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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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국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면 국민들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경제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국민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되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부동산 정책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고 계획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물론 우리 서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답답하고 부족한 점들이 많아서 씁쓸하지만요.



과거에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규제 정책이 시행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출 규제, 부동산 세금 인상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기 위해 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대출 규제 완화, 부동산 세금 인하 등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의 정반대 정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차이가 있긴 합니다. 이러한 규제 완화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막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유발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어쨌든, 정부의 지침이 정확하게 서민을 위해서 제대로 돌아간 적은 역사 이래로 거의 없으니 뭐가 정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종종 우리는 있는 사람들만 해먹으려고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법의 허점을 노리고 전세 사기를 치는 놈들도 나타나곤 하니 답답할 노릇이죠.


과거를 돌아보아야 현재 그리고 미래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신간 도서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을 읽었으면 합니다. 이 책의 1부는 조선 땅의 역사를 다루고 2부는 집의 역사를 다룹니다.



하지만 토지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역사에 기록되었기에 1부와 2부의 분량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토지에 대한 개념도 달랐고, 집에 대한 소유 문제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수도권 집중, 인구 과열 현상은 이미 조선 때부터 시작되었었다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마르크스나 신진사대부의 토지개혁론은 '토지를 주인에게 돌려주자'라는 취지는 동일합니다. 다만, 마르크스는 토지의 사적 허용을 막아 부를 일정하게 분배하자는 의미였고, 신진사대부의 취지는 왕토사상, 즉 나라의 모든 땅의 주인은 왕이라는 이념으로 토지의 국가 귀속을 뜻합니다.



신진사대부가 제 배를 불리기 위해서 주장했다기보다는 공자의 '시경'에서 유래한 내용이 근본으로 동아시아와 한반도 역사를 관통하는 이치였습니다. 나라의 땅을 백성이 사용하니 마땅히 세금을 내야 한다. 즉, 조세의 근거가 되었던 거죠.



이 개념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면, 이 책을 무척 읽기 쉬워집니다. 수신전에서 휼양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태종의 과전법에서 세조 직전법으로 변하는 조선 초기의 부동산 정책 변화부터 시작해 조선 말기에 이르기까지를 쭉 따라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조선 시대에는 어쩐지 양반은 잘 살고 중인은 더 잘 살고, 평민부터 천민까지는 근근이 살아가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을 읽다 보니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극에서는 일부 몰락한 양반의 일상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실은 그보다 많은 양반들이 곤란을 겪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1부의 말미에서는 한눈에 보는 조선 땅의 역사를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바로 아래에 있는 사진인데요, 정말 제대로 요약해두었습니다. 려말선초에서 강력하게 단행했던 토지 정리 문제부터 이후에 발생한 여러 가지 사건들. 토지개혁을 하려고 했으나 불발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사회 시스템 등을 정말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그렸습니다.


​2장에서는 주택 문제에 대해 다룹니다. 실거주자가 집 지을 땅을 받는다는 거자유대(居者有垈) 원칙이 세종실록과 경국대전에 명시되어 있는데, 조선의 주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풍수지리가 완벽한 한양에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이는 도성 거주자에 대한 우대 정책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한양에 사는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면 바로 나라가 위험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혜택을 주는 수도에 살기를 원했지만 집터는 한정적이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임대 제대로 전무한 상태에서 수요가 높으니 가격이 상승하여 웬만해서는 집을 구할 수 없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이러다가 한양에서 밀려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산자락까지 불법 가옥 건축이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경국대전에서는 지금 말로는 그린벨트를 지정해 풍수에 따른 기가 쇠하는 걸 막았습니다.



연산군 때부터 임시 거주를 위한 '세'놓는 집이 생기기 시작했고, 17세기 이후 임대 제도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세 사기를 치는 사람도 발생했으니, 예나 지금이나 나쁜 사람들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은 부동산에 대해서 전혀 몰라도, 역사의 흐름이나 지식이 없어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도서입니다. 제가 바로 그 두 가지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라 처음 이 책을 여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했었습니다. 혹시나 어려우면 어쩌나, 지루하면 어쩌나 하며 갈등했었죠.



하지만 스토리텔링도 좋고 저자의 필력도 상당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즐겁게 읽어나갔습니다. 점점 지식이 쌓이면서 과거와 현재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당장 바뀌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토지와 주택 제도를 통해서 현재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에서도 조선시대의 제도를 통해서 지금의 정책을 논하며 미래를 항한 비전을 제시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국가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과거의 부동산 정책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고 계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또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조선보다는 지금이 신문고를 두들기기에 더 쉬운 시대이기에 책을 통해 지식을 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도서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정치권에 계신 분들도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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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사사키 아이 지음, 양하은 옮김 / 모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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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20대 초반, 아니 후반까지도 사람에, 인생에 미숙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은 다 제대로 된 길을 걷는데, 나만 이상하게 - 그러니까 차선을 밟으며 정속 주행하는 자동차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대체로 모범적으로 생활하며 크게 엇나간 건 아니지만, 어딘가 조금 잘못된 것 같은 느낌.

 

세월이 지나면서 이런 기억들은 흑역사가 되고, 누가 알면 부끄러운 일들이니 내 기억에서도 삭제해버렸습니다. 그런데, 10대부터 20대 초반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라는 소설로 인해 다시 한번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버렸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알게 되었죠. 흑역사니까 떠올리지 말자던 그때의 이야기가 실은, 반짝이며 빛났던 추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요.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일들 혹은 동경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들이 경험한 것들을 저도 겪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꼬장꼬장한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떼잉, 쯧쯧. 할 법한 일이라도, 이들 사이에 스며들면 모두 아련하고 아프며 반짝이는 청춘의 한 페이지가 된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꼈습니다.

 

가슴이 저미거나 시린 사랑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 한 귀퉁이에 감춰 놓았던 무언가가 콕콕하고 쪼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아이는 10대 시절을 끝내고 20대가 되었지만 - 어쩌면 공부하고 덕질만 하던 녀석보다는 제가 더 이 소설에 가까운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는 네 개의 단편이 들어 있습니다.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봄은 미완', '악보를 못 읽는다', 지독한 마침표'는 각각의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며 사랑 혹은 동경을 담았습니다. 1020 이때의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저를 과거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과하지 않은 표현으로도 주인공들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던 건 저자 사사키 아이의 필력인지 옮긴이의 실력인지 궁금합니다. 잔잔한 사랑 이야기,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각각의 단편 사이에 간격을 두고서 추억을 곱씹는다면, 더욱 맛있는 소설이 될 것입니다.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고등학교 3학년, 입시를 앞두고 있는 오사다는 오가와와 친해지며 함께 공부를 합니다. 오가와는 자신만의 비밀이지만, 공부를 하기 전에 '죽순 마을'이라는 과자를 잔뜩 먹고 그 달콤함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공부를 한다고 합니다. 시험을 보다가 막히면 그 맛을 떠올리고, 그러면 공부했던 게 기억난다는 나름대로의 이론이었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에 나온 이야기를 직접 실험으로 옮긴다는 발상인데요, 오사다는 '죽순 마을'과 반드시 짝꿍처럼 전시되는 '버섯산'을 먹으며 오가와의 실험에 동참합니다. 도서관에서 각각 죽순 마을과 버섯산을 먹으며 도쿄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합니다.

 

첫 키스는 상상도 못할 곳에서 하자

 

하지만, 이들의 달콤한 첫 키스는 - 어쩌면 누구나 상상할 법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늘 그렇듯이 그들이 원했던 게 아닌 결과로 향하게 됩니다.

 

 

'봄은 미완', '악보를 못 읽는다', 지독한 마침표'는 각각 느낌이 다른 소설이므로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충분히 그 맛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20대에게는 현실에 가까운, 그 이상의 세대에게는 추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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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뛴다
유준상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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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뛴다>는 유준상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입니다.


저는 그를 영화인이자 뮤지컬 배우로만 알고 있었지만, 뮤지션 활동을 한지도 제법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일에 열정을 바치며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 이 책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쓰기 시작한 일지를 정리하고, <바넘; 위대한 쇼맨〉의 공연 일지 전문을 넣었습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명문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유준상의 에세이를 읽으며 잠시나마 그의 생각 속으로, 사고 구조로 들어갔다 온 것 같은 감상을 줍니다. 특히 그의 뮤지컬 팬이라면 공연마다 그가 느꼈을 고민과 감정에 깊이 젖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유준상은

뮤지컬 Love&Luv로 1997년 데뷔했으며, 영화로는 텔 미 썸딩이 데뷔작이었습니다. 이후 많은 작품에 주조연으로 참여했습니다. 뮤지컬은 제가 본 게 없어서 논하기 곤란하지만, 많은 팬과 평론가, 연출가로부터 사랑받는 배우라는 것만은 알고 있습니다.



저는 영화 이끼에서 그의 존재를 강하게 느꼈던 것 같은데요, 필모를 확인해 보니 의외로 그가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본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이며 목소리, 표정까지 모두 생생한 건 그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배우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필모를 못 본 것은 제가 치중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지 유준상의 활약이 더뎠던 건 아닙니다. 그는 데뷔 이후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서 100여 편에 가까운 작품 활동을 해왔으니까요. 열정이 가득하고 언제나 행동으로 옮기는 그가 전하는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담은 유준상 에세이 <나를 위해 뛴다>는 많은 생각을 주었습니다.



스무 살 이후 꾸준히 써온 일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를 계속 읽으면서 돌아본다는 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함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배우는 일지를 써야 한다."라는 스승님의 말에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써나가면서 있었던 일, 느꼈던 점, 무대에 오르는 감정 그리고 후회, 다시 일어나는 패기 등을 적어나갔습니다.



유준상 에세이 <나를 위해 뛴다>는 2015년부터의 일지를 정리하고, 열한 편의 에세이를 추가해서 만든 책입니다. 그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었던 초반부는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읽기에 조금 간지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가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중반부부터는 긴 글로 표현된 좋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유준상 에세이를 덮고 생각해 보면, 정말 그는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어쩌면 50이 넘도록 모든 일에 충실하며 꾸준히 달릴 수 있었던 걸까, 그 끈기와 의지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보는 그는 지금 꽉 찬 삶을 살고 있지만 유준상 에세이를 통해서 그런 모습들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정직하게 이어왔던 삶을 살아가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에 '유준상'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이어가는 아름다운 삶이 궁금하다면, <나를 위해 뛴다>를 만나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일 팬이라면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그의 속마음이 담긴 유준상 에세이를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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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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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시니어 클럽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매주 주말마다 놀러 다니곤 했었어요. 처음에는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와플도 먹는 재밌었지만 나중에는 바쁠 때 일손을 도와드리기도 했었죠. 지금은 그 카페가 없어졌지만 추억만은 방울방울 해요. 가끔은 이건 정말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인지, 아니면 보여주기식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는 괜찮았다 싶어요.



<카페 네버랜드>를 읽으면서 그때의 추억이 돌아왔어요. 제가 다니던 시니어카페는 할머니 네 분이 두 분씩 짝을 지어서 교대 근무를 하던 식이었는데, 카페 네버랜드는 할아버지 네 분이서 함께 근무하죠.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이 만나서 팀을 이루는 건 젊은 층도 힘든 판인데, 오랫동안 각자의 인생을 살아왔던 분들이 모여서 카페를 운영한다? 그건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카페 네버랜드는 이원시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시니어 카페에요. 노인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방식이 아니라 일종의 이윤 재분배 방식이었죠. 일정 매출 이상이 발생하면 인센티브도 생기는 방식이었어요. 보통 기본 시급만 쳐주는 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기획이었어요.



카페 네버랜드의 담당자는 연주.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FM 그 자체의 공무원이에요. 하지만 원래 성격이 그렇다기보다는 성장하면서 점점 마음을 닫았던 결과죠. 엄마가 투병 끝에 돌아가시면서 남들에게만 호인이었던 아버지와의 인연도 끊어버렸어요. 그렇게 마음을 꽉 틀어잠근 연주가 카페 네버랜드의 담당자라니, 이상한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필연이었어요.



연주는 엄마가 어릴 적 사주셨던 피터 팬 책이 유일한 보물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네버랜드에서 연주가 웬디를 맡는 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엄연히 시니어가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피터팬, 시계 악어, 팅커벨, 웬디 모두 어르신들이 하나씩 맡게 되었어요. 처음에 면접을 볼 때만 하더라도 할머니 두 분, 할아버지 두 분을 뽑을 생각이었기에 괜찮은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담당 과장이 켕기는 게 있어서 면접장에 있는 분들을 바로 합격시키는 바람에 할아버지만 네 분 합격하고 말았어요. 하지만 총체적 난국이 있었죠.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던 안수 집사님은 이론만 알지, 왕년에 잘 나갔던 흥신소를 운영한 할아버지는 성격이 모났지... 귀가 잘 안 들리는 분도 계시고, 무뚝뚝해서 손님 응대를 하기 힘들기도 하고... 칼 같은 연주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 될 거라는 건 자명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어르신들에게는 각각의 장점이 있었으니 은연중에 흘러나온 이런 특기 덕분에 갑자기 카페 네버랜드는 이원시 미류동의 핫플레이스가 돼버려요. 어린이에게도 사랑받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할아버지들은 서로 마음을 열면서 열심히 인생 이모작을 하는데... 인생이란 그렇듯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죠.



굳건했던 연주의 마음도 사르르 녹아버린 이 시점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카페 네버랜드.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처음에는 할아버지들의 특성과 좀 황당한 공무원들 때문에 고구마를 잔뜩 먹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풀려가면서 카페 네버랜드의 영업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게 되었죠. 부디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건강하게 사랑받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위기에 이르러서는 저도 화가 나더라고요. 역시 현실 반영이었어! 하지만 힐링 소설답게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며 마무리되었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현실에서의 시니어 사업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많아요. 하지만 정말로 노인들이 행복해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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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gusto: the cookbook
강윤주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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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관련 자격증이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제법 경력 있는 주부랍니다. 처음 요리책을 샀던 게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거 같아요.



스프링 철로 된 테마별 요리책이었는데 몇 달에 한 권씩 사곤 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 때는 바인더 북으로 된 열몇 권짜리 요리 전집을 구입했었어요.



지금은 다양한 음식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책이 별로 없어요. 그냥  주간 식단을 짜놓고 비슷비슷한 테마로 조리하는데요, 그래도 가끔은 뭔가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이번에 <더 쿡북 studio gusto: the cookbook>을 만났어요. 제법 묵직한 하드커버의 요리책이에요. 슬라이드 케이스까지 있어서 제법 있어 보이는 느낌이었죠.


비닐로 밀봉된 책을 꺼내서 스르륵 열어본 순간! 표지부터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겨왔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죠.


테마별로 정리된 목차부터 무척 럭셔리했어요.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받은 거 같은 기분이었죠. 천천히 훑으며 책에 대해서 음미했어요. 좋은 책이라는 거, 시작부터 알 수 있었죠.



실은 그동안 간단한 요리책이나 조리법 영상은 종종 보곤 했어요. 뭔가 한 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거 있잖아요.



몇 분 안에 후다닥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책들이 참 잘 나와있어요. 그런 책도 무척 편해요. 단순화시켜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법이 실려있으니 당장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단순함과는 거리가 먼 요리들이 들어있었어요. 책을 저술한 셰프님께서 다양한 파트의 메뉴를 섭렵하신 분이시라서 책도 버라이어티하게 구성되어 있었죠.



페이지를 넘기면서 설레고 두근거렸어요. 당장 만들 수 없는 음식들도 있었지만 5년 뒤를 상상하며 넓은 조리대 위해서 마음껏 요리하는 저 자신을 상상하면서 희망과 꿈을 꾸었어요.


만드는 법은 무척 친절하게 설명되었어요. 페이지의 맨 위에는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처럼 어떤 용도에 어울리는지 나와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 아래에는 바로 요리명이 적혀있는데요, 직관적으로 어떤 재료가 메인인지 그리고 어떤 조리법을 썼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왼쪽에는 재료와 분량이 적혀있고 이어서 레시피가 함께 제공되었어요. 그리고 조리의 팁도 곁들였죠.


이 책은 정통 조리나 거의 그러한 것들을 수록했기 때문에 생초보라면 어려울 수 있어요. 생소한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조리법이 디테일하지 않기 때문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죠. 하지만 재료와 분량이 무척 디테일한데다가 조리과정은 사진으로도 표기되었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만들 수 있어요.




음식에 취미가 있거나 많이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구성이 잘 되었어요. 무려 127개의 레시피가 들어있으니 나름대로 코스요리 구성도 가능하답니다. 특별한 날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줄만한 레시피북이죠.


​저 역시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던 음식들이 잔뜩 있는데, 재료나 기구만 있다면 시도해 보고 싶지 뭐예요. 실은 책 리뷰하면서 음식도 만들어서 같이 선보일까 했었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아쉬워요.



그래서 전업주부가 되면 <더 쿡북 studio gusto: the cookbook>에 수록된 음식들을 하나씩 만들어볼까 해요.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에는 특별한 날 하나씩 만들면서 감을 잡아볼까 해요.



책은 너무나 소중하고 손상 없이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워요. 책을 꼬옥 안아들고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몰라요.




이 책을 사용할 때에는 레시피를 따로 포스트잇에 옮겨 적어가며 쓸 거예요. 혹시나 조리 국물이나 기름기, 양념 같은 게 튄다면 너무나 슬플 거 같거든요.



요리하기를 즐기는 분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정통 요리책 <더 쿡북 The Cookbook>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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