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사사키 아이 지음, 양하은 옮김 / 모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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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20대 초반, 아니 후반까지도 사람에, 인생에 미숙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은 다 제대로 된 길을 걷는데, 나만 이상하게 - 그러니까 차선을 밟으며 정속 주행하는 자동차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대체로 모범적으로 생활하며 크게 엇나간 건 아니지만, 어딘가 조금 잘못된 것 같은 느낌.

 

세월이 지나면서 이런 기억들은 흑역사가 되고, 누가 알면 부끄러운 일들이니 내 기억에서도 삭제해버렸습니다. 그런데, 10대부터 20대 초반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라는 소설로 인해 다시 한번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버렸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죠. 흑역사니까 떠올리지 말자던 그때의 이야기가 실은, 반짝이며 빛났던 추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일들 혹은 동경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이 경험한 것들을 저도 겪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꼬장꼬장한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떼잉, 쯧쯧. 할 법한 일이라도, 이들 사이에 스며들면 모두 아련하고 아프며 반짝이는 청춘의 한 페이지가 된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꼈습니다.

 

가슴이 저미거나 시린 사랑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 한 귀퉁이에 감춰 놓았던 무언가가 콕콕하고 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아이는 10대 시절을 끝내고 20대가 되었지만 - 어쩌면 공부하고 덕질만 하던 녀석보다는 제가 더 이 소설에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는 네 개의 단편이 들어 있습니다.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봄은 미완', '악보를 못 읽는다', 지독한 마침표'는 각각의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며 사랑 혹은 동경을 담았습니다. 1020 이때의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저를 과거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과하지 않은 표현으로도 주인공들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던 건 저자 사사키 아이의 필력인지 옮긴이의 실력인지 궁금합니다. 잔잔한 사랑 이야기,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각각의 단편 사이에 간격을 두고서 추억을 곱씹는다면, 더욱 맛있는 소설이 될 것입니다.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고등학교 3학년, 입시를 앞두고 있는 오사다는 오가와와 친해지며 함께 공부를 합니다. 오가와는 자신만의 비밀이지만, 공부를 하기 전에 '죽순 마을'이라는 과자를 잔뜩 먹고 그 달콤함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시험을 보다가 막히면 그 맛을 떠올리고, 그러면 공부했던 게 기억난다는 나름대로의 이론이었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에 나온 이야기를 직접 실험으로 옮긴다는 발상인데요, 오사다는 '죽순 마을'과 반드시 짝꿍처럼 전시되는 '버섯산'을 먹으며 오가와의 실험에 동참합니다. 도서관에서 각각 죽순 마을과 버섯산을 먹으며 도쿄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합니다.

 

첫 키스는 상상도 못할 곳에서 하자

 

하지만, 이들의 달콤한 첫 키스는 - 어쩌면 누구나 상상할 법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늘 그렇듯이 그들이 원했던 게 아닌 결과로 향하게 됩니다.

 

 

'봄은 미완', '악보를 못 읽는다', 지독한 마침표'는 각각 느낌이 다른 소설이므로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충분히 그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20대에게는 현실에 가까운, 그 이상의 세대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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