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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평점 :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은 스릴러, 액션, 피카레스크 장르 소설입니다.
뛰어난 두뇌와 그릇된 인식 그리고 치밀한 계획으로 그가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손에 넣고야 마는 대도 라일리 울프의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저자인 제프 린지는 소시오패스인 덱스터 모건을 주인공으로 하여 악에 맞서는 독특한 히어로를 탄생시킨 바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에서는 과연 어떤 스타일의 대도 라일리 울프를 창조해 내었을까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분명 매력이 철철 넘치는 타입일 거라는 것만은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라일리 울프는 지금까지 아무도 그의 본모습을 본 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변장술의 귀재인데다가 도서관을 통째로 외워버린 듯한 지식, 그리고 수려한 말솜씨를 갖춘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지역별 말투 구사도 능숙하여 때로는 그를 영국인이라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그는 내슈빌 인근 어딘가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마치 영웅과도 같았던 아버지는 그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는데요, 결국 다단계 사기의 피의자로서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지만 라일리의 입장에서는 부자들이 그를 괴롭혔기에 죽었다는 개념이 생겨버리게 됩니다. 어머니는 그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트레일러에서 양육하며 가난과 싸워야 했고 생각보다 일찍 병석에 눕게 됩니다.
원래는 J.R이라고 불렸던 소년이 라일리의 삶을 꿈꾸며 겁 많은 양들 속에서 한 마리의 고고한 늑대, 울프가 되기까지에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부유한 자들의 재물을 탈취함으로써 마치 복수하듯이 차곡차곡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갑니다. 식물인간인 어머니를 생을 붙잡아 놓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고요.
어린 시절 그의 이상 행동을 바로잡아주었으면 좋았을걸, 라일리 울프의 부모는 남다른 사람들이었고 또 너무 일찍 그와 단절되어버렸습니다. 그는 외로운 늑대로서 세상을 살아가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독자로서는 그의 생활 방식이 어두워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음악이 담겨있는 포터블 플레이어만 있으면 모든 근심을 털어내버리고 영감을 얻기에 충분했고, 잘 단련된 파쿠르 실력으로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빌딩 사이를 뛰어다니면 되었습니다.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거머쥘 수 있었기에 오히려 무언가 잘 못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불안해졌습니다.
그러던 중에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다리야에누르라는 세계 최대의 핑크 다이아몬드였습니다. '빛의 바다'라는 이름에 걸맞은 크고 아름다운 페르시아의 보물을 탈취하겠다는 마음을 먹는데요, 누구도 뚫을 수 없는 겹겹의 보안 시스템과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가드들, 게다가 본국에서 파견한 정예 요원들까지 철저하게 경비를 섭니다.
본국에 있을 때라면 모를까 미국에 들어온 이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이 시스템을 통과해 반다시 다이아몬드를 탈취할 치밀한 계략을 세웁니다. 그의 입장에서는 한 단계 도약을 하는 것이며 자신에 대한 도전이었으나 위조품을 만드는 모니크는 아주 작은 실수로 인해 그가 죽게 될까 봐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여느 때의 미술품 위조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 아주 실력이 좋은 보석감정사가 오지 않는 이상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복제본을 만들어냅니다. 그래도 여전히 라일리의 계획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고 말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마치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발각될 위기라거나 추격해오는 사람을 해치우는 것이 아닌, 스토리의 완성을 위해서라면 마치 우리가 그냥 여기 있던 돌을 치워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치워버립니다. 물론 상황 조작을 통해서 자신에게 타깃이 돌아오지 않도록 조작하는 것은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가 깔아놓은 덫에 걸려들어 순순히 먹잇감이 되는 것이죠. 어쩌면 라일리 울프의 세상에는 겁쟁이 양, 그냥 양, 부유한 양... 온통 양들만 버글거릴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능한 FBI가 그를 쫓는다고 하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FBI 덕분에 독자는 라일리의 어린 시절부터의 행적은 어렴풋이 알게 되고 그가 왜 그런 길을 선택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의 행위가 정당하다, 이해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 소설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에서 모니크가 화를 낸 것과 같은 이유도 저 또한 그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매력은 지나쳐서 앞으로도 쭉 지켜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저는 부자가 아니기에 그에게 희생당할 일은 없다며 안심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는 언제까지 대도의 행보를 이어갈 것인지, 이후에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관념을 버리게 되는 날이 올 것인지 앞으로도 쭉 지켜보겠습니다.
<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은 참 매력적인 피카레스크 소설입니다. 천재적인 대도 라일리 울프 전설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