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쫓아다니던 저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꺼리게 되어, 읽고 싶다는 마음과 읽지 말아야한다는 마음 둘이 서로 힘껏 싸웠습니다. 너무나 재미있어 읽고 싶지만 읽는 도중 혹은 읽는 내내 괴로움을 감당해야하므로 거부해왔었던 것이죠.

괴로움이란 책 뿐만 아니라 일생에 거쳐 늘 따라다니는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하는 것은 개인에게 달린 것 같습니다. 때로는 혼자서 감당키 어려운 괴로움도 있는데, 마음을 열고 치유법을 찾거나 도움을 청해야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일탈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혼자만의 일탈이라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최근들어 엉뚱한 곳에 비루한 송곳니를 들이대어 상관없는 피해자들을 낳고마는 사건, 사고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우리 어릴 적에는 독약이라고 하면, 농약이나 쥐약 같은 것을 생각했었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해골이 그려진 약병 같은 것이었는데요. 추리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스트리키닌, 청산가리, 비소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독들이 떠오르네요.

그렇게 이름이 있는 독들만 있는 것일까요. 이름이 없는 독들도 있지요. 사람이 살아가는 가운데 스며있는 독은 악의, 광기등의 표현으로 모자랄 것입니다. 세상을 비관하여 자신에게 향할 칼날을 타인에게 돌려 결국 피를 보게 되는 그런 이상한 일들은 어째서 세상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일까요?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 없는 독>은 편의점 종이팩 우롱차를 마신 한 노인이 길에서 쓰러저 죽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해 4번째 일어난 독극물 무차별 살인사건이었지요. 그뒤 별개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듯 합니다. 주인공 스기무라는 대기업 회장의 사위입니다. 하지만, 회장도 권력을 쥐어줄 생각이 없고, 본인역시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장인의 결혼승락 조건 중 하나인 계열사에서 근무하기 조건으로 이직하긴 했지만, 전에도 하던 출판일이고하여 열심히 일하고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딸을 보는 낙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 행복한 가운데, 트러블 메이커 아르바이트생이 거대 트러블을 일으키고 퇴사합니다. 그녀의 퇴사로 평안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은 점점 악화되는데, 그녀의 트러블 원인은 결국 불특정인을 대상으로한 스스로의 분노의 표출.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을 못견뎌하며, 다른이들의 행복을 따뜻한 눈으로 못 바라본다는 것이었습니다. 스기무라는 그녀의 이력을 추적하던 중, 우연히 앞서 청산가리 독살사건의 피해자... 그의 손녀랑 엮이게 됩니다. 뜻하지 않게 탐정역을 맡게 되어버린 그, 착하 남자 스기무라는 사건을 파헤치며 점점 진상에 다가갑니다.

책의 주인공 '나' 스기무라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심하지만 착한 아저씨. 야심 같은건 전혀 없음에도 무력하다거나 유약하게 느껴지지 않는 남자입니다. 혹시 이 스기무라를 다른 책에서 만날 순 없는 건가 아쉬웠는데, <누군가>라는 소설이 이 책의 전작이라고 하네요. 다시 한 번 스기무라를 만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에니그마 (Enigma)
김성령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대 중반의 청소년이 쓴 소설이라고 하면, 이상 야릇한 팬픽이나 말도 안되는 연애소설, 판타지, 혹은 대수롭지 않은 문장력의 소설로, 어... 그래도 10대치곤 잘 썼네...라고 할만한 소설을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나요. 보통은.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저의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작가는 청소년이기에 청소년기의 복잡 미묘한 서로간의 관계, 내면의 갈등,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과 존재에 대한 고뇌,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선택을 해야만하는 어려움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런것들을 글로 옮기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묘사와 장면전환도 그러한데, 사용하는 어휘는 17세의 그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넘쳤습니다. 어휘와 문장의 폭발적 전개를 온몸으로 느끼다보면, 작가가 누구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오로지 극중 클로드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배경은 2차대전 직전 영국의 기숙학교, 유럽 각국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 곳에서 독일소년 요한은 20년전,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1차 대전을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습니다. 살인자의 아들은 살인자라는 논리였지요. 그의 룸메이트 클로드가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요한보다 더한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새디스트 제임스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데, '전학생'이라는 단순한 이유때문이었지요. 그러나, 사령관의 아들 리처드가 프레드릭, 데클린과 함께 전학을 온 뒤 제임스와 클로드의 입장은 달라지는 듯 합니다. 선망의 대상인 리처드가 클로드에게 자애의 손을 내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게임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기숙사라는 갇힌 공간이었기에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계급이 존재했으며 복종하는 자와 지배하는 자 그리고 저항하는 자 역시 존재했습니다. 지배와 피지배는 우습게도 스스로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지위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고 권력자 리처드가 나타남으로서 권력 구조가 확실해 집니다. 그리하여 작은 사회의 파워게임이 시작됩니다.
작가는 천재입니다.
역사적 배경으로 짜임새있게 꾸려진 이 소설은 약간은 어두운 그 시대의 영국 기숙학교로 독자를 끌고 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세 번째 배심원
아시베 다쿠 지음, 김수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2008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참여 재판'이라는 이름의 배심원 제도를 시행중입니다. 과연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지만, 직접 방청해 볼 정도의 호기심은 아니라서 그냥 외국 영화에서 볼 수 이 ㅆ는 그런 광경이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실은 법정 장면이 나오는 영화같은 걸 무척 좋아합니다. 어 퓨 굿맨, 필라델피아, 프라이멀 피어 같은 영화말이에요. 어째서 21세기의 영화는 없는거냐!!.......그러고 보니 21세기엔 법정 영화를 본 적이 없네요.

배심원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막상 배심원이 되면 나의 판단에 따라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심적 부담감이 장난이 아닐 것 같아요. 아랫배가 자꾸만 꾸루룩거릴 거에요.

이 책 <열 세번째 배심원>은 배심원제가 - 소설의 처음 출간 당시엔 일본에서 배심원제가 시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시행중이구요- 있는 법정 싸움이자 기묘한 사건에 휘말린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상의 살인 사건 현장을 만들고 목격자와 증거를 만들어 체포당한 뒤 혐의 입증 과정과 유치장, 사법제도, 옐로우 저널리즘 같은 것들에 대한 것들을 수기 형식의 글로 써 책으로 출판하면 좋지 않겠냐는 '후나이 신'의 꼬임에 빠져 주인공인 다카미 료이치는 '누명 계획'의 당사자가 되어 체험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그가 체포된 죄목은 실제로 벌어진 강간 살인죄. 모두가 그의 말을 믿어주지않는 상황에서 모리에 변호사는 그의 사건을 수임하고 그의 말을 믿어부고 무죄를 입증하려 합니다.

모든 상황이 다카미에게 불리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강간 살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정액에서 검출된 DNA마저 다카미의 것이었는데요. 누명계획을 위해 다카미는 골수이식을-현재는 조혈간세포 이식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받고 방사선 조사까지 받아 혈액형도 바뀌고 DNA도 바뀐 상태이긴 하지만, 누명 계획을 세우기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서의 DNA와 일치하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요?

모리에 변호사는 애초에 그의 사건 조작 현장을 - 경찰에서 말하는 두번째 사건이지만 - 목격하도록 불려나온 사람들이 있었고, 그 중엔 자신도 속한다는 사실에 의혹을 가지고 있던 차에 다카미 료이치의 무죄 호소에 마음이 기울어 질지도 모르는 싸움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책이 읽히는 속도는 엄청 납니다. 적당한 긴장감이 딱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식의 배신 - 무심코 차린 한식 밥상이 우리 가족 수명을 단축시킨다!
이미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서양음식들, 패스트푸드들이 들어오면서 우리의 식생활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체형들도 바뀌고 비만율도 올라갔습니다. 그러니 헐리우드 스타들도 좋아한다는 한식에 눈을 돌리게 되고, 국가차원에서도 홍보를 하는데, 과연 정말 한식이 세계 최고일까요?

한식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을거에요.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한식은 무엇인가요? 아니, 한정식을 떠올리셨다구요? 먹고 싶은 걸 떠올리는게 아니라....... 흠.

흔히 한식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들은 그런거죠? 지금 생각하고 계시는 것들요.

식품산업진흥법에서 정의한 한식은 "국산 농수산물을 료로하여 가공되고, 예로부터 전승되어오는 우리 고유의 맛, 향 및 색깔을 내는 식품."을 말합니다. 이에 따르면 수입 소고기 불고기는 한식이 아니고, 노르웨이산 고등어 구이는 한식이 아닙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정의 역시 식재료 생산지를 국내산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 조금전 떠올리셨던 음식은 진짜로 한식인가요?

정의 중에 '고유의'라고 한 부분도 마음에 걸리는데요. 한국 전쟁 이후 생겨난 부대찌개, 1970년대에 생겨난 고추장 떡볶이는 한식인가요 아닌가요? 이제 슬슬 한식이 뭘까하는 고민이 생겨납니다. 이건 한식, 저건 아님... 이러지 말고, 우리가 '한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리틀포니는 의외로 건강한 입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자는 엄마에게 절대로 사달라고 하지 않아요. 저희집은 2010년 이후 피자를 구입해 본적이 없습니다. 치킨은 연 4회정도 먹는데, 이때도 양념보다는 후라이드. 리틀포니는 백숙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마늘 많이 넣고 푹 삶는 게 좋다고 하네요. 돼지고기는 보통 후지를 즐깁니다. 후지는 100g에 480~750원 정도인데 저지방 고단백으로 아주 좋아요. 게다가 제주산이니 맛은 보장. 구이를 먹더라도 삼겹살은 질색입니다. 양념된 고기도 싫어해요. 쌈장도, 기름장도 거의 먹지 않고, 마요네즈, 케찹, 허니머스터드도 질색입니다. 그래서 저희집 샐러드는 언제나 산뜻한 드레싱이지요. 국은 급식때만 먹는데, 단 한가지. 녀석이 세상에서 제일 완벽한 음식으로 치는 뼈해장국만은 국물까지 밥을 말아서 - 엄마가 남긴 밥까지 싹 말아서 후루룩 잡숩니다. 그래서, 제가 잘 안사주지요.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고 키워서 그런거 아니냐고요? 설마요. 전 마요라에 케챠라 입니다. (은혼의 표현을 빌리자면)양념치킨을 좋아하며 양념갈비를 좋아합니다. 이녀석 덕분에 양념갈비 (진짜 뼈붙은 제주 갈비!!)는 못 먹은지 7년이나 되었습니다. 리틀포니가 통통한 이유는 결국. 많이 먹어서! 그 단 한가지 이유때문입니다. 두루치기 집에서 밥 세공기 먹고 미안해서 더 못먹은 녀석이니 평소에 집에선 얼마나 배가 고플까요.

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을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 현재 밥 한공이게 필요한 쌀의 양은 90g인데요. 조상님들은 하루에 쌀 한말 (약 1.4Kg)을 드셨답니다. 먹을게 풍부하지 못해 밥심으로 살아야했기 때문인데요, 그 많은 밥을 먹으려면 반찬이 짜야했습니다. 밥도둑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게다가 보존 방법이라면 염장이 최고. 소금뿌려 말리면 그 방부효과가 장난이 아닙니다. 채소도, 해산물도 염장, 혹은 건조. 자연스레 발효음식들이 생겨났습니다. 그 땐 그렇게 먹고 살았지요.

문제는 지금입니다.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탄수화물 사랑에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내 몸을 해치는데도 멈출 수 없습니다. 여전히 탄수화물은 열량의 주 공급원이지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총 섭취 열량의 55~70%정도를 탄수화물로 하라고 권장하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권장입니다. 실제로는 더 먹고 있다는 이야기죠. 에너지로 소비되지 못한 탄수화물은 간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됩니다. 기아시 꺼내 쓰려구요. 그런데, 언제 꺼내 쓰나요? 안씁니다. 채식만했는데도 고지혈증이라면 그건 탄수화물 때문입니다. 맵고 짜고 뜨거운 음식들. 상상만해도 침이 고이지만, 사실 전 못먹습니다. 매운것도 짠것도 뜨거운 것도. 그러니 다행이죠. 특히 저희집은 되도록 저염으로 가자는 주의인데요. 아주 싱겁게 먹으면 맛이 없으니까 (맛이 얼마나 중요한데!! 맛없는걸 어떻게 먹어요.그럴바엔 굶겠어요.) 간은 조금만 싱겁게 하되 애초에 국물 흥건한 음식은 하지 않습니다.

한식에서 대표적 저장음식인 김치. 발효 온도가 맞지 않으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이 생겨납니다. 원인은 젓갈때문인데요 젓갈류에 많이 들어있는 바이오제닉아민이 발효과정에서 니트로사민을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짜고 맵다는 점도 몸에는 좋지 않은 요소로 작용하겠죠. 그렇다고 식탁에서 김치가 빠지면 섭섭하잖아요. 그러니까 덜짜고 덜맵게, 젓갈은 소극적으로 사용해서 담그고 애초에 0~4도의 냉장온도에서 천천히 숙성시키면 니트로사민이 생성되지 않아요. 저장학에서도(아니 식품조리학이었던가)실온에서 익힌 김치보다 저온에서 천천히 숙성시킨 김치가 더 아삭하고 맛있다고 했으니 속는셈 치고 한 번 해 보시는게 어떨까요?

이 책은 무조건적으로 한식이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식에대해 무조건 옹호하고 맹신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한걸음 뒤에서 한식을 객관적인 눈으로 보고, 한식의 단점을 보완하여 건강한 한식을 만들자는 책입니다. 신토불이를 외치는 사람도, 패스트푸드, 인스턴트를 즐기는 사람도 한 번 읽어보고 생각해 볼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녀석의 몽타주 새움청소년문학 1
차영민 지음 / 새움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의 사랑하는 딸 리틀포니는 버스를 탈 때마다 두근두근, 긴장합니다. 초등학생용 카드를 찍을때면 기사님이 "이봐요." 하고 부를까봐서요. 저랑 같이 탈 때도 몇 번 불렀었는데요.

그 때는 제가 "6학년이에요."라고 대신 말해줘서 그냥 넘어가니까 괜찮은데, 혼자 탈때면 긴장되어서 차라리 2~3Km정도는 걸어다니지 뭐.. 하는 자세로 살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일요일엔 10Km가까이 걷기도 해요. 비바람이 불어도.

이뿐이면 말을 안하죠. 뷔페갈때 등본을 챙겨 간 적도 있었어요. 목욕탕에서는 3학년때도 어른 요금을 받더라니까요. 체격이 크다고. 그럼, 저희 엄마는 체구가 작으니까 할인해주나요? 아니, 왜들 그러는거죠? 귀엽고 깜찍한데다가 사랑스러운 제 딸에게 말이에요. 얘가 폭풍성장하는데 도와준거 있냐구요.

에휴. 리틀포니는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어요. 중고등학생으로 오해받는 정도니까요. <그 녀석의 몽타주>의 주인공은 이 정도가 아니에요. 이 소설의 주인공 '안동안'은 30대 중반의 아저씨로 오해 받아요. 상큼 발랄한 고1인데 말이에요. 담배나 술을 사러가도 아무도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는 씁쓸한 인생살이지만, 마음만큼은 고등학생 그대로. 밝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인생의 단 한가지 고민이 늙수구레한 외모 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철이 절대로 들지 않는 막내 삼촌이 인생의 돌부리에요. 동안이가 버스 요금 때문에 실랑이를 하는 장면은 리틀포니랑 오버랩되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아니 뭐 저런 아저씨가!

주인공 안동안이 노안이라고해서 생각마저 노인네 같은 건 아니구요. 청소년기에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이성문제도 그에게선 비껴갈 수는 없는 중대사안이었죠. 삼촌대신 나간 소개팅자리에서 만난 누나에게 한 눈에 반했는데, 둘이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어요.

작가는 동안이에게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지나치지 않는 적절한 리듬으로 잘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청소년 소설들을 몇 권 읽어보았었는데요. 과하다 싶거나 유치하다 싶은 경우도 많았고, 지나치게 심각한 경우도 있었어요. 어른의 눈으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것 처럼 위장해 작가 자신의 메세지를 전달하려다보니 어쩐지 덜컥거리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겼던 것 같은데요. 이 책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왜냐하면 지금 제가 청소년이 아니니까요 - 한가지는 확실하게 말 할 수 있어요.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말도 안돼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이런 학생이 저희 동네에서 어슬렁거릴 것만 같잖아요. 제주 시청 뒤 학생들 담배는 어떻게 사서 피우는 건가... 했더니만, 이런 친구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군.. 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책은 읽는 내내 피식거리게 만들어요. 집에서 읽길 잘했어요. 밖에서 읽었으면 미친 줄 알았을 거에요. 진짜! 재미있거든요. 이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