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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클래식 보물창고 18
알베르 카뮈 지음, 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3월
평점 :
내가 분명 이 자리에 있는데, 어쩐지 주변이 낯설다기 보다는 내가 그들에게 낯선 존재인건 아닌가.. 난 어울리지 않는 존재인건가.. 하는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종종 그런 것을 느낍니다. 이 자리에 있어도 괜찮은건가. 어떻게든 어색하지 않게 굴어야해. 하지만, 이내 어색해지고, 입을 다물고 눈치를 봅니다. 그런 제가 싫습니다.
스스로가 이방인이라는걸 인식한다는건 무척 씁쓸한 일입니다.
하지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자신이 다르다는 걸 잘 몰랐습니다. 무언가 약간 결여된 그런 느낌.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조차 슬픔을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미워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어머니의 부음 소식을 들었을 때 못마땅한 얼굴로 휴가를 준 사장이 신경쓰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장례식 날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주인공 뫼르소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는 외로운 존재는 아니었을겁니다. 그 중, 폭력적이며 소유욕이 강한 레몽이라는 청년이 단연 눈에 띕니다. 그는 애인을 때렸고, 그 때문에 그의 동생인 아랍인에게 보복을 당할 뻔 합니다. 레몽은 애인을 '당연히'때릴 정도로 폭력에 무감각합니다. 다만, 자신이 맞는건 싫었지요. 때문에 바닷가의 레쏭네 집으로 놀라갔을 때 접근해 온 두명의 아랍인들 때문에 긴장합니다. 그리고 결국, 뫼르소의 손에 쥐어준 레몽의 총이 그로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게 만들지요.
나는 내 이마에서 태양이 심벌즈처럼 울려대는 것밖에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희미하게, 여전히 내 바로 앞에 있는 칼에서 분출되는 번쩍이는 양날 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 불타는 검이 내 속눈썹을 물어뜯고 고통스런 내 눈을 후벼 대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모든 것이 비틀거렸다. 바다는 두텁고 뜨거운 숨결을 휩쓸어왔다. 불이 내리도록 하늘이 활짝 열리는 것만 같았다. 나의 온 존재가 긴장했고, 내 손은 권총을 꽉 쥐었다. 방아쇠가 굴복했고, 내 손은 권총 자루의 반들반들한 배에 닿았다. 바로 거기서, 메마르면서도 귀를 멍하게 하는 소음 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뒤흔들었다. 낮의 안정, 내가 행복을 느꼈던 해변의 특별한 침묵을 내가 파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꼼짝도 않는 몸에다 또 네 발이나 쏘아 댔다. 보이지 않게. 총알들이 몸속에 박혀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차례의 짧은 노크 같았다.
- p.74
뫼르소는 왜 사람을 죽였을까요.
주인공 뫼르소는 사람의 감정이나 사람을 잘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의 흐름은 건조하고 묘사가 별로 없습니다. 다소 딱딱하게 진행됩니다. 어떤 깊이 보다는 현상, 그리고 상황에 주목합니다. 아마도 주인공인 뫼르소 즉, '나'의 성격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화자인 '나'는 열려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생각 구조는 무척 독특합니다.
25년만에 돌아온 남자가 어머니와 누이를 놀라게 하려고 정체를 감추고 방을 하나 잡고 돈자랑을 했고, 그 돈이 탐났던 어머니와 누이는 그를 죽여 돈을 뺐습니다. 다음날 자신들이 죽인자가 누군가를 알고 어머니와 누이는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은 뫼르소는 모녀의 부도덕을 탓하거나 비극을 슬퍼하는 대신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수천 번은 읽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 이야기가 사실 같지 않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웠다. 어쨌든 나는 그 여행객이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하며, 절대로 장난을 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p.95
이러한 그의 독특한 성격과 생각구조탓이었는지, 법원에서의 상황 역시 특이하게 흘러갔습니다. 재판은 그가 아랍인을 죽인 것 보다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가 슬퍼하지 않았다는 것에 촛점이 맞춰지는 듯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변호인도 그런말을 했을까요.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은 것 때문에 기소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결국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은 이유는 살인 때문이 아니라 장례식에서 슬퍼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른 사람과 감정이 다른 존재. 장례식때 슬퍼하지 않았으며, 애도하지 않았고, 태양이 너무 뜨거워 4발이나 더 쏘았고, 신부님께 고해하지도 않았기에 그는 <이방인>이었던 것인가봅니다.
그는 '체'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솔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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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덜 외롭다고 느껴지도록, 내게 아직도 바랄 것이 남아 있었다.
내가 처형되는 날, 구경꾼들이 많이 와서,
나를 증오의 외침으로 맞아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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