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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ㅣ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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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미국에서는 금주령이 발효됩니다. 제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곡류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에도 술통에서는 향기로운 술이 익어만 갔으니 그랬을테지요. 이 금주령은 농민들, 기독교인들, 노동자의 음주를 못마땅해 하던 산업 자본가들가들의 환영을 받았으며, 나아가서는 인종차별주의자들도 이 금주령을 지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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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디오니소스가 건재하는 한 (물론 디오니소스는 와인의 신이지만) 세상에서 술을 없앨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영조때 금주령 이후로 밀주의 제조가 이루어졌듯이 미국의 어두운 곳에서도 밀주를 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질 좋은 술 대신 가난과 괴로움을 이겨내고자, 혹은 시름을 잊고자 밀주를 찾았고, 저품질의 밀주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고품질의 밀주는 쾌락만을 주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고품질의 밀주는 다른 의미에서 사람을 죽였지요.
그것도 악화일로의 범세계적 경제 위기 와중이었다. 경제 위기의 충격은 매번 커졌고, 날마다 달마다 더욱 심각해졌다. 사람들은 직장과 주거와 희망을 바랐지만, 그 어느 것도 가망이 없자 술에 의존 했다.
악은 불경기가 없다.
p.392
사실 금주령을 추친한 사회 지배층은 술을 마시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돈이 있었으니까요. 1920년~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아도 상류층의 파티에 술은 끊이지 않습니다. 술의 합법적인 제조, 판매가 금지되면서 갱단이 고품질의 밀주를 생산하고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알 만한 이름 알 카포네도 이 때 밀주를 유통해서 시카고 갱단의 중심이 되지요.
데니스 루헤인의 신작 소설 <리브 바이 나이트>는 이런 시대적 배경으로 한 청년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1919년 보스턴 경찰 해산 이후로 경찰인 아버지의 아들 셋은 뿔뿔이 흩어져 제 살길을 찾아갑니다. 그 중 막내 아들인 조 커클린은 인생은 한방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밤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하찮은 건달생활중에 그는 자신의 인생을 뒤바꿀 여자와 만났고,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지역의 보스 앨버트 화이트의 여자였습니다. 그 여자 에마와 조는 은행을 턴 돈을 가지고 달아나기로 하지만, 에마는 조를 앨버트에게 넘깁니다.
조는 경찰에의해 겨우 목숨을 건지지나 은행을 털 때 조의 동료가 쏜 총에 의해 경찰이 사망한 사건으로 감옥에 가게 됩니다. 게다가 에마는 행방불명. 아마도 앨버트가 살해했을거라고 추측합니다. 어쨌든 감옥에 가게 되어 개과천선했으면 좋으련만, 알다시피 감옥은 또 하나의 어두운 세상입니다. 그 곳에서 조는 마소 페스카토레를 만납니다.
아버지는 조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법도 수호하고 싶었습니다. 아들이 법을 어기는 것을 막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막내아들 조지프야. 내 방탕한 낭만이자 성마른 심장아, 이제 내가 그들에게, 최악의 악마들에게 그 법칙을 깨닫게 해 주어라. 그러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나약함으로, 도덕적 과실로, 의자박약으로 죽는 게 낫구나.
내 너를 위해 기도하마, 권력을 잃으니 이제 기도만 남았구나. 이제 내겐 그 어떠한 권력도 없단다. 저 화강암 담벼락 너머에 손이 닿지도 않고, 시간을 늦추거나 멈출 수도 없단다. 아니, 이 순간, 지금이 몇 시 인지조차 모르겠으니.......
p.185
아버지는 스스로 죽음으로서 막내아들 조를 타락에서 구하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그것은 조를 더욱 깊은 어둠의 세계로 빠지게 했을 뿐입니다.
"그럼 뭐가 문제지?"
"밤, 밤은 나름의 규칙이 있어."
"낮에도 규칙은 있지."
"오, 알아..... 하지만 난 낮의 규칙은 싫어."
p.217
낮의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기에 조는 이미 너무 깊은 곳까지 와버렸던 모양입니다. 아버지의 죽음도, 형의 권유도 그를 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고리대금업자한테 빚을 갚지 않으면 다리를 부러뜨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은행도 사람들을 집에서 쫓아내잖아? 그런데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은행은 자기 일을 하는거고 고리대금업자는 범죄자라는 식으로. 내가 고리대금 업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착한척하지 않기 때문이야. 오히려 은행가들이 지금 이곳에 들어앉아야해. "
p.218
조는 먼저 출소한 마소의 도움으로 2년만에 세상에 나옵니다. 하지만, 그가 나온 세상은 밝고 낭만적인 낮의 세상이 아니라 감옥에서 배운 밀주만들기를 바탕으로 한 세력다툼의 세계. 즉 밤의 세계였습니다. 세상으로 나온 조는 더이상 건달이 아닙니다. 한세력의 수장. 보스입니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그녀는 또 다른 여자를 만나고, 어두움을 살아갑니다.
이야기는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