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96일 - 유괴, 감금, 노예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은 자유
나타샤 캄푸쉬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1998년 3월 2일 오스트리아 빈. 학교에 등교하던 열살의 여자아이 나타샤 캄푸쉬는 유괴를 당했습니다. 당시 오스트리아, 독일등에서는 어린이 납치, 유괴, 살해, 아동포르노등의 범죄가 연쇄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던 터라, 나타샤는 자신도 끔찍하게 유린당하다가 죽고 말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아이가 납치 당하기 전의 가족의 상황을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가정 불화가 있었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엄마의 사랑도 덜 받고 있었거든요. 어쩌면 이제 사춘기가 되려고 준비중이던 아이의 불안한 감정까지 더해져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했을테지요. 납치당하던 날 아침도, 전날 엄마와 안좋았던 일 때문에 제대로 인사하지 않고 집에서 나섰습니다.
이 아이는 학교에서나, 부모에게서나 안전교육을 참 잘 받은 아이였습니다.
낮선사람과 이야기하지 않기, 따라가지 않기, 다른 사람의 차를 타지 않기.. 그럴 수 밖에 없던 것이 사건이 일어나기 몇달 전, 삼촌이 조카를 유괴하여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아이를 살해, 유기 한 사건이 발생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녀는 납치당합니다. 그냥 .. 아이를 들어올려 짐차에 태우고 차를 출발시키는 방법으로 범인은 소녀를 납치합니다. 소녀가 5평방미터의 지하 방 안에 갖힐 때 까지만 해도, 이렇게 오랜 세월. 그러니까 3096일 동안이나 이 안에 갖혀 있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처음엔 그냥 단지 가둬둘 뿐이었습니다. .......라고 표현해서는 안될 것 같네요.
5평방미터의 지하방이란, 퀴퀴하고, 습하고, 조그만 환풍기를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공기, 빛이라고는 천장에 달린 알전구의 빛 밖에 없었으니까요.
빛은 범인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환풍기의 끼익끼익 칼가는 소리 같은.. 그런 소음은 일종의 고문이었습니다.
독방 감금과 감각 박탈이라는 고문은 사람의 모든 기관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일종의 장애가 생기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그래도 나았습니다.. 채찍보다는 당근이 많았거든요.
그러나, 그녀의 초경이후.. 다시 말해 어린이가 아가씨가 되어가자 범인의 상태는 점점 안좋아졌습니다.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보아 범인은 성인 여성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강박증 같은 것도 있었고,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범인은 그녀의 모든 것을 통제합니다.
가혹한 폭력, 감금, 노예생활, 굶주림.... 그 모든 것을 견뎌내며 그녀는 탈출의 기회를 엿봅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본 사람이 있다면 이해하겠지만 -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 모두 - 탈출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닙니다.
상대는 보이는 곳에서,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것을 통제하고 지배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자신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잘못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러나 열살의 어린 소녀였던 나타샤가 18세의 아가씨가 되고 반년이나 지난 어느날, 범인이 잠시 전화를 받는 사이에 탈출에 성공합니다.
극적인 탈출이었지요. 그리고 범인은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합니다.
탈출하여 자유가 된 나타샤는.. 여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세상은 그녀를 다시 가두려 합니다.
저는 보통 책의 모든 내용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서죠.
그치만, 오늘은 모든 줄거리를 - 이 책이 가진 모든 폭력성은 이야기 하지 못했지만 - 이야기 했습니다. 어째서냐구요.
이 이야기는 실화이기 때문입니다.
숨이 막혀 간신히 다 읽었습니다.
직접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