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좀비들과의 전쟁

세계대전 Z ㅣ 밀리언셀러 클럽 84
맥스 브룩스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6월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의 저자 맥스 브룩스의 좀비 소설 <세계대전Z >를  읽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읽을 때 집중력이 떨어져서 무척이나 고생했엇지요.

그런데, <세계대전 Z > 역시 그랬습니다.

뒷표지에 나와있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추천사

'한번 읽으면 책을 손에서 내려놓기 힘들다.'라는 문구와는 반대로, 저는 이 책을 읽는데 무려 6일이나 걸렸지뭡니까.

들었다 놨다. 읽었다가 말았다가.

일단은 이 책의 구성상 이어 읽기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한번에 읽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혹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를 읽어보셨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책은 옴진리교의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실명 혹은 가명으로 그 때 당시의 공포와 절망감, 그리고 처절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세계대전 z> 역시 그런 구성을 따르고 있습니다.

분류는 되어있지만, 좀비와의 전쟁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것을 책으로 만든 것 같은 그런 구성을 따릅니다. 그러므로 한번에 읽지 않아도, 몇개의 인터뷰를 읽고 멈추고, 읽고 멈추고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개개의 사건은 서로 연관이 있기도 하지만 별개의 것이기도 하니까 쉬엄쉬엄 읽더라도 무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되어 뒤의 내용을 읽다보면 앞의 내용을 잊어버린다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았던 것 같습니다. - 물론 저의 경우에 한해서입니다.

인터뷰를 읽으면 어쩜 그리 생생한지, 실제로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쓴 글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듭니다. 생존자의 눈으로 본, 겪은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읽고 있는 나를 이야기 속으로 함께 끌고들어가 함께 긴장시킵니다.

그렇지만, 그리고 끝입니다.

<언더그라운드>도 읽다보면 같은 이야기의 반복 같은 기분이 들어서 조금 피곤해집니다. 실제의 이야기인 언더그라운드와 다큐멘터리 픽션인 <세계대전 z>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지 모르지만, 어쩐지 <세계대전 z>를 읽다보면 자꾸만 <언더그라운드>가 떠오르는걸 어쩝니까.

어쨌거나, <언더그라운드>에서 느꼈던 피로감을 <세계대전 z>에서도 느꼈습니다.

생생하고 실감나긴하지만, 어쩐지 피곤해지는 기분.

다 읽고 나서도 그냥 피곤했습니다.

브래드 피트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읽어보고 서로 주연을 맡겠다고 했다던데...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걸까요... 아니면 시나리오가 멋졌던 것일까요?

이 책에서는 세상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게 된 원인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냥 단지 좀비는 세상 여기저기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그에 희생되었으며, 좀비에게, 민간인들에게, 군인들에게, 정치가들에게 희생되고 살아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