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혜영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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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 가나에의 <고백> 이후 읽은 책들은 실망스러워서 이번의 <모성>도 심심할때 흉보면서 읽어야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마련해두었다가 오늘 새벽 잠이 안오기에 읽다가 자야겠거니하며 펼쳐들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책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은 엄마와 자신과의 혹은 딸과의 사연이 있는 사람일 수록 생각하는 바가 많겠구나하는 그런 생각 말이죠. 좋은 생각이건, 그 반대이건.

 

사랑받으며 칭찬받으며 자란 '엄마'는 조금은 어두워보이지만 따뜻한 가정을 원하고 있는 '아빠'와 결혼합니다. 그리고 '딸'을 낳지요. '엄마'의 '어머니'는 무척 다정하신 분입니다. 결혼 후에도 '엄마'가 부르면 흔쾌히 달려와주셨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야근 때문에 늦게 들어온 어느 날이었습다. 10월의 늦은 태풍. 그것이 마을을 덮쳐 강이 범람했고, 산사태가 일어나 집이 기웁니다. 어두컴컴한 집을 밝히기 위해 '엄마'는 초를 켰고, 그 희미한 불빛아래 발견 한 것은 장롱에 깔린 '어머니'와 '딸'이었습니다. 구할 있는 사람은 단 한명 뿐. 설상가상으로 불이 나서 시간이 없습니다. 그때 '엄마'는 '어머니'를 구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강요로 딸을 구하고, '어머니'는 돌아가십니다. 그 때 부터였습니다. 모녀의 사이가 뒤틀어진것은.

 

그 뒤에 이어지는 엄마의 모진 시집살이. 딸은 엄마를 돕고 싶었고, 그리고 도왔지만, 어째선지 엄마는 자신을 예뻐해주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의 나이에도, 열심히 엄마를 도왔건만 엄마의 마음속에는 딸 때문에 자신을 사랑해주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딸을 예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 딸은 자살기도를 합니다.

 

 

이 책은 언뜻 보면 딸을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와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딸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엄마의 사랑과 포근함을 원하는 딸이 두명 있었을 뿐입니다. 엄마로서는 미성숙한 정신세계였을지도 모르는 딸의 엄마는 너무나 힘겨운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칭찬해줄 어머니가 필요했었을 겁니다.

게다가 이 소설안에는 죄책감이라는 것이 따라다닙니다.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던 - 게다가 자신이 켜 놓은 촛불때문에 일어난 화재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자신을 향해야만 하는 죄책감이 딸에게로 쏟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두명의 죄책감이 더 있었습니다.

 

 

정말로 여자는 태어나면서 모성본능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뱃속에 있을때는 태교도 하고, 아가야~아가야~하며 말을 걸어놓고선 낳은 후엔 자신의 욕심대로 아이를 좌지우지하거나, 학대인줄 모르고 저지르는 학대를 하는 엄마들도 있고, 아니면, 처음에는 별 생각 없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이 샘솟아 그야말로 모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아니면, 끝까지 그런 것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요.

 

책을 읽고서 나와 엄마와 딸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떤 엄마일까요. 그리고 어떤 딸일까요.. 책 속에 나오는 어머니, 엄마, 딸 . 그중에 과연 난 누구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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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이야기 - 최초의 한문 소설 룰루랄라 우리고전 우리역사 7
김시습 원작, 김민석 글 / 청년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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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귀신>을 읽고 나니 금오신화를 읽고 싶어졌습니다. 어른용으로 나온 것을 보아야겠지만, 지금 당장 읽고 싶은데, 지금 당장 읽을 수 있는 금오신화는 리틀포니의 어린이용 금오신화뿐.

어쩌지.. 싶었지만, 어짜피 '한문'으로 된 소설은 읽을 수 없을 것이고 하니.. 일단 이것을 읽어보아야겠구나.. 싶어 냉큼 읽어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재미있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번역자의 솜씨도 있었겠지만, 내용 자체가 어찌나 재미있는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오신화는 요샛말로 하면, 김시습 단편집이 될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이런 타이틀이 붙었겠지요.

 

[세종께 오세 신동이라 불리며 장래를 촉망받던 신동, 새로운 세상에서 소설가로 데뷔. 그의 처녀작. 그의 최초 단편집. 금오신화.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과 비극적인 이야기. 당신의 심금을 울립니다.]

 

... 유치하지만,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요? ㅎㅎ

 

금오신화에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남염부주지,용궁부연록이 들어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책이었지만, 내용은 김시습의 마음이 꼭꼭 숨겨져 있어서 어쩐지 짠.. 한 아픔이 있었습니다.

 

이승의 사람 양생과 저승의 처녀의 사랑 이야기는 마치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무는 이야기 같아서 김시습의 단종 사랑이 느껴져 애달프고 애달 팠습니다.

 

특히 남염부주지에서는 김시습이 세조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을 핑계로 서슴없이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는데요.

저세상의 임금 염마는 박생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하늘은 그대로 하늘이오. 하늘 밖에 또 다른 하늘은 있을 수 없소. 땅 밖에 땅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요. 그런데 또 다른 하늘과 빵이 어찌 있을 수 있겠소?마찬가지로 왕은 모든 백성들의 단 한사람 우두머리요. 인간 세상에는 왕의 권위가 약해 나라마다 부족마다 왕을 세울 수 있고 그래서 많은 왕이 존재하지만, 신의 세계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란 있을 수 없소. 하늘에 해가 두개 있을 수 없듯이 나라에는 두 사람의 왕이 있을 수 없소. 그러니 그런 질문은 하지 마시오."

 

마치 여러 곳에 여러 왕이 있는 것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세조의 왕위찬탈을 꾸짖는 부분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면 과할까요?

 

 

금오신화는 그냥 읽어서도 재미있지만, 김시습이라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을 생각하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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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귀신 - 김시습과 금오신화 창비청소년문고 7
설흔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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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대군의 왕위찬탈. 거열형(車裂刑)에 쳐해진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하고 산천을 유람하던 선비 김시습. 세조 9년 가을, 서울에 책을 구하러 갔다가 효령대군의 권유로 세조의 불경언해사업에 참가하여 열흘간 내불당에 거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조 11년 원각사 낙성식에 다시 불려지자 일부러 뒷간에 빠져 다시 세조 앞에 불려가는 일을 피할 수 있었지요.

그 뒤 금오산에 들어가 금오산실을 짓고 그안에 거하며 마음 둘 곳 없어 그의 영혼이 방황하는 듯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때의 김시습의 이야기입니다.

 

한 17세 청년이 쫓깁니다. 한 때는 귀히 자란 몸 인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원수가 그를 핍박하고 쫓습니다. 비내리는 어느 날, 김생(김시습)은 혼례복을 입은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산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었지만, 어찌하다보니 그자를 둘러메고 상아의 집으로 옵니다. 상아의 어미 파주댁에게 떠넘기겠다는 속셈이었지만, 무당겸업중인 파주댁은 집에 없고, 낯선 남자를 15세의 상아에게 - 남녀칠세부동석이거늘- 떠 넘기고 이경준을 만나러 갑니다.

 

소설의 한 챕터 한 챕터는 길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각 챕터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한번은 김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의 진행이요. 한 번은 '나'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 그 혼례복을 입고 쓰러진 덩치큰 남자의 이야기로 집행되지요.

 

이 남자는 자신이 왜 그 곳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름도, 이름중에 '홍'이 들어간다는 사실만 기억합니다. 다만, 북두칠성이 그려진, 기와에 사금파리가 박힌 담장으로 둘러싸인 집 안으로 들어가야만한다는 것만을 기억합니다. 그 외에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인지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 불확실한 기억만으로 그 집에 돌아가려합니다. 돌아가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김생과 상아를 끌어들입니다. 아니, 정중하게 도와주십사 청하였습니다

김생은 짜증이 납니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 만 같습니다. 세종에게서 오세신동이란 말을 들었던 자신이 과거에도 떨어지고,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로 인해 이런 꼴이 되었으니, 세상이 밉고, 자신이 밉습니다. 하지만, 짜증을 내면서도 홍을 따라다니며 그 집을 찾아 헤맵니다. 그 집은 이세상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구요.

 

 

이 책 <살아있는 귀신>은 어째서 김생이 살아있는 귀신인지 말해주고 있지요. 죽어서도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살아있어도 산 사람이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죽어서도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는 '홍'이었고, 살아서도 죽은 이 처럼 산 사람이 '김시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김시습도 죽었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되었지요.

 

 

이 책은 설흔이라는 작가의 상상과 역사, 그리고 금오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읽다보면 실제같아서, 아.. 이래서 금오신화가 나왔구나하는 착각마저 일으킵니다. 무척 생생하고 재미있어서 책에 푹 빠지게 합니다. 게다가 '홍'의 기억과 정체를 찾으러 가는 여정은 미스테리를 읽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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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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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흑소소설을 읽었습니다. 단숨에 읽어버렸지요. 저는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나봅니다. 책 뒤에 보니까

"다시는 이런 블랙 유머 소설을 쓰지 않겠다. 짧지만 장편을 쓰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

라고 되어있었거든요.

작가가 힘겨워했기 때문일까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어떤면이 재미있었느냐하면은, 겉과 속이 다른 일본인들(보통은 그렇다고 특징지어지는)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흑소소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블랙 유머의 단편들이 모여있는 단편집이었는데요. 규에이샤라는 출판사와 관계된 몇 개의 소설은 묘하게 서로 관련이 있습니다. 그 중 첫번째 이야기는 최종심사인데요. 문학상을 받고 싶어하는 사무카와라는 이름의 작가는 마치 기대하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 그러니까 상에 연연하지 않는 체하며 출판사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수상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지요. 그 때 각각의 편집자, 잡지사 사람들의 속내와 표면상의 모습은 무척 다릅니다. 말을 하는 내용들이 우습다기 보다는 너무나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 쓴 웃음을 짓게 되지요.

역시 '일본인들은 저렇다니까'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라고 다를 바가 있겠습니까.. 상을 기대하는 분께 '당신은 글러먹었으니 이제 작가따위 때려치우세요.'라고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그것도 출판, 잡지사에 계신분이라면 말이죠. 그래서 다시 한번 씁씁해지지요. 나에게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소심해집니다. 물론, 다른 문제입니다만.

 

이 책은 대체로 그렇습니다. 여러가지 코드의 블랙유머. 읽고나면 헛헛헛하고 웃음을 웃게하는 그런 책입니다. 헛웃음이랄까요. 신데렐라 백야행, 임계가족에서는 씁쓸함을 넘어서 이것좀 무서운데?하는 생각까지 하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사랑가득 스프레이는 웃기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더군요.

 

이 흑소소설은 웃음 시리즈의 한 권입니다.

흑소소설, 독소소설, 괴소소설이 있다고 하네요.

나머지 두권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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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그럴듯한 착각들
실뱅 들루베 지음, 문신원 옮김, 니콜라스 베디 그림 / 지식채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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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읽게 된 책입니다.

하지만 기대치에는 조금 못 미쳤다고 생각됩니다. 어째서냐하면, 이 책에선 과거 여러가지 심리학 서적에서 다룬 내용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재미있게 서술이 되었다면 같은 내용을 여러번 읽더라도 실망스럽지는 않았겠지요. 그러나, 저자인 실뱅 들루베의 서술방식과 제가 맞지 않아서였을까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어투도 아니고, 그렇다고 알기 쉽게 친절한 말투도 아닌 무언가 어중간한 말투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집중도는 집중도대로 떨어지고, 내용은 산만했습니다.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삽화들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구요.

 

이렇게 말하니 이 책이 좋지 않은 책처럼 보이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사례들을 많이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무척 흥미로운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무언가 딱 마무리가 되지 않는 기분이 들 수는 있겠지요.

 

가볍게 읽기에는 진지하고, 진지하게 읽기에는 가벼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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