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의 역설 - 비난의 순기능에 관한 대담한 통찰
스티븐 파인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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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자기 계발서나 새롭게 쏟아져나오는 신간들을 참 많이 읽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학문적 깊이가 없는 얄팍한 지식들은 아무리 그럴싸하게 편집되고 인쇄되어도 쓰레기일뿐이다...조금 읽다가 대충 훑어보고 지면이 아깝다는 생각도 드는 책이 많아요. ㅋㅋ

유행에 편승해서 정제되지 않은 얄팍한 언어로 마치 모든 진리를 함의 하는 것처럼 말해도 그 얄팍함과 비릿함은 바로 드러나죠.

그런 의미에서 새롭게 깨닫는 것이 사실 만고불변의 진리인데요.

오랜 시간 학문을 연구한 학문적 성취를 어느 정도 이룬 학자들의 책이 마치 논문을 읽듯 방대한 참고문헌과 사례들을 통해서 사회현상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책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더라구요.   

이 비난의 역설이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도 그러했는데요.

사실 책 제목은 비난의 비지니스..라는 원제를 갖고 있는 책이죠.

비난에 대한 여러가지 사회적 기능..그리고 우리 역사에서 비난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서 어떻게 이용되고 비난으로 인해 많은 집단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왔는지에 대해 분석하는데요.

유태인을 비난하며 전 국민을 집단적 망상에 빠져들게 한 독일의 나치즘이나 중세부터 근대까지 계속되어온 마녀사냥 그리고 미국의 공산주의자를 색출하려는 냉전시대의 산물 매카시즘까지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에서 일간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기사까지 인용하며 비난의 사회현상을 분석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비난의  순기능에 대해서도 언급하지요. 

사회 속에서 잘못된 것을 바꾸는 혁신으로서의 비난의 순기능에 대해 얘기하며 사회 속의 구성원들이 이 비난의 순기능을 통해서 무능한 정부와 부당하게 돌아가는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 스티븐 파인먼(STEPHEN FINEMAN)은  영국 바스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로 오랫동안 조직 행동 분야에서 탁월한 명성을 쌓아온 사람인데요.

​비난을 조직과 사회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어떻게 비난이 개인을 혹은 집단을 합리화시키기에 이용되었는지에 대한 비판과 아울러    사회의 잘못된 것을 바꿀 수 있었는지에 관한 상반된 시선을 학술적으로 깊이있게 그려내어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었지요.
 






우리는 남을 비난하면서 스스로가 더 훌륭하다고 느끼지만 때론 이런 자기합리화식의 비난보다는 사회를 바꾸는 감시자의 역할로서 비난이 빛을 발휘할 때도 많습니다.    


비난에 대해 정치인들이 내뱉은 비사과성 사과에 대한 언급도 파인먼은 빼놓지 않고 지적합니다. ​ 



우리가 작년 귀에 딱지않도록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 뼈저리게 느낀 비사과성 사과인데요.

국민인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아직도 그 멍청한 행각은 계속 이어지네요. -_-;;



비사과성 사과는 개인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말로, 사과 같아 보이긴 하지만 자신이 일으킨 피해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고, 피해자가 누구인지, 피해자에게 어떤 피해와 모욕을 주었는지도 모호하다. 비사과성 사과는 정치 세계에 매우 만연해 있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여러 지지 기반 사이를 수완 있게 헤쳐 나가기 위해 비사과성 사과를 활용한다. --- p.193 





‘비난이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잘못과 불의를 바로잡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비난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결정이나 행동에 대해 설명 책임을 다하도록 만드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 여기서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이란, 어떤 사람이나 기관이 정당하게 질문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활동이나 의사 결정에 대해 합당한 설명을 할 책임과 의무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규제 당국, 비정부기구(NGO), 언론 등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며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국민 개개인이 직접 부도덕한 정부나 기업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난 사회를 넘어서 공정 사회 회복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방법도 찾아보는 이 책은오랜 시간 학문을 연구한 학자가 쓴 책답게 풍부한 학술적깊이가 있어서 얄팍한 책들이 범람하는 요즘에 신선하게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책속으로

합당한 비난과 분노가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사회는 상상하기 어렵다. 비난이 없다면 도덕규범(그 규범의 기원이 무엇이건 간에)은 실천이 보장될 수 없고 법적 구조도 지탱될 수 없다. 비난은 흥미로운 역설을 담고 있다. 사회에 필요하고 순기능적인 속성이 있는 한편 뒤틀리고 파괴적인 속성 또한 갖고 있다. --- p.10

독특하고 특이한 단체부터 전통적이며 고도로 전문화된 단체까지, 사회적 압력 단체들은 다원적 사회와 민주적 책무성에 근간이 돼왔다. 우리가 그들의 목적과 방법론에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없다면 훨씬 더 빈약한 사회에 살게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 p.138


비난은 도덕의 관리자이고, 비난이 없으면 법치와 준법의 본질이 훼손된다. 누구를 비난할 수도, 누구로부터 비난받을 수도 없는 사회에서는 적법성이라는 것이 문화적 기반을 가질 수 없다. 비난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사라져서도 안 된다. --- p. 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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