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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귀신 - 김시습과 금오신화 ㅣ 창비청소년문고 7
설흔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평점 :
수양대군의 왕위찬탈. 거열형(車裂刑)에 쳐해진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하고 산천을 유람하던 선비 김시습. 세조 9년 가을, 서울에 책을 구하러 갔다가 효령대군의 권유로 세조의 불경언해사업에 참가하여 열흘간 내불당에 거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조 11년 원각사 낙성식에 다시 불려지자 일부러 뒷간에 빠져 다시 세조 앞에 불려가는 일을 피할 수 있었지요.
그 뒤 금오산에 들어가 금오산실을 짓고 그안에 거하며 마음 둘 곳 없어 그의 영혼이 방황하는 듯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때의 김시습의 이야기입니다.
한 17세 청년이 쫓깁니다. 한 때는 귀히 자란 몸 인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원수가 그를 핍박하고 쫓습니다. 비내리는 어느 날, 김생(김시습)은 혼례복을 입은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산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었지만, 어찌하다보니 그자를 둘러메고 상아의 집으로 옵니다. 상아의 어미 파주댁에게 떠넘기겠다는 속셈이었지만, 무당겸업중인 파주댁은 집에 없고, 낯선 남자를 15세의 상아에게 - 남녀칠세부동석이거늘- 떠 넘기고 이경준을 만나러 갑니다.
소설의 한 챕터 한 챕터는 길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각 챕터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한번은 김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의 진행이요. 한 번은 '나'라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 그 혼례복을 입고 쓰러진 덩치큰 남자의 이야기로 집행되지요.
이 남자는 자신이 왜 그 곳에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름도, 이름중에 '홍'이 들어간다는 사실만 기억합니다. 다만, 북두칠성이 그려진, 기와에 사금파리가 박힌 담장으로 둘러싸인 집 안으로 들어가야만한다는 것만을 기억합니다. 그 외에 자신이 누구인지, 누구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인지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 불확실한 기억만으로 그 집에 돌아가려합니다. 돌아가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김생과 상아를 끌어들입니다. 아니, 정중하게 도와주십사 청하였습니다
김생은 짜증이 납니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 만 같습니다. 세종에게서 오세신동이란 말을 들었던 자신이 과거에도 떨어지고,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로 인해 이런 꼴이 되었으니, 세상이 밉고, 자신이 밉습니다. 하지만, 짜증을 내면서도 홍을 따라다니며 그 집을 찾아 헤맵니다. 그 집은 이세상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구요.
이 책 <살아있는 귀신>은 어째서 김생이 살아있는 귀신인지 말해주고 있지요. 죽어서도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살아있어도 산 사람이 아닌 사람이 있습니다. 죽어서도 사람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이는 '홍'이었고, 살아서도 죽은 이 처럼 산 사람이 '김시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김시습도 죽었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되었지요.
이 책은 설흔이라는 작가의 상상과 역사, 그리고 금오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읽다보면 실제같아서, 아.. 이래서 금오신화가 나왔구나하는 착각마저 일으킵니다. 무척 생생하고 재미있어서 책에 푹 빠지게 합니다. 게다가 '홍'의 기억과 정체를 찾으러 가는 여정은 미스테리를 읽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