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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고르세요
켄트 그린필드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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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선택은 강요된 것이며 조작되었고 강제로 진행된다."
2005년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온다며 대피령을 내렸으나, 대피하지 않았던 약 2,000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대피할 것인가 그냥 남을 것인가 하는 선택에서 남아있는 것을 선택했던 그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많았었는데요. 과연. 그들을 비난했어야 하는 것일까요?
대피령은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하기 불과 20시간 전에 내려졌다. 그 때문에 뉴올리언스 주민 넷 중 하나는 허리케인이 강타하기 전까지도 대피령을 듣지 못했다. 집에 남아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을 떠날 방편이 달리 없었고, 겨우 20퍼센트의 주민만이 피난처로 머물 친척이나 친구들을 확보한 상태였다. 대개가 호텔 방을 빌릴 금전적인 여유도 없었다. 신용카드 소지자는 전체 주민의 28퍼센트에 불과했고, 은행 계좌를 가진 주민도 겨우 31퍼센트였다. 게다가 남아 있던 주민의 상당수가 장애인을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제방이 안전하다는 당국의 말을 수년간 듣고 마음을 놓아온 터였다. 그래서 집에 남아 카트리나를 맞이했던 사람들은 대다수는 아니더라도, 많은 경우 그저 단순한 의미에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p.32
남아있던 사람들이 '남는다'는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당하기도 했는데요. 실질적으로 그들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까요?
극단적인 예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거나 별로 없었을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 책을 꺼내 들기 전까지는 잘 못 느끼고 있었지요.
이 책을 쓴 켄트 그린필드는 보스턴대 로스쿨 교수입니다. 미국 최고의 법률학자이자 독립 언론 정론지 <허핑턴 포스트>의 인기 칼럼니스트이죠. 그러나 이 책 <마음대로 고르세요>는 법학에 관련된 책이 아닙니다. .... 아니.. 맞던가?
잠시 고민되는 이유는, 이 책이 두뇌과학, 경제학, 사회과학, 정치, 법에 이르기까지 뉴스, 일화, 사건, 판결 등을 통해 자율선택이라는 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때문이죠.
이 책의 한국판 제목으로 되어있는 <마음대로 고르세요 (원제는 The Myth of Choice - 선택의 신화 _>라는 문구는 버거킹의 대표 문구입니다. 무엇을 마음대로 고르는 걸까요?
와퍼로 할지.. 와퍼주니어로 할지, 토마토를 추가할지, 치즈를 넣을지.. 콜라는 M인지 L인지.. 등등..
정말로 마음대로 고르는 건가요?
"저기... 저는 스테이크에 호밀빵과 신선한 채소를 드레싱 없이 레몬즙만 뿌려서 주세요."
하는 식의 주문은 불가능하잖아요. 결국은 버거킹 안에서, 몸에 나쁜 것들 중에 어떤 것을 고를까.. 하는 선택일 뿐이지요.
맥도날드를 갈지.. 버거킹을 갈지.. 롯데리아를 갈지.. 어딜 가든 간에.. 빈 열량 식품에서 벗어나긴 어렵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광고 때문에 우리는 점심시간에 거리를 헤매게 되는 겁니다. 조금 저렴한 패스트푸드 세트 메뉴를 먹을까.... 허한 몸을 달래주기 위한 설렁탕을 먹을까... 하는 선택에서는 우리의 지갑 사정. 즉, 월급이 알게 모르게 우리의 선택권을 조종하는 것이지요.
이 책 < 마음대로 고르세요 >는 재미있겠다 싶어서 선택한 책이었는데요. 생각보다는 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습니다. 과연 이 책을 선택한 제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요?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선택에 영향을 주는 한계 요소를 알아낼 수는 있다. 자율성과 개인 책임의 중요성에 대해 믿음을 갖는 것도 가능하다.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서 이 책이 도와주려고 한다. 부디 계속 읽겠다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
그래서, 다른 책 보다 공들여 시간 들여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결론은? 읽기를 잘 했다.
자유의사로 선택했다고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을 조작과 조종에 의해 일어난 것들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선택의 조작이나 강요에 평생 휘둘리며 살아야 합니다. 심지어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조차 말이지요. 그렇다면 진짜 자신의 의지대로 - 조작, 외압, 유도 등이 없이 -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개인의 습관 개선, 사회적 제도의 개선 등을 통해 진짜 선택은 가능하게 됩니다.
세상에 수많은, 그냥 많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넘쳐나는 선택의 길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그건 또 그것대로 머리 아플 것 같습니다. --- 전 지나치게 신중한 A형이니까요.
우리는 자유의지를 믿어야 한다. 다른 선택은 없다.
-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