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의 몽타주 새움청소년문학 1
차영민 지음 / 새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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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사랑하는 딸 리틀포니는 버스를 탈 때마다 두근두근, 긴장합니다. 초등학생용 카드를 찍을때면 기사님이 "이봐요." 하고 부를까봐서요. 저랑 같이 탈 때도 몇 번 불렀었는데요.

그 때는 제가 "6학년이에요."라고 대신 말해줘서 그냥 넘어가니까 괜찮은데, 혼자 탈때면 긴장되어서 차라리 2~3Km정도는 걸어다니지 뭐.. 하는 자세로 살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일요일엔 10Km가까이 걷기도 해요. 비바람이 불어도.

이뿐이면 말을 안하죠. 뷔페갈때 등본을 챙겨 간 적도 있었어요. 목욕탕에서는 3학년때도 어른 요금을 받더라니까요. 체격이 크다고. 그럼, 저희 엄마는 체구가 작으니까 할인해주나요? 아니, 왜들 그러는거죠? 귀엽고 깜찍한데다가 사랑스러운 제 딸에게 말이에요. 얘가 폭풍성장하는데 도와준거 있냐구요.

에휴. 리틀포니는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어요. 중고등학생으로 오해받는 정도니까요. <그 녀석의 몽타주>의 주인공은 이 정도가 아니에요. 이 소설의 주인공 '안동안'은 30대 중반의 아저씨로 오해 받아요. 상큼 발랄한 고1인데 말이에요. 담배나 술을 사러가도 아무도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는 씁쓸한 인생살이지만, 마음만큼은 고등학생 그대로. 밝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인생의 단 한가지 고민이 늙수구레한 외모 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철이 절대로 들지 않는 막내 삼촌이 인생의 돌부리에요. 동안이가 버스 요금 때문에 실랑이를 하는 장면은 리틀포니랑 오버랩되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아니 뭐 저런 아저씨가!

주인공 안동안이 노안이라고해서 생각마저 노인네 같은 건 아니구요. 청소년기에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이성문제도 그에게선 비껴갈 수는 없는 중대사안이었죠. 삼촌대신 나간 소개팅자리에서 만난 누나에게 한 눈에 반했는데, 둘이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어요.

작가는 동안이에게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지나치지 않는 적절한 리듬으로 잘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청소년 소설들을 몇 권 읽어보았었는데요. 과하다 싶거나 유치하다 싶은 경우도 많았고, 지나치게 심각한 경우도 있었어요. 어른의 눈으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것 처럼 위장해 작가 자신의 메세지를 전달하려다보니 어쩐지 덜컥거리게 되어버리는 경우가 생겼던 것 같은데요. 이 책은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왜냐하면 지금 제가 청소년이 아니니까요 - 한가지는 확실하게 말 할 수 있어요. 이 책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말도 안돼요.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이런 학생이 저희 동네에서 어슬렁거릴 것만 같잖아요. 제주 시청 뒤 학생들 담배는 어떻게 사서 피우는 건가... 했더니만, 이런 친구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군.. 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책은 읽는 내내 피식거리게 만들어요. 집에서 읽길 잘했어요. 밖에서 읽었으면 미친 줄 알았을 거에요. 진짜! 재미있거든요. 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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