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괴짜들 - 무턱대고 나서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국경없는의사회 이야기
신창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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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의사회라는 이름을 들을때면, 테레사 수녀같은.. 슈바이처 같은.. 그러니까 감히 나 같은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 고귀하고 박애정신과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쳐있으며, 선하디 선한 사람들이 모여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게다가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은 의사선생님들이나 간호사다...라는 오해를 하고 있었지요. 생각해보면, 우리집 근처 병원에도 의사, 간호사 외에도 원무과 직원, 청소직원, 보안요원, 영양사, 조리사 등등 많은 분들이 계시는데 어째서 그곳엔 의사와 간호사만 있을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어쨌거나, <국경없는 괴짜들>이라는 책은 저의 그런 상상 혹은 망상을 한번에 팍 깨주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다니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국경없는 의사회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이유가 황당합니다. 하얀 조끼에 청바지를 입은 섹시한 국경없는 의사회 직원이 되겠다는 아주 황당한 이유였지요. 부모님과 여자친구에게 간신히 허락을 받은 후 지원서를 냈는데, 일이 아주 잘 진행되어 드디어 소원하던 국경없는 의사회에 들어가게 됩니다. 첫 발령지는 파키스탄. 국경없는 의사회가 환경, 정치적으로 위험한 곳에서 인종, 민족등과 관계없이 사람들을 돕는 단체이다보니 위험 지역에서 일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파키스탄은 탈레반과 정부와의 사이에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동료들은 물었지요.

"넌 여기 왜 왔어?"

하얀조끼가 섹시해서..라고 대답하면 비웃음 당할 것 같았지만, 사실 알고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이유는 제 각각.

그들도 인간인지라 화나면 화도 내고, 불안해하기도하고 고집도 부리고 술반입이 금지되어있는 나라에서 몰래 술을 마시기도하고, 지나치게(?) 인간적인 모습들이라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저자의 유쾌한 성격 탓인지 뭔가 고귀한 모습을 기대했던 저에게 이 책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런 사람들이 저런 곳에서 일하는 건가, 하고 짜증도 났고요. 하지만, 읽다보니 그들을 너무 성스럽게 생각했던 제 탓으로 화가 났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너무나도 우리와도 같았지만, 한편 우리와는 달리 참혹하고 위험한 현장에서 용기있게 사람들을 돕고,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구호물자나 그들을 위해 마련된 기금들이 난민이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온전히 쓰이지 못하고 권력있는 자의 배를 불리는데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났는데, 사실 그런건 이미 알고 있었던 일 아닌가요? 하지만, 그러지 않길 바라며 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모금하는 것이지요.

 

아.. 이것참 이상하네요. 이 책은 무척 명랑하게 쓰여져있습니다. 적절한 욕도 섞여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심각해지는건 뭘까요?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 그리고 그 나라의 사람들의 모습이 TV에서 방송되는 다큐멘터리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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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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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아니어도 좋은 호러 서스펜스 <술래의 발소리>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공포가 처음에는 몰래, 그러나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원혼이나 귀신이 나타나는 괴담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나 실제 같아서 더욱 현실감 있는 불안이 느껴집니다. 인간 내면에 있는 악함과 두려움을 끌어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두껍지도 않은 책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약간은 회색빛으로 느껴지는 장면들, 어디선가 갑자기 푸드덕 날아오르는 까마귀. 게다가 방울벌레 소리인지 쓰르라미 소리인지 모를 벌레의 슬픈 구애의 노래소리도 들립니다.

 

미스터리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괴담이라고 해야할지.. 애매합니다. 그렇지만, 독자로 하여금 두 장르를 넘나들면서 추리하고 두려워하게 만듭니다. 문장력도 대단하다고 느껴지는데, 간결하면서도 상황을 적나라하게 마치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인양 느낄 수 있도록 제대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더욱 큰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방울벌레
짐승
요이기츠네
통에 담긴 글자
겨울의 술래
악의의 얼굴

 

 

리틀포니도 이 책을 읽었습니다.

가끔 책을 읽다말고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이 책만큼은 읽는 중에 말을 시켰더니 화를 내더군요. 집중해서 읽고 있으니 방해하지 말라고요.

그렇게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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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 - 부당한 기업 횡포에 쫄지 않는 대리 만족 투쟁기
김지영 지음 / 중앙M&B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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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과 표지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었지요. 컴플레인 전문서적인건가? 그리하여 프롤로그를 읽어보고, 목차를 훑어보고서는 재미는 있겠는데, 이 언니 혹시 그냥 막 쌈닭 아닌가하는 의심도 들었고, 별 것 아닌 일에 목청 높이고서 할 말을 한 것 뿐인데 왜 나보고 쌈닭이냐고 항의하는 그런 타입인건 아닌가... 아.. 교양머리 없는 타입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쩐지 끌리는 기분이라 책을 읽기로 결심했습니다.

뭐..사실 읽다가 짜증나면 저자인 이 언니에게 컴플레인 하면 되겠다는 생각도 살짝 했습니다.어쩐지 쿨하게 싸움을 받아 줄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렇게 부정적인 자세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니 이 언니 맘에 들어! 어쩐지 멋지잖아?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비자로써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박탈 당했을 때 자신이 당연히 해야하는 이야기들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싸울 상대를 알고 있다고나 할까요? 아무리 컴플레인해도 결정권이 없는 콜센터 직원에게 고함을 질러봤자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건 그냥 화풀이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러므로 해결을 혹은 타협을 볼 수 있는 상대와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어 낼때도 있고, 못 얻어 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옳은 말을 했으니 속은 시원합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마음에 안드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항의하라는 그런 정여사 육성서적은 아닙니다. 밀당이 있어야한다는 것도 이야기하며, 정말 말도 안되는 일로 컴플레인해서 콜센터 직원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한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자신이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그것이 올바른 소비자의 권리에 한해서이지 무조건 우기라는 건 아니니까요.

 

책 말미에는 컴플레인 하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정보도 나와있습니다. 보상 환불기준이라거나, 한국 소비자 보호원 홈페이지 같은것인데요. 컴플레인 전에 한 번 읽어본다면 우기기식의 정여사는 되지 않을테니까요.

정여사가 아닌 김여사. 이 언니 꽤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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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힘
우테 에어하르트 & 빌헬름 요넨 지음, 배명자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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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거짓말들이 있습니다. 만약 자신은 오늘 거짓말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이 바로 거짓말일테지요. 어릴때 조지 워싱턴의 벚나무 일화를 들으며 정직한 것이 미덕임을 강조당하며 살아왔던 우리 세대 역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거짓말을 합니다. 정직하게 세상을 산다면 엄청나게 불편해지기 때문이지요.  

 

노총각 직장상사가 애인이 100일 기념이라며 선물해 준 넥타이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정말.. 눈뜨고는 못 봐줄 형광 핑크. 애인이 너무 어린 탓에 핫한 선물을 준 모양인데요. 그럴 때, 저는 잘 어울린다고 말해야 할까요, 괜찮다고 해야할까요. 아니면 침묵해야할까요. 그렇지 않으면 사실대로 눈뜨고는 못봐주겠다고 말해야할까요. 마지막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거짓말에 해당합니다. 뭐, 사실대로 말해도 상관없긴 합니다. 다만, 후폭풍은 감당해야겠지요.  

 

 

피가 끓어오르던 시절에는 아닌걸 아니라고 말할 용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점점 두루뭉술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어릴때는 정직했을까요? 수업이 일찍 끝나 친구들과 만화방에 가서 가방 한 가득 만화를 빌려오고선 학교가 제 시간에 끝난 척, 아니 오히려 더 늦게 끝난 척도 해봤기 때문에 정직했었다고 말 할 수는 없겠네요. 어짜피 말하면 혼날 거. 그냥 침묵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거짓말을 합니다. 하얀 거짓말이라고 하던가요. 때로는 침묵이 진실보다 위대할때도 있잖아요. 단순한 변명 역시 거짓말이고, 아닌줄 알면서도 우겨보기도 거짓말입니다. 더 큰 범주로 생각한다면 진실이 아닌 것은 모두 거짓이지요. 생태계에서 의태나, 보호색같은 것도, 제가 재미있어하는 영화나 소설 역시 거짓이지요. 이렇게 거짓투성이에서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에 진실된 건 무엇이냐고 외치며 머리를 싸안고 좌절하지는 않지요.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진실은 사람을 피곤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진실만을 말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는데, 어째서인지 사람들은 그 순간에도 거짓을 말하고 맙니다. 의도된 거짓일수도 있고, 착각에 의한 거짓일 수도 있지만요. 우리의 몸은 이상합니다. 거짓도 자꾸 반복하다보면 진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때는 거짓을 감추려고 거짓말 위에 다시 거짓말을 덮어씌우기도 하는데 그럴 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나며 우리의 온몸은 진실을 나타내니까요.

 

 

저의 거짓말 방법은 이렇습니다. 진실 90에 거짓 10을 섞는 것이지요. 그리고 일부는 말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20정도 내뱉았다면, 그 거짓말을 보완할 장치들을 80정도 숨겨두는 방법으로 거짓말을 합니다. 다만, 이것은 상대가 제 거짓말을 간파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거나 - 그러니까 부모님 말이죠... - 할때 쓰는 방법이지 웬만하면 그냥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지어냅니다.  

"아.. 그러니까.. 지하철이 막혀서요."

 

 

이 책 <거짓말의 힘>을 읽다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때로는 울컥울컥하기도 하지요.  

'뭐야. 그래서 거짓말은 좋은 거니까 많이 하라고 장려하는거야?'

툴툴 거리면서도 책은 다 읽었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라, 그런데 책을 덮고 리뷰하려니까 책 한 가득 옳은 말씀이 써있지 뭔가요. 도덕심으로 똘똘 뭉친 내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고, 변명하고, 좋은게 좋은거라며 진실을 왜곡하려는 행태가 마음에 안들어서 이게 무슨 책이야!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리뷰를 하려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언제나 거짓을 말할 준비가 되어있는 나이기 때문에 이 책이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된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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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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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탈바꿈에 성공해서 나비가 되어야 하는 애벌레들이다. 나비가 되고 나면 날개를 펼쳐 빛을 향해 날아가야 한다.   

 -p.30

 

불멸의 에너지 빛. 이 무한한 에너지를 이용해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찾아가는 천년의 여정의 시작. 천재 발명가이자 엔지니어인 이브의 아이디어와 설계에, 폐암에 걸렸지만 이상하리만큼 긍정적인 성향의 억만장자 맥 나마라가 투자를 하면서 이브가 꿈꿔왔던 우주로의 대항해가 구체화 됩니다.

 

이브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해 좌절중이었던 천재 여성 항해사 엘리자베트가 좌절을 딛고 항해사가 되고, 생태학과 심리학 전문가 바이스의 우주선내 생활이 구체화 될 무렵, 이브의 비서였던 사틴이 연애문제로 인해 프로젝트에서 하차합니다.

 

천쌍의 인간을 태우고 항해하려고 했던 것이 결국엔 엄선된 14만 4천명의 인간과 각종 동식물을 태우고 가는 엄청난 큰 계획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그들이 찾아 떠나려는 별은 지구시간으로 천년이 걸리는 곳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천년이라고 하면, 거의 50세대입니다. 그들은 황폐해지고, 사악해지고, 파멸로 치닫는 지구 대신에 아름답고, 서로 사랑하며 폭력이 없는 그런 땅을 찾아 떠나려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주선이 날아오르기 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마터면 정부의 군인들 때문에 발사 조차 불가 할 뻔 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파피용은 날아오릅니다. 이제부터 새로운 천년의 시작입니다.

 

읽기 시작할 때 까지만해도 이렇게 흥미진진한 소설일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앞의 몇장을 읽어보고 재미없으면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손에서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읽다보니 노아의 방주도 생각나고, 월-e도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결국 창세기까지 생각나더군요.

이 책의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입니다.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그렇게 쉬이 바뀌는 것이 아닌가봅니다. 부드러운 인공태양과 생태계. 서로 협력하며 구속적이지 않고 평화로운 파피용의 세계에서 이변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자율적이고, 비폭력적이고, 굳은 의지가 있고, 사회성이 있고, 건강하고, 젊고, 부양가족이 없으며, 한가지 전문분야가 있을 것이라는 기준으로 뽑은 사람들이었지만, 결국에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갖은 나쁜 일들을 벌이게 됩니다. 지구라는 큰 공간에서 파피용이라는 작은 공간은로 옮겨지기만 했을 뿐. 최초의 사건이었던 치정살인부터 시작하여, 폭동, 폭력, 전쟁, 암투등이 일어납니다. 희망을 향해 떠났던 이 배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절망으로 치닫습니다.

 

그리고 천년 후 그들의 후손은 이브가 찾고자 했던 별을 발견합니다.

그 곳에서 새로운 지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부디 아름다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보지만, 결코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도 동시에 듭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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