웠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과거의 제가 다시 튀어나올까 봐 무서웠습니다.



그렇지만 나 역시 가스라이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세상에 악의 없는 가스라이터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악의는 없지만 피해를 입은 가스라이티는 존재한다는 말씀이 콕 박힙니다. 과연 나는 이 불쾌하고 불편한 시스템에서 자유로운 것일까요?



저자는 나가는 길에서 '끊어야 할 관계를 끊지 못하면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관계를 놓칩니다. 적절한 단절은 오히려 더 따뜻한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내지요. 그런 의미에서 끊어내는 것은 오히려 함께하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합니다.



때로는 아니 실제로는 상당히 심리적 지배 우위에 있는 자와의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그렇죠. 하지만 당당하게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반드시 끊어내길 권합니다. 억지로 이어나가는 관계는 자신과 나아가서 사회를 좀먹을 뿐이니까요.



혹시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된다면, 누군가를 지배하는 심리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를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두께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양을 담고 있으면서도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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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 연습을 시작합니다 - 애쓰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는 대화의 기술
신경원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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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저는 참 좁디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오늘을 기준으로 본다면, 실제로 이야기를 나눈 상대는 한 명, 그리고 일 때문에 카톡으로 대화한 사람은 두 명입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말을 아끼며 살다가 혹시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설 때도 있습니다.

일 관계로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 중 한 분은 그야말로 F.M입니다. 친절한 것도 딱딱한 것도 아닌 정확히 일만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저에게 화를 내는 것처럼 여겨져서 기분 나빴던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여름 제가 아팠을 때 냉정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공사가 분명한 타입이구나 싶었죠.

또 한 분은 일 관계로 저런 말투를 사용하기도 하나 싶을 정도로 그냥 친구나 지인 처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덕분에 저도 함께 부드러워졌달까... 아니면 거울심리라고나 할까 그분에게는 친근한 말투로 톡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어쩌다가 제가 화가 나 정중한 단어를 사용해 기분 나쁨을 표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제 감정에 공감하면서 사정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상대방을 이해하면서 나도 좀 더 예쁘게 말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는 불쾌한 일이 있어도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걸 인지하며 불쾌감을 바로 드러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농담 같은 어투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 하면 일적인 면에서는 앞의 분과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실제 성격은 뒷분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을 하다가 발랄하고 명랑한 어투를 사용한다는 게 처음에는 무척 놀라웠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니 그렇게 편할 수 없습니다. 간극이 줄어든 것 같고 갑자기 일을 당겨서 하게 되더라도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이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양쪽 모두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며 저와 소통을 하고 있는데, 각자의 장점이 있고 또한 선을 넘는다거나 예의에 벗어난 말을 하지 않기에 저 역시 미러링을 하며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무척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많은 어휘를 발휘한다고 해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게 생길 것입니다. 두 분 다 성격은 다르고, 말하는 내용이나 분위기가 다르다고 해도 결국은 어투가 좋기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 말투는 어떤가요? 이웃님들께서 알고 계시는 그대로입니다. 무언가를 설명할 때에는 이와 같은 말투를 사용하지만 실은, 자그마한 동물 피겨를 좋아하고 인형을 사랑하는 성격이라 그렇게 딱딱하거나 단호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공과 사의 구분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저를 맞추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소 폐쇄적인 저보다는 아마 이웃님들께서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많이 쓰실 겁니다. 만나는 사람의 수도 많고,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면서 부딪힐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경 쓰는 건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쿨병에 걸려서 내뱉는 것도 곤란하니까요. 직설적인 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의견을 부드럽게 드러내어 상대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말투 연습을 시작합니다>는 만일 당신의 말투에 문제가 있다면 바꾸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자 신경원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서 말 잘하는 법,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회사 동료나 상사, 그리고 친구와 남녀관계에 이르기까지 남의 말을 잘 듣고 대화함으로써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줍니다.

늘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입으로 내는 목소리로 대화하는 사람은 한정적인 저조차도 <말투 연습을 시작합니다>에서 배울 점이 참 많았습니다. 결국 카톡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대화의 연장선이기에 정중한 말투, 친근한 말투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은지, 그리고 갈등은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차곡차곡 배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말투 연습을 시작합니다>를 읽는다고 해서 확 달라지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올해의 목표를 '말 잘하기'로 정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말투 연습을 시작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때로는 낯간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라거나 인사, 남의 이름을 외우는 것 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 해도 '존중'에 대한 가치는 변하지 않으므로 익혀두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보름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매일 집에서 일만 하는 저이지만, 누가 아나요? 나중에 요양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그러니 상대방에 대한 '진짜 관심'을 가지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스킬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 초년생 그리고 부하직원을 둔 상사라면 꼭 <말투 연습을 시작합니다>를 읽어보시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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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공부하는 과학
최준호 지음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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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서적은 늘 새로운 것을 만나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언제고 낡아빠진 그것이 되어버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 화학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한 이후로 저는 매년 과학 책을 읽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내가 알고 있던 사실들이 이제는 틀린 것이로구나 하는 걸 알게 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런 경우는 지식을 수정하면 되지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올 때엔 곤란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째 서냐면 지금 와서는 새로운 용어들은 머릿속 저장 장치에 들어가지 않고 책 위의 활자로 머무르기만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와 이런 일이 있다니 하면서 신기해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저는 읽습니다.

누가 이과와 문과로 편을 갈랐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약간의 문과 감성을 지닌 이과입니다. 통섭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데요, 그렇다면 과학 도서를 무척 좋아하는 소설 마니아라고 표현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나온 도서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원래는 문과였지만 지금은 과학과 미래 분야 탐사 전문 기자인 저자가 우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상이란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현재 기준으로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드러난 현상들을 가지고 예측해 볼 때, 어쩌면 몇 십 년 후에는 디스토피아에서 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도 자칫하면 어두운 미래를 만들게 될 수 있으므로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마냥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떠한 상태인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현재를 가지고 안전한 미래,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겁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은 저자가 지난 수년간 쓴 칼럼을 재구성 한 것입니다. 따라서 상당히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담겨있습니다.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 하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첫 번째 파트에서는 쥘 베른을 소환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해 보기도 하고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 낱낱이 이야기합니다.

1부에서는 우주와 천제에 관한 과학을 다루며

2부에서는 생물 다양성과 AI를 다룹니다.

3부에서는 지구환경에 관한 과학을 다루는데요,

이 책의 소제목으로 달려있는 '뜨거워지고 위험해지는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은 거의 3부에 집중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최신 과학을 다루고 있기에 누구나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담아놓았습니다. 다소 난해하고 어렵다는 인식은 있지만 글을 참 잘 쓰는 저자 덕분에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은 술술 잘만 읽힙니다. 막힘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기후 위기나 질병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할 힘을 기르게 됩니다.

지금까지 과학이 발전해 온 이유는 상상 속에서 존재하던 것들을 현실로 끄집어 내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판타지라고 했던 그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눈부신 과학 발전은 비교적 늦게 시작된 것으로 20세기에 시동을 걸고 21세기에 그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시간은 또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게 될지를 떠올려봅니다. 그러면 내가 노인이 된 후에 이 세상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더불어서 내 아이는 지구온난화나 전염병 걱정이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인가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됩니다.

막연하게 누군가가 세상을 좋게 만들어 줄 거라고 상상해왔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는 그런 요행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젊은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은 어려운 말로 답답하게 쓰이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일 학생이 읽는다면 이번 겨울을 통해서 새로운 꿈을 키워볼 수 있을 것이며 어른의 경우에는 새로운 과학 지식을 얻음으로써 일상에서 겪게 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만난다면 머리말과 목차를 훑어보시길 권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매력을 꿰뚫어 보실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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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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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럽의 옛날 옛적 같지만 배양육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보아 미래의 일일지도 모릅니다. 석탄을 이용하고 전기가 없던 마을에 새로이 들어오는 걸로 보아 어쩌면 뒤틀린 시공간 속에 위치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상당히 독특한 장례 의식을 가지고 있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슬픈 스토리로 제목에서 이미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은, 예상외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바람에 조금씩 슬픔은 눈이 되어 발치에 쌓입니다.

배경이 되는 마을은

365일 언제나 겨울인 곳으로 우리나라의 혹한기보다 더 혹독한 추위로 늘 식량이 부족하고 가난에 허덕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얼음장이라는 독특한 장례문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가족이 죽으면 시신을 얼음에 보관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죽었을 때에는 먼저 얼음 속에 담은 후 호수에 수장합니다.

죽은 이를 얼리고 그것을 문 앞에 두어도 얼음이 단단하게 유지될 정도의 추위인데도 호수는 얼지 않는 걸까 잠시 고민했지만 구멍을 뚫고 넣는 건가 보다 하면서 슬쩍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어 봅니다.

소녀 카야는

엄마의 얼음장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문 앞에 있는 엄마에게서 따뜻함은 얻을 수 없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기에 늘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의 대부호 스미스 씨가 찾아와 엄마가 잠들어있는 관을 자신에게 양도할 것을 권합니다.

사실상 강탈이나 다름없었던 것이, 이 마을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은 스미스 씨의 선대가 세운 공장에서 일하고 철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의 말은 곧 법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아내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그는 시신을 넘기게 되고 카야는 깊은 슬픔에 빠져듭니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30분씩 보고 와도 좋다는 아빠의 허락에 즐거운 마음으로 스미스씨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늑대 샤샤를 만납니다. 처음에는 몰래 보곤 했었는데 어느 날 스미스 씨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혼이 날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미안하다며 매일 보러 와도 좋다고 허락하는 그.

어른인 저는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카야를 지켜보지만, 아직 어린 소녀는 그의 호의를 받아들입니다.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어머니를 잃은 소녀 카야가 부조리를 깨닫고 성장하는 스토리입니다. 이 안에는 판타지, 고딕 호러 요소들이 잘 쌓여있어서 읽는 즐거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마지막은 해피 엔딩도 아니고 새드 엔딩도 아닌 것이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 묘하게 닿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공간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권력과 그에 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야기라고 느껴지는 이 중편 소설을 만일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나 청소년이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몹시 궁금합니다. 어쩌면 단순하게 스미스 씨가 나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와는 다른 또 다른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덮은 후에 생각이 더 많아지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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