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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소년들 ㅣ 햇살어린이 41
카시미라 셰트 지음, 하빈영 옮김 / 현북스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경제면에서 착취하거나, 위험하거나, 어린이 교육에 방해되거나,
어린이의 건강이나 몸 ㆍ 지식 ㆍ 정신 ㆍ 도덕 ㆍ 사회성 발전에 해로운
모든 노동에서 보호받을 어린이의 권리를 인정한다. (어린이권리 국제협약 32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영국등 유럽각국에서는 노동력을 착취 하기위해 미성년자
들을 대거 합숙노동시키면서 노동력 임금을 착취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요.
특히 부모들이 없는고아들이나 어려운 가정의 팔려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1970년대 전태일 열사의 분신자살로 인해 미성년자들에게 가해진 노동과 착취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었죠.
당시 전태일이 일하던 청계천의 평화시장은 인근의 동화시장, 통일상가 등과 함께 의류 상가와 제조업체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는데요. 1층은 상가로 사용되었고 2~3층에는 500여개의 제조업체가 모여 있었고 공장들은 모두 영세한 규모여서 작은 곳은 6.6m²의 공간에 13명이 일하는 곳도 있었고, 큰 곳은 40m²의 공간에 50여명이 일했다네요. 이처럼 좁은 공간에 다락을 만들어 노동자들을 밀집시켜 일을 시키다보니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했고 노동자들은 햇빛도 비추지 않는 좁은 다락방에서 어두운 형광등 불빛에 의존해 하루 14시간씩 일을 했고 환기 장치가 없어서 폐 질환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는데, 특히 ‘시다’라고 불린 보조원들은 13~17세의 어린 소녀들로 초과근무수당도 받지 못한 채 극심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네요.
이제는 시대가 흘러 그래도 비교적 우리 사회의 미성년자들이 착취당하는 노동환경은 좀 개선되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가 예전에 하였던 노동집약적인 산업들이 전부 임금이 저렴한 인도나 중국으로 이전되었기 때문에 그런거 같네요.
그러다보니 가끔 기사로만 접하지만 태국 새우공장에서 하루종일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아이와 아프리카 커피농장에서 착취당하는 아이들 그리고 맹겔로프 숲에서 학교도 못다니고 하루종일 물고기를 잡는 어린 소년...모기를 피하기 위해서 7살부터 담배를 피우고 아이들은 12-13살 나이에 어쩔수없이 담배연기에 찌든 채 하루를노동으로 보내는 참혹한 풍경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이 <이름없는 소년들> 역시 인도출신 작가 카시미라 셰트에 의해 아동 노동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합니다. 가난때문에 고향마을을 떠나 도시로 오게 된 인도 소년
고팔의 가족. 하지만 도시의 화려한 불빛은 그들의 미래를 조금도 밝혀 주지 못한다.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낯선 아이의 말을 믿고 따라간 고팔은 어딘지 알 수 없는 건물에 감금되어 강제 노동을 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고팔 외에 다섯 명의 소년들이 더 있었는데 이들은 서로 이름도 모르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데요. 이는 서로 연대의식을 갖을까봐서 철저히 이름도 모르고 고립된 채 노동만 하도록 강요하는 공장주의 작업방침이었는데요.
원래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던 고팔은 함께 일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살았던 고향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야깃거리가 바닥나면 상상으로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미래의 꿈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절망하며 꿈에 대해 생각도 못하던 아이들은 고팔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지옥같은 현실에 대한 도피를 꿈꾸고 마침내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되지요.
희망을 잃지않고 자신들이 처해진 지옥같은 현실을 탈출하는 소년들을 일깨운 건 고팔의 이야기였죠.
서로 스토리 텔링을 통해서 공감하고 이해하며 정서적 몰입을 겪으며 탈출의지를 불태우는 소년들의 연대의식이 너무도 감동적으로 다가온 소설이었어요.
섬처럼 고립되고 흩어져버린 채 서로 서로 방을 쌓고 사는 현대인들의 덧없는 삶에 서로의 공감 소통이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였지요.
비단 끔찍하고 참담한 노동으로 내몰린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 풍요로와서 결핍을 모르고 살며 끊임없이 고립되며 자기 섬으로 가라앉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을 심어주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그 여럿의 희망이 모여서 마침내 우리 삶에 희망과 꿈을 주는 강력한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는 가능성을 심어준 희망찬 얘기라서 더욱 좋았어요.
단순히 아동의 노동착취와 부조리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연대의식으로 자신들에게 놓여진 끔찍한 환경을 탈출하는 용기있는 이야기라 우리 아이들에게 더욱 읽게 해주고 싶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