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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 - 우리라는 이름의 사랑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1월
평점 :
'완벽'이라는 단어를 만날 때마다 '벽'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는 결론에 달했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참 편안해지는 겁니다.
세상의 기준에 따르자면, 일평생을 완벽하지 않은 가정에서 살아왔고,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래왔던 저에게는 참 힘든 개념이었습니다.
'완벽'보다는 '온전함'을 택한 저는, 거의 비슷한 개념일지는 모르지만 단어에 약간의 따스함을 얹었습니다.
오리여인의 에세이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도 그런 느낌입니다. 평범함 속에서 피어나는 따스한 온기가 주변을 부드럽게 물들이고 편안하게 만듭니다.
이전의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의 신간 에세이는 저자인 오리여인의 더 깊은 이야기, 감정이 실려있어 더 찡한 울림을 느꼈습니다.
비혼 주의였던 오리여인이 어느 날 갑자기 한 남자 '현'을 만나고 사랑을 싹 틔웠으며 결혼이라는 중대한 선택을 하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포근해졌습니다.
'현'은 무척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남자였습니다. - 물론 종종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는 오리여인을 많이 사랑하고 아꼈습니다. 에세이에서 그 감정이 저절로 묻어 나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현'이라는 사람을 제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건,
그녀가 이 남자를 사랑하고 이해하고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 사랑 속에서 소중한 아기를 만났습니다.
이제는 둘이 아니라 셋이서 따스함을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우울증에 괴로워합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어디선가 어두움이 빛을 가리고 어둠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하지만 약을 먹어가면서 보통의 상태를 만들어가며 그들은 그렇게 계속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아이를 키우는 건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입니다. 새로운 세계가 생기고 그 중심에 내가 있지 않은 묘한 감정을 느끼도 합니다. 이런 기분을 온몸으로 기뻐할 수도 있지만, 갑자기 상실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런 감정이 휘몰아치더라도 한 아이의 엄마, 아내 그리고 자신이기에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딸을 처음 만나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배경이나 시기가 모두 다르긴 하지만 '육아'와 '우울'의 감정만은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인데 가끔은 화가 나는 상황. 그걸 쏟아내면 바로 이어서 죄책감이 드는 감정까지.
아이를 낳고 키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아기가 미운 적이 없었습니다. 내내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오로지 나만을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사랑할 세상의 단 한 사람을 나도 사랑하며 끝까지 지키기로 맹세했습니다.
잠을 자지 않아도, 칭얼거려도 충족감을 주지 못한 스스로가 미웠기에
아이 때문에 삶이 무너진 것 같은 슬픔이 아니라,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다는 감정으로 혼란스러웠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완벽한 육아, 완벽한 가정이라는 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삶 속에서 따스함을 느끼고 성장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는
오리여인의 에세이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오리여인과 현, 아기가 함께하는 집에는 내가 평생 갖고 싶어 했던 단 한 가지가 항상 머물고 있습니다.
바로 서로가 아껴주는 '사랑'입니다.
하지만 저도 부럽거나 슬프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 '사랑'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사랑과 행복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거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를 읽으며 자신을 둘러싼 따스함을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연말에 가족이나 친한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사랑스러운 에세이이니 함께 나누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