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네버랜드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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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시니어 클럽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매주 주말마다 놀러 다니곤 했었어요. 처음에는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와플도 먹는 재밌었지만 나중에는 바쁠 때 일손을 도와드리기도 했었죠. 지금은 그 카페가 없어졌지만 추억만은 방울방울 해요. 가끔은 이건 정말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인지, 아니면 보여주기식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는 괜찮았다 싶어요.



<카페 네버랜드>를 읽으면서 그때의 추억이 돌아왔어요. 제가 다니던 시니어카페는 할머니 네 분이 두 분씩 짝을 지어서 교대 근무를 하던 식이었는데, 카페 네버랜드는 할아버지 네 분이서 함께 근무하죠.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이 만나서 팀을 이루는 건 젊은 층도 힘든 판인데, 오랫동안 각자의 인생을 살아왔던 분들이 모여서 카페를 운영한다? 그건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카페 네버랜드는 이원시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시니어 카페에요. 노인에게 일자리를 준다는 방식이 아니라 일종의 이윤 재분배 방식이었죠. 일정 매출 이상이 발생하면 인센티브도 생기는 방식이었어요. 보통 기본 시급만 쳐주는 식과는 다른 혁신적인 기획이었어요.



카페 네버랜드의 담당자는 연주.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FM 그 자체의 공무원이에요. 하지만 원래 성격이 그렇다기보다는 성장하면서 점점 마음을 닫았던 결과죠. 엄마가 투병 끝에 돌아가시면서 남들에게만 호인이었던 아버지와의 인연도 끊어버렸어요. 그렇게 마음을 꽉 틀어잠근 연주가 카페 네버랜드의 담당자라니, 이상한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필연이었어요.



연주는 엄마가 어릴 적 사주셨던 피터 팬 책이 유일한 보물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네버랜드에서 연주가 웬디를 맡는 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엄연히 시니어가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피터팬, 시계 악어, 팅커벨, 웬디 모두 어르신들이 하나씩 맡게 되었어요. 처음에 면접을 볼 때만 하더라도 할머니 두 분, 할아버지 두 분을 뽑을 생각이었기에 괜찮은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담당 과장이 켕기는 게 있어서 면접장에 있는 분들을 바로 합격시키는 바람에 할아버지만 네 분 합격하고 말았어요. 하지만 총체적 난국이 있었죠.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던 안수 집사님은 이론만 알지, 왕년에 잘 나갔던 흥신소를 운영한 할아버지는 성격이 모났지... 귀가 잘 안 들리는 분도 계시고, 무뚝뚝해서 손님 응대를 하기 힘들기도 하고... 칼 같은 연주에게는 정말 힘든 시간이 될 거라는 건 자명했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어르신들에게는 각각의 장점이 있었으니 은연중에 흘러나온 이런 특기 덕분에 갑자기 카페 네버랜드는 이원시 미류동의 핫플레이스가 돼버려요. 어린이에게도 사랑받는 소중한 공간이 되고, 할아버지들은 서로 마음을 열면서 열심히 인생 이모작을 하는데... 인생이란 그렇듯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죠.



굳건했던 연주의 마음도 사르르 녹아버린 이 시점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카페 네버랜드.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처음에는 할아버지들의 특성과 좀 황당한 공무원들 때문에 고구마를 잔뜩 먹는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풀려가면서 카페 네버랜드의 영업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라게 되었죠. 부디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건강하게 사랑받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위기에 이르러서는 저도 화가 나더라고요. 역시 현실 반영이었어! 하지만 힐링 소설답게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며 마무리되었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아요.



현실에서의 시니어 사업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많아요. 하지만 정말로 노인들이 행복해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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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gusto: the cookbook
강윤주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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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관련 자격증이 있거나 한 건 아니지만 제법 경력 있는 주부랍니다. 처음 요리책을 샀던 게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거 같아요.



스프링 철로 된 테마별 요리책이었는데 몇 달에 한 권씩 사곤 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 때는 바인더 북으로 된 열몇 권짜리 요리 전집을 구입했었어요.



지금은 다양한 음식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책이 별로 없어요. 그냥  주간 식단을 짜놓고 비슷비슷한 테마로 조리하는데요, 그래도 가끔은 뭔가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이번에 <더 쿡북 studio gusto: the cookbook>을 만났어요. 제법 묵직한 하드커버의 요리책이에요. 슬라이드 케이스까지 있어서 제법 있어 보이는 느낌이었죠.


비닐로 밀봉된 책을 꺼내서 스르륵 열어본 순간! 표지부터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겨왔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죠.


테마별로 정리된 목차부터 무척 럭셔리했어요.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받은 거 같은 기분이었죠. 천천히 훑으며 책에 대해서 음미했어요. 좋은 책이라는 거, 시작부터 알 수 있었죠.



실은 그동안 간단한 요리책이나 조리법 영상은 종종 보곤 했어요. 뭔가 한 끼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거 있잖아요.



몇 분 안에 후다닥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책들이 참 잘 나와있어요. 그런 책도 무척 편해요. 단순화시켜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법이 실려있으니 당장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이 책에는 그런 단순함과는 거리가 먼 요리들이 들어있었어요. 책을 저술한 셰프님께서 다양한 파트의 메뉴를 섭렵하신 분이시라서 책도 버라이어티하게 구성되어 있었죠.



페이지를 넘기면서 설레고 두근거렸어요. 당장 만들 수 없는 음식들도 있었지만 5년 뒤를 상상하며 넓은 조리대 위해서 마음껏 요리하는 저 자신을 상상하면서 희망과 꿈을 꾸었어요.


만드는 법은 무척 친절하게 설명되었어요. 페이지의 맨 위에는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처럼 어떤 용도에 어울리는지 나와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 아래에는 바로 요리명이 적혀있는데요, 직관적으로 어떤 재료가 메인인지 그리고 어떤 조리법을 썼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어요.



왼쪽에는 재료와 분량이 적혀있고 이어서 레시피가 함께 제공되었어요. 그리고 조리의 팁도 곁들였죠.


이 책은 정통 조리나 거의 그러한 것들을 수록했기 때문에 생초보라면 어려울 수 있어요. 생소한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조리법이 디테일하지 않기 때문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죠. 하지만 재료와 분량이 무척 디테일한데다가 조리과정은 사진으로도 표기되었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만들 수 있어요.




음식에 취미가 있거나 많이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고 만들어 볼 수 있도록 구성이 잘 되었어요. 무려 127개의 레시피가 들어있으니 나름대로 코스요리 구성도 가능하답니다. 특별한 날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줄만한 레시피북이죠.


​저 역시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았던 음식들이 잔뜩 있는데, 재료나 기구만 있다면 시도해 보고 싶지 뭐예요. 실은 책 리뷰하면서 음식도 만들어서 같이 선보일까 했었는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아쉬워요.



그래서 전업주부가 되면 <더 쿡북 studio gusto: the cookbook>에 수록된 음식들을 하나씩 만들어볼까 해요. 그런 날이 오기 전까지에는 특별한 날 하나씩 만들면서 감을 잡아볼까 해요.



책은 너무나 소중하고 손상 없이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워요. 책을 꼬옥 안아들고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몰라요.




이 책을 사용할 때에는 레시피를 따로 포스트잇에 옮겨 적어가며 쓸 거예요. 혹시나 조리 국물이나 기름기, 양념 같은 게 튄다면 너무나 슬플 거 같거든요.



요리하기를 즐기는 분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정통 요리책 <더 쿡북 The Cookbook>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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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글쓰기 - 스트레스를 줄이고 내적 평화를 찾게 해주는 366개의 글감
캐슬린 애덤스 지음, 신진범 옮김 / 들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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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감정의 기복이 심했습니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연령대별로 각기 다른 심리적인 문제가 있어 오긴 했지만, 요사이 닥쳐온 감각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멀쩡히 잘 있다가 정말 아주 사소한 자극에 갑자기 우울이 덮쳐서 그냥 바닥으로 가라앉아버리곤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른다거나 아니면 야외활동을 하면서 훌훌 털어내었었는데, 그게 조절이 잘 안되는 겁니다. 그냥 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밀려오고 삶 자체가 억울해지기도 했습니다. 머리로는 내가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겠는데, 상대방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냥 다 슬프고 그냥 나 내려놓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이승을 떠나고 싶었던 충동은 열 살부터 시작되었지만 서른 살에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와 우울은 수용성이라서 샤워하면 씻겨 내려간다는 썰도 본 적 있는데, 저는 오히려 과거의 일까지 소환되면서 화가 나고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앞으로 만날 일없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얽매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얽혀있는 무언가를 풀어내지 못하고 이성으로만 처리하니 감정이 감당하지 않는가 봅니다. 그래서 문득 그들은 왜 나에게 그랬던 걸까. 억울함이 마음속에 남아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에 빠져버린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 사이에는 그런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친구, 쿼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마트 완구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쿼카는 한 눈에 들어와서 도저히 사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였습니다. 다른 매장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에도 내내 맴돌아서 결심 후 기꺼이 품에 안았습니다.



요즘은 일을 하다 스트레스 받거나 마음이 힘들다는 느낌이 들 때면 살짝 고개를 돌려 쿼카를 봅니다. 사랑스럽게 올라간 입꼬리를 보면 저도 저절로 따라 하게 됩니다. 조금 전 스마트폰의 AI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 반려동물이라고 인식하더군요. 이 녀석은 역시 제 마음을 도와주는 반려동물 – 봉제 인형인가 봅니다.



저는 평소에 꽤 많은 글을 씁니다. 손바닥에 염증이 생기고 팔꿈치 관절이 물렁해질 정도로요. 하지만 그래서 글쓰기 실력이 늘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글들은 제 영혼이 들어있지 않은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공허함을 느끼고 방황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며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며 진솔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으니 글씨도 못생겨 보였습니다. 책에다가 바로 적기에는 종이에게 미안해서 투명한 포스트잇에 써서 붙였습니다.


<나를 돌보는 글쓰기>는 활자를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내 마음을 읽기 위한 책입니다. 매일 하나씩 적어간다면 366일 동안의 기록이 되겠지만 그렇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신난다! 앞으로 소재를 하나씩 받아서 블로그에 1일 1포스팅을 하면 되겠다! 글감이 없어 헤매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유의 도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이기 때문에 남들을 의식하면서 적어서는 안됩니다. 나만이 볼 수 있으며 나중에 되돌아보더라도 자아성찰이 가능한 그런 글을 써야 하는 책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쓸 수 없는 날이 많을 거라는 예감이 들 정도로 진지했습니다.


첫 번째 글감부터 바로 만만치 않았기에 <나를 돌보는 글쓰기>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나’조차 ‘나’를 모르는데, 타인이 알아주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니 내면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줄이는 건 불가했었고, 남에게도 올바르게 표현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현대 저널 글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저널치료사 캐슬린 애덤스”의 최신작 <나를 돌보는 글쓰기>와 함께 내면을 성장시키려 합니다. 책의 사용법은 친절하게도 내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도록 제한 시간이 있지만 초조함을 싫어하는 저는 다소 여유롭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쓰고 난 후 읽고, 그리고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하려 합니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듯, 정신적으로 위기감을 느낀다면 글쓰기를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도서라도 며칠 지나 읽으면 느낌이 다른 것처럼 글감 역시 그러할 거라 생각합니다. 일주일 정도 흐른 후 다시 마주하고, 준비가 된 후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나를 돌보는 글쓰기>는 저처럼 좀처럼 마음의 평안을 갖지 못하는 사람에게 좋은 변화를 제공해 주리라 믿습니다. 자신을 위해 혹은 주변 사람을 위해 선물해도 좋겠습니다. 다만, 이 책의 사용법은 꼭 읽고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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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수첩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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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부터 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길의 가로수는 협죽도(Nerium oleander L)라는 나무였습니다. 원래 화단에 들어가지도 않고 나무나 꽃을 꺾는 타입의 어린이가 아니었던 저는 매일 그 나무 근처에서 놀았습니다. 매일 보는 상록수, 발그레한 예쁜 꽃이 피는 나무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평범해 보이던 나무에 숨겨진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일명 유도화(복숭아꽃을 닮았다 하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사실 엄청난 독이 들어있다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이 피크닉을 즐기다가 김밥 먹을 나무젓가락이 없던 차에 복숭아 나뭇가지를 꺾어 젓가락을 삼고 그리고 중독되어 죽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그 나무는 복숭아가 아니라 협죽도였음에도 몰랐던 거죠. 협죽도는 제주에 흔한 가로수입니다.



잎과 줄기, 뿌리, 열매에는 올레안더라는 치명적인 독이 들어있습니다. 치사량은 0.5mg/kg으로 어린이라면 진액을 조금 빨아먹는 것만으로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독나무 아래에서 자라났으며 함께 살아갔습니다. 혹시라도 제주 여행 중에 협죽도를 만나면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쨌든 매일 일상을 같이하던 나무에 독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 후로 '독'이란 무엇일까 궁금해했습니다.



물론 당시 쥐를 잡기 위해 놓았던 약들도 많았지만 누가 보아도 먹으면 죽는다! 고 경고하는 해골 모양이 그려져있는 그런 것 말고,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독에는 어떤 게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섭렵했던 다양한 고전 추리소설 속에도 독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독뱀을 사용하기도 하고 뚜껑이 열리는 반지 속에 숨기기도 했습니다. 어떤 만화에서는 달콤한 키스가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백설공주를 죽인 것도 독사과였습니다.



불안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자라나면서 일종의 화합물이며... 그런 식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내 안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것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올바른 인식일 겁니다. 그런데 독을 자유롭게 다루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사용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도구로서 활용했던 겁니다.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독약 수첩>에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고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 혹은 개인의 일대기에 등장하는 스토리를 모았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소재들이 가득 들어있는 탐스러운 열매입니다. 시부사와 수첩 시리즈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만, 매번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참, 혹시나 하여 덧붙이지만, 독에 관한 화학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이용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모여있습니다.




전설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독살 사건은 수도 니네비를 건설한 아시리아 왕 니누스가 자신의 아내인 세라미스에게 살해당한 사건일 것이다(기원전 2세기).

-p.15


예전부터 독은 여성이 많이 이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타인을 해하거나 자신을 죽일 때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죽은 다음에도 피를 많이 쏟은 괴상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며 생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을 것 같습니다.




독을 사용한 살인 중 무려 70%가 여성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은 우리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하다. 남성들은 보통 이런 죽음의 절차에 좀처럼 유혹되지 않으며, 아무리 적일지라도 독의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유명한 독살범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p.11


남성에 의한 사실은 기록되지 않았거나 어쩌면 저 말이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독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진행 속도도 다르고 결괏값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알리바리를 조작하는데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성독살범에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재산이나 애정 혹은 불륜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녀에게 독을 건네준 인물들은 남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래 독약 범죄는 대부분 여성이 독점하고 있다는 통설이 있다.(중략) 그러나 언제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최근의 정신분석학 성과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선천적인 독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인간 중에는 오히려 남성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매사에 침착하고 과감했으며, 냉혹하고 잔인하기까지 했다.

-p.187


그러므로 독을 많이 사용한 건 여성이니 남성이니 나눌 필요가 없다는 걸 <독약 수첩>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단지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였던 가 하는데 문제기 있었던 것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사건 속으로 들어가 독 이야기를 하며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초기에 등장한 독이 있는 약초는 점점 정제된 형태를 취해 다루기 쉬운 비소, 스트리키닌으로 진화해갑니다. 20세기에는 니코틴까지 등장합니다.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다양한 형태의 독성 물질이 나타났습니다. 이후, 눈부신 발전을 한 21세기의 우리는 다양한 독성 물질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진보가 가져다준 이런 참혹한 대가는 요컨대 근대 문명이 우리의 생활 속에 뿌려놓은 유해 물질과 연관이 있다. 무지한 아이들이나 경솔한 어른들이 이런 유해 물질들을 흡입할 위험성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p.214


저자가 말하는 위해 물질이란,

첫 번째, 의약품과 최면제, 진정제

두 번째, 불필요한 식품 첨가물(인공착색제, 방부제 등)

세 번째, 부엌용 세제, 산, 금속연마액 등

네 번째, 농약, 살충제 등.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이런 관점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장단점이 있기에) 과거보다 더 많은 독성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중세나 근대에 비해서 마음이 놓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 두려움에 떨지는 않습니다. 늘 그래왔듯 우리는 결국 방법을 찾을 테니까요.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독약 수첩>은 독과 독을 이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놓인 인문서적입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독약의 문화사를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신간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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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창업 절대로 하지마라
유승용.이준혁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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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플랫폼 마이프차에서 지난 2022년 연말 예비창업자 통계를 당사 블로그를 통해 발표하였습니다. 예비창업자는 남성 68.1%, 여성 31.9%로 나타났으며 연령대는 35-44세 구간이 36.4%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지속되는 고용불안과 이른 퇴직, 코로나 시대의 급작스러운 인원 감축이 직장인들의 창업 의지를 자극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불어 경력 단절 이후 복직하지 못한 여성들의 창업도 늘어났음은 KOSIS 국가통계포털에서도 드러납니다.



이어 마이프차에서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았던 분야는 1위 커피(21.4%), 한식(14.6%)로 나타났습니다. 초보자들은 메뉴 선정, 인테리어, 운영 노하우, 홍보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비교적 간편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곤 하지만 이게 늘 정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일 년에도 수많은 신규 브랜드가 생겨나며 출점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구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가맹점주를 이해하고 상생하고자 하는 브랜드는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식당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에서는 공정거래 위원회 가맹 희망 플러스의 자료를 통해서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 수와 가맹점을 거론합니다.(p.40) 책에서는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 수는 외식이 3,630개라고 하며 총 프랜차이즈 수중 외식 업종이 7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이들이 소유한 브랜드 수는 4,566개로 가맹점은 11,6378개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본사 소속 가맹점은 32개, 직영점 수는 6,000개에 불과함도 알립니다.



결국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여 고객 동향이나 성향, 메뉴의 적합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직영점 운영은 5%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비창업자가 믿고 있는 운영 노하우나 트랜디한 메뉴는 어쩌면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식당이 생존할 확률은 17.9%(p.41)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퇴직 후에는 음식점 혹은 커피숍 창업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식당 오픈 후 1년까지 생존할 확률은 59.9%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해야 합니다. 이는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솜씨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직접 오픈한 개인 매장도 포함한 수치이므로 가맹점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도 옳지 않습니다.


<식당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는 유승용, 이준혁 공저로 수많은 폐업의 예시, 망하는 식당의 예시를 들며 안일한 생각으로 창업하는 걸 뜯어말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창업을 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소개합니다.


인구 60명 당 1개의 식당이 있는 대한민국은 이미 외식 시장의 과포화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TV 속의 대박 맛집을 보면서 나도 하면 될 거라는 막연한 판타지를 꿈꾸며 창업 절차를 밟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어떻게 차근차근 망해가는지 그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자신의 음식 솜씨를 확신하는 쉐프 출신, 수지 타산을 맞추는 데 자신 있는 경리, 회계 출신이 폐업 1순위라고 합니다. 진짜 중요한 걸 놓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창업하려는 예비창업자들은 - 특히 초보일수록 진짜 중요한 걸 놓칩니다. 프랜차이즈인 경우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정보공개서를 확인하지 않고 단지 본사에서 소개하는 특정 매장의 매출과 판매량만을 믿고 시작합니다. 정보공개서에는 가맹 현황, 재무 지표, 자본금과 부채 비율, 연도별 매출 등이 기록됩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자료와 일치하므로 객관성이 있습니다.



물론 정보공개서에 기록된 내용은 현재의 상황과 시기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런 내용 정도는 꼭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본사에서 보여주는 문전성시에 혹해서 나도 잘 될 거 같다는 환상에 젖어듭니다. 일반 식당을 개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유행하는 아이템을 보고 요즘 잘 팔리니까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오랫동안 유지하는 외식업 창업이 불가합니다.



그래서 필자들은 <식당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창업을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안을 아끼지 않습니다. 적어도 다음의 8가지 정도는 지켜야 '성공하는'이 아닌 '망하지 않는' 창업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브랜드의 명성에 현혹되어 창업하기보다는 철저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폐업 리스크를 줄이는 '디테일 창업'을 해야 한다.(p.116)


1. 창업 비용이 적고 입지, 고정비가 비교적 적은 한식 업종을 택할 것

2. 계절을 타지 않는 사계절 영업이 가능해야 할 것

3. 성별, 연령별 호불호가 강한 아이템은 피할 것

4. 식사 시간대가 광범위한 업종이 좋음

5. 주방장 의존도가 높거나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업종은 피할 것

6. 한때의 유행,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은 피할 것

7. 객단가는 1만 원 미만으로

8. 초기 창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는 피할 것



책의 중반 이후에는 창업을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며 가맹본사를 선택하는 노하우도 알려줍니다.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고정비 산출보다도 중요함을 강조하며 현실적인 내용을 전합니다. 만일 창업을 원한다면 적어도 <식당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 만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일독하고 나면 재독이 필요함을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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