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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3년 10월
평점 :
부동산 시장은 국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 국민들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국민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부동산 정책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고 계획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물론 우리 서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답답하고 부족한 점들이 많아서 씁쓸하지만요.
과거에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 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출 규제, 부동산 세금 인상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기 위해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출 규제 완화, 부동산 세금 인하 등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의 정반대 정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긴 합니다. 이러한 규제 완화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어쨌든, 정부의 지침이 정확하게 서민을 위해서 제대로 돌아간 적은 역사 이래로 거의 없으니 뭐가 정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종종 우리는 있는 사람들만 해먹으려고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법의 허점을 노리고 전세 사기를 치는 놈들도 나타나곤 하니 답답할 노릇이죠.
과거를 돌아보아야 현재 그리고 미래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신간 도서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을 읽었으면 합니다. 이 책의 1부는 조선 땅의 역사를 다루고 2부는 집의 역사를 다룹니다.
하지만 토지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역사에 기록되었기에 1부와 2부의 분량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토지에 대한 개념도 달랐고, 집에 대한 소유 문제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수도권 집중, 인구 과열 현상은 이미 조선 때부터 시작되었었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마르크스나 신진사대부의 토지개혁론은 '토지를 주인에게 돌려주자'라는 취지는 동일합니다. 다만, 마르크스는 토지의 사적 허용을 막아 부를 일정하게 분배하자는 의미였고, 신진사대부의 취지는 왕토사상, 즉 나라의 모든 땅의 주인은 왕이라는 이념으로 토지의 국가 귀속을 뜻합니다.
신진사대부가 제 배를 불리기 위해서 주장했다기보다는 공자의 '시경'에서 유래한 내용이 근본으로 동아시아와 한반도 역사를 관통하는 이치였습니다. 나라의 땅을 백성이 사용하니 마땅히 세금을 내야 한다. 즉, 조세의 근거가 되었던 거죠.
이 개념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면, 이 책을 무척 읽기 쉬워집니다. 수신전에서 휼양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태종의 과전법에서 세조 직전법으로 변하는 조선 초기의 부동산 정책 변화부터 시작해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를 쭉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조선 시대에는 어쩐지 양반은 잘 살고 중인은 더 잘 살고, 평민부터 천민까지는 근근이 살아가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을 읽다 보니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극에서는 일부 몰락한 양반의 일상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실은 그보다 많은 양반들이 곤란을 겪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1부의 말미에서는 한눈에 보는 조선 땅의 역사를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사진인데요, 정말 제대로 요약해두었습니다. 려말선초에서 강력하게 단행했던 토지 정리 문제부터 이후에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들. 토지개혁을 하려고 했으나 불발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사회 시스템 등을 정말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렸습니다.
2장에서는 주택 문제에 대해 다룹니다. 실거주자가 집 지을 땅을 받는다는 거자유대(居者有垈) 원칙이 세종실록과 경국대전에 명시되어 있는데, 조선의 주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풍수지리가 완벽한 한양에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도성 거주자에 대한 우대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한양에 사는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면 바로 나라가 위험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혜택을 주는 수도에 살기를 원했지만 집터는 한정적이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임대 제대로 전무한 상태에서 수요가 높으니 가격이 상승하여 웬만해서는 집을 구할 수 없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이러다가 한양에서 밀려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산자락까지 불법 가옥 건축이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경국대전에서는 지금 말로는 그린벨트를 지정해 풍수에 따른 기가 쇠하는 걸 막았습니다.
연산군 때부터 임시 거주를 위한 '세'놓는 집이 생기기 시작했고, 17세기 이후 임대 제도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세 사기를 치는 사람도 발생했으니, 예나 지금이나 나쁜 사람들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은 부동산에 대해서 전혀 몰라도, 역사의 흐름이나 지식이 없어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도서입니다. 제가 바로 그 두 가지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라 처음 이 책을 여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었습니다. 혹시나 어려우면 어쩌나, 지루하면 어쩌나 하며 갈등했었죠.
하지만 스토리텔링도 좋고 저자의 필력도 상당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즐겁게 읽어나갔습니다. 점점 지식이 쌓이면서 과거와 현재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당장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토지와 주택 제도를 통해서 현재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에서도 조선시대의 제도를 통해서 지금의 정책을 논하며 미래를 항한 비전을 제시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국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거의 부동산 정책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고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또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조선보다는 지금이 신문고를 두들기기에 더 쉬운 시대이기에 책을 통해 지식을 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도서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정치권에 계신 분들도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