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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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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제주 영화문화예술센터에서 보고 온 영화 [나는 전설이다]. 그 영화 전반에 깔린 복선들과 로버트 네빌이 처한 상황, 그리고 살신성인- 아니 자살일지도 모르는 - 그런것들에 가슴이 찡해와서 원작 소설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우기 리처드 매드슨의 이 소설은 SF,공포문학의 대가 스티븐 킹을 만들어냈다고 하니 아마도 그의 멘토격일테니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었구요.
[나는 전설이다]라는 소설은 리처드 매드슨이 1954년에 완성한 소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책의 제목만 보고서
'뭐래.. 스스로가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다니. 좀 건방지군.' 하는 생각에 어떤 소설인지 알아 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지나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윌스미스 주연의 영화로 인해 - 그리고 정말 별로였던 맥스 브룩스의 책들로 인해 오히려 이 책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로버트 네빌입니다.
영화에서 군인출신의 연구관이었던 로버트 네빌과는 달리 이 네빌은 그냥 아저씨입니다. 네, 회사 출퇴근하고 부인과 어린 딸이 있는.. 그냥 30대의 아저씨. 우리 주변에서 볼수 있는 그냥 아저씨입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퍼진 전염병으로 인해 아내를 잃고 아이를 잃지요. 아마도 세균전의 영향으로 모래바람에 실려온 무언가 때문인것 같습니다. 어쨌든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았어요.
영화에서 개와 함께 생활했던 네빌은 그나마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이 네빌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낮에는 가가호호 방문해서 잠을 자고 있는 흡혈귀의 심장에 말뚝을 박고, 텃밭에 마늘을 키우며 집안에 마늘 리스를 여러개 걸어 놓고, 거울도 놓고, 십자가도 준비하고... 바쁩니다. 하지만, 밤만 되면 그의 집을 찾아와 어떻게든 그를 끌어내려는 흡혈귀들 때문에 공포에 시달리고 술에 빠져살지요.
"네빌 나와~!"
매일 같이 외쳐대는 - 그러니까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에는 카풀친구였던 옆집 벤코트만의 목소리가 너무너무 듣기 싫습니다.
네빌은 어떻게든 하려합니다.
이 현상의 원인을 알아내고 해결하려합니다. 그러나 그가 알아낸 것은 절망적인 사실들 뿐. 이 현상을 해결할 수 없을 거라는 절망 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멀쩡한. 그러니까 자신과 같은 여자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쫓아가지요. 그녀는 키도 크고 수염도 덥수룩한 남자가 자신을 따라오자 공포에 사로잡혀 마구 도망갑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 사건으로 인해 네빌의 인생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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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났을 때. 리틀포니가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 아저씨가 전설이야?"
"자신을 희생해서 백신을 만들었으니. 그걸로 사람들을 많이 구할 수 있으니까 전설적인 인물이 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나니 그런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윌스미스 주연의 영화에서조차 전설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거나 다르게 만들어버렸구나..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소설은 1964년 지구 최후의 사나이, 1971년 오메가 맨 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으나 졸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고 나서야 이 책이 주는 진정한 공포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 제목의 의미도요.
'나는' 그들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문득 '나야말로'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는 없다.
책에는 리처드 매드슨의 공포 단편 10개가 함께 실려있습니다.
'엄마의 방'이라는 소설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다른 것들은 재미있습니다.
특히 휴대폰에 중독되어 진동이나 벨소리의 환청을 들으시는 분들은 단편 중 '전화벨 소리'를 읽어보시면 무척 재미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