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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에니그마 (Enigma)
김성령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4년 8월
평점 :
10대 중반의 청소년이 쓴 소설이라고 하면, 이상 야릇한 팬픽이나 말도 안되는 연애소설, 판타지, 혹은 대수롭지 않은 문장력의 소설로, 어... 그래도 10대치곤 잘 썼네...라고 할만한 소설을 생각했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나요. 보통은.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저의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작가는 청소년이기에 청소년기의 복잡 미묘한 서로간의 관계, 내면의 갈등,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과 존재에 대한 고뇌,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선택을 해야만하는 어려움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런것들을 글로 옮기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묘사와 장면전환도 그러한데, 사용하는 어휘는 17세의 그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넘쳤습니다. 어휘와 문장의 폭발적 전개를 온몸으로 느끼다보면, 작가가 누구였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오로지 극중 클로드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배경은 2차대전 직전 영국의 기숙학교, 유럽 각국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입니다. 그 곳에서 독일소년 요한은 20년전,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1차 대전을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습니다. 살인자의 아들은 살인자라는 논리였지요. 그의 룸메이트 클로드가 이야기의 주인공인데, 요한보다 더한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새디스트 제임스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데, '전학생'이라는 단순한 이유때문이었지요. 그러나, 사령관의 아들 리처드가 프레드릭, 데클린과 함께 전학을 온 뒤 제임스와 클로드의 입장은 달라지는 듯 합니다. 선망의 대상인 리처드가 클로드에게 자애의 손을 내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게임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기숙사라는 갇힌 공간이었기에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계급이 존재했으며 복종하는 자와 지배하는 자 그리고 저항하는 자 역시 존재했습니다. 지배와 피지배는 우습게도 스스로의 능력때문이 아니라 아버지의 지위에 따라 결정되는데, 최고 권력자 리처드가 나타남으로서 권력 구조가 확실해 집니다. 그리하여 작은 사회의 파워게임이 시작됩니다.
작가는 천재입니다.
역사적 배경으로 짜임새있게 꾸려진 이 소설은 약간은 어두운 그 시대의 영국 기숙학교로 독자를 끌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