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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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시니어 클럽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매주 주말마다 놀러 다니곤 했었어요. 처음에는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와플도 먹는 재밌었지만 나중에는 바쁠 때 일손을 도와드리기도 했었죠. 지금은 그 카페가 없어졌지만 추억만은 방울방울 해요. 가끔은 이건 정말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인지, 아니면 보여주기식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는 괜찮았다 싶어요.



<카페 네버랜드>를 읽으면서 그때의 추억이 돌아왔어요. 제가 다니던 시니어카페는 할머니 네 분이 두 분씩 짝을 지어서 교대 근무를 하던 식이었는데, 카페 네버랜드는 할아버지 네 분이서 함께 근무하죠.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이 만나서 팀을 이루는 건 젊은 층도 힘든 판인데, 오랫동안 각자의 인생을 살아왔던 분들이 모여서 카페를 운영한다? 그건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카페 네버랜드는 이원시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시니어 카페에요. 노인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방식이 아니라 일종의 이윤 재분배 방식이었죠. 일정 매출 이상이 발생하면 인센티브도 생기는 방식이었어요. 보통 기본 시급만 쳐주는 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기획이었어요.



카페 네버랜드의 담당자는 연주.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FM 그 자체의 공무원이에요. 하지만 원래 성격이 그렇다기보다는 성장하면서 점점 마음을 닫았던 결과죠. 엄마가 투병 끝에 돌아가시면서 남들에게만 호인이었던 아버지와의 인연도 끊어버렸어요. 그렇게 마음을 꽉 틀어잠근 연주가 카페 네버랜드의 담당자라니, 이상한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필연이었어요.



연주는 엄마가 어릴 적 사주셨던 피터 팬 책이 유일한 보물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네버랜드에서 연주가 웬디를 맡는 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엄연히 시니어가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피터팬, 시계 악어, 팅커벨, 웬디 모두 어르신들이 하나씩 맡게 되었어요. 처음에 면접을 볼 때만 하더라도 할머니 두 분, 할아버지 두 분을 뽑을 생각이었기에 괜찮은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담당 과장이 켕기는 게 있어서 면접장에 있는 분들을 바로 합격시키는 바람에 할아버지만 네 분 합격하고 말았어요. 하지만 총체적 난국이 있었죠.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던 안수 집사님은 이론만 알지, 왕년에 잘 나갔던 흥신소를 운영한 할아버지는 성격이 모났지... 귀가 잘 안 들리는 분도 계시고, 무뚝뚝해서 손님 응대를 하기 힘들기도 하고... 칼 같은 연주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 될 거라는 건 자명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어르신들에게는 각각의 장점이 있었으니 은연중에 흘러나온 이런 특기 덕분에 갑자기 카페 네버랜드는 이원시 미류동의 핫플레이스가 돼버려요. 어린이에게도 사랑받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할아버지들은 서로 마음을 열면서 열심히 인생 이모작을 하는데... 인생이란 그렇듯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죠.



굳건했던 연주의 마음도 사르르 녹아버린 이 시점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카페 네버랜드.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처음에는 할아버지들의 특성과 좀 황당한 공무원들 때문에 고구마를 잔뜩 먹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풀려가면서 카페 네버랜드의 영업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게 되었죠. 부디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건강하게 사랑받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위기에 이르러서는 저도 화가 나더라고요. 역시 현실 반영이었어! 하지만 힐링 소설답게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며 마무리되었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현실에서의 시니어 사업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많아요. 하지만 정말로 노인들이 행복해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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