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지순례 - 오늘도 인생 떡볶이를 찾아 떠날 거야
떡지순례(홍금표) 지음 / 비타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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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지순례

 

 떡볶이는 영혼의 음식이자 힐링 그 자체이다. 스트레스가 받을 때건 기분이 좋을 때건 언제가 1순위인 음식, 아니 예술. 그러니까 떡볶이 덕후를 위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겠지. <떡볶이가 뭐라고>, <내일은 떡볶이>, <아무튼, 떡볶이>,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등등. 소설집, 에세이, 레시피북의 형식을 빌려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늘 본 <떡지순례>는 배민떡볶이 마스터즈 우승자의 인생떡볶이를 찾아 떠난 순례기랄까. 떡볶이 성지가 135곳이나 소개되어 있어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을 둘러볼 수 있었다!

 

 “매운맛, 단맛, 감칠맛이 느껴지는 빨간 양념과 쫄깃한 떡이 어우러진 한 접시. 바삭한 튀김과 담백한 순대까지 곁들인다면 그 어떤 것보다 삶을 위로해 주고, 일상의 행복을 찾아줄 거에요.” 라는 저자의 말이 그 어느 말보다 위로가 된다.

 

 어린 시절 학교앞 떡볶이의 맛을 잊지 못하고 살던 난 퇴근길 지하철 앞 포차의 떡볶이와 집 앞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오는 트럭 떡볶이를 먹으며 간혹 그때를 떠올린다. 맛은 다르지만 서서 먹는 것만으로 추억의 순간에 함께 먹었던 친구들을 소환해준다. 결국 맛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가진 추억이 팔할이었다. 그때 떡볶이를 담은 초록색 접시도, 종이컵에 후후 불어먹던 오뎅국물도.

 

 책은 재미있게도 YES/NO 의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성향에 맞는 떡볶이를 추천해주는 게임으로 시작된다. 떡지순례자는 정모 베스트5, 떡의 종류대로 쌀떡/밀떡/즉떡맛집 베스트5, 매운맛이 당기는 날 추천하는 떡볶이집, 사이드 메뉴 맛집 등 다양한 소개를 통해 이 책의 활용도를 높여준다. 무엇보다 인덱스로 지하철/기차 노선별 떡볶이 성지를 알려주어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어 좋았다! 떡지순례자가 직접 찍은 생생한 사진과 짧은 에세이, 시그니처 추천메뉴, 리뷰, 떡볶이 먹기 전후에 가기 좋은 주변까지 추천해주고 있어 일석 이조 그 이상이다. 수도권에 사는 난 일단 서울 곳곳의 성지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한 번씩 가볼 예정이고 지방도 인천, 경기도권은 찾아가 볼 생각이다. 우리 동네부터 뿌셔보자! 행복은 가까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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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괴물
조상미 지음, 조상미.이창현 그림 / 베어캣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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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괴물

 

 어느 날 저녁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아이는 잠자기를 주저한다. 아무래도 낮에 봤던 영상에서 납량특집이 나와 귀신분장을 한 누군가를 보고 자꾸 떠올랐던 모양이다. 또 어느 날은 손전등 모양의 공룡슬라이드기를 본 뒤 이빨이 무시무시한 티라노 사우르스가 당장 튀어나올 것 같다면서 잠을 쉽사리 이루지 못했다. 벽에 비친 공룡의 이미지가 각인되었나보다. 이러저러한 핑계로 방에 불을 끄지 못하게 하거나 무섭다며 잠들기 싫어하는 아이를 재우기란 꽤나 쉽지 않다.

 

 오늘 읽은 책 <방괴물>도 문 사이로 보이는 괴물의 기다란 손가락을 무서워하는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 아이처럼 귀가 밝은지 자려고만 하면 괴물들이 사사삭 움직이는 소리가 솔이에게도 들리는 듯하다.

엄마는 잠이 솔솔 오는 마법가루가 들어있다며 책을 읽어준다. 솔이 옆에는 토토와 토리, 토모가 옆을 지키고 있다. 솔이의 고양이들과 애착인형 토끼다.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솔이 곁엔 경계 태세로 솔이를 지키고 있는 토토, 토리, 토모의 눈빛이 비장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괴물들이 솔이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보라색 커다란 몸뚱이, 빨간색의 작은 뿔들이 가득한 아주 커다란 괴물은 솔이의 방을 한가득 채운다. 푸르륵푸르륵 변신하며 커진 토모는 문틈 사이로 들어오려는 괴물을 단숨에 잡아버리고 마법의 물결을 맞은 괴물은 스르륵 작아진다. 숨어있던 괴물들이 하나씩 등장하면 솔이를 건드리지 못하게 힘을 합쳐 마법불꽃킥을 날리며 괴물들을 무찌른다. 잠결에 솔이는 눈을 비비고 꿈인지 생시인지 괴물을 만난다. ‘너희가 그렇게 공격하면 우리도 무서워. 우리 친구하면 안될까? 너희가 푹 잘 수 있도록 살금살금 움직일게. 너희의 잠을 지켜줄게’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솔이는 밤새 지친 토토와 토리, 토모를 발견한다. ‘왜 저렇게 퍼져서 자는거야?’ 아리송한 솔이.

 

 상상력이 가득한 아이들의 꿈과 마음을 반영한 그림책같다. 아이들의 방엔 방괴물이 누구나 하나쯤 살고 있는 것일까? 얼마 전 아이가 갑자기 서럽게 울면서 엄마가 자신을 꽃밭에 놓고 혼자 집에 갔다며 왜 그랬냐고 따지는데 알고 보니 꿈을 꾼 것이었다. 당황했던 난 아이가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걸 보고 방괴물과 같은 상상속 이미지도 현실처럼 무서워할 수 있겠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어주며 좀 더 친근감있는 방괴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아이의 상상력을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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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ㅣ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16
이수연 글.그림 / 리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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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전에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내가 먼저 읽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 읽은 이수연 작가님의 그림책 <책콩 어떤 가구가 필요하세요?> 은 보다가 마음이 시큰해졌다. 어른아이같은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느낌이었다. 수채화같은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었다. 이름도 없는 주인공, 느릿느릿한 곰도 마치 나와 같았다. 눈치 빠른 여우들 사이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갈색곰이 안쓰러웠다. 곰은 많은 이들에게 가구를 팔았고 영업사원으로서 영광스러운 우수 사원이 되어 상도 받았지만 정작 마음이 허전했다. 앞서 가구를 샀던 이들과 같은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정서적 허기와 결핍이 느껴졌다. 새로 산 그릇을 진열할 장식장이 필요했던 멧돼지 아주머니, 글이 안 써진다며 더 큰 책상으로 바꿨던 소설가 펭귄 아저씨, 편하게 앉아 연주할 수 있는 소파를 샀던 캥거루 아저씨, 젊은 시절 입었던 양복들을 보관할 옷장을 맞췄던 사자 할아버지 등 모두 필요한 가구를 샀지만 정작 만족하지 못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온 집안이 이미 골동품으로 가득찼던 멧돼지 아주머니의 집은 진열장도 겨우 들어갈 정도였고, 책상을 바꿨던 펭귄 아저씨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잊었으며 자신의 연주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신이 나지 않았던 캥거루 아저씨는 이내 아코디언 연주를 멈추고 텔레비전을 켠다. 과거 트로피와 상장을 받으며 열심히 일했던 사자 할아버지는 방 한구석에 있는 가족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책 표지엔 사람들로 가득찬 만원버스에 주인공 곰아저씨만 갈색으로 물들어있다. 나머지는 흑백으로 처리했는데 마치 조명핀을 받은 무대 위 주인공처럼 눈에 띄면서도 지쳐보인다. 숨가쁘게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필요한 가구를 팔기 바쁘지만 ‘나’ 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정작 몰랐던 모습이 꼭 나를 보는 것 같다. 곰아저씨는 커다란 식탁을 만들기로 한다. 그동안 가구를 팔았던 사람들을 초대해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가구가 아닐지도 모른다. 나도 뭔가를 갖고 싶을 때 소비를 하지만 사고 나면 그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무언가를 채우고 싶은 욕구였을지 모른다. 이 책에도 저마다 필요한 가구를 구입했지만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당장은 모르는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가구를 파는 곰아저씨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 그들은 드디어 채우는 것보다 나누는 것으로 행복을 느낀다. 짧은 이야기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라 긴 여운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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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 차곡차곡 쌓인 7년의 기록
김수경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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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제목을 읽으니 마음이 몽글몽글 포근해진다. ‘우리 집’ 이 주는 따스함과 쉼터같은 편안함이 전달되어서였을까. 저자의 7년간의 기록이 마치 내 이야기처럼 읽히는 이유다.

 

 그녀의 이야기는 방 세 개인 25평 아파트의 평면도에서 시작한다. 네 식구의 침실과 아이들 장난감방, 옷방으로 꾸미며 공간을 진짜 ‘우리 집’ 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나도 지금 합가를 하고 있는데 몇 년 뒤엔 우리만의 공간으로 분가할 계획이다. 그래서 앞으로 방을 어떻게 꾸밀지, 주방과 화장실은 어떻게 만들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을 꿈꾸고 있다. 저자의 책이 심리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챕터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를 읽고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의 최애는 그릇인데 이 책에서도 그릇이야기가 나온다. 혼수 세트상품으로 사들인 그 유명한 그릇은 이사할 때마다 상부장의 반을 의미 없이 내어주며 무거운 짐이 되었다고. 이 집으로 이사온 후 적당히 굽이 있고 단정하고 매끄러운 모양에 푸른 무늬가 모두 다르게 그려진 부부 밥공기를 샀고 정말 좋아하며 오래오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밥공기에 새 밥을 지어 담으면 자신의 일상이 근사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니 나도 신랑과 아이들의 밥상을 차리며 느껴보고 싶은 순간이다. <살림 노트>에서는 톤만 조금씩 다를 뿐 모두 같은 색으로 보이는 옷장의 옷들을 이야기했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좋은 것, 맨살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워 기분마저 느긋해지는 것, 조금 더 늘씬하게 보이는 것, 입지도 않으면서 미련만 깊어 보관만 하고 있었던 것들을 보며 깨치는 것들을 비운다고 했다. 다가오는 계절마다 켜켜이 쌓아두었던 나를 풀어놓고 거울에 비친 지금의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중요한 일. 나도 얼마 전 여름 옷들을 꺼내놓으려 옷장을 뒤집었는데 저자와 같이 내 취향이 읽혀 자괴감이 들었다. 색은 거의 무채색이고 출산 후 찐 살로 사이즈가 다 스몰이 되어버렸다. 옷도 살림살이 중 하난데 입지도 않거나 못 입으면서 꽉 들어찬 옷장을 보니 기가 막힌다. 이번 기회에 옷장도 슬림하게, 내 몸도 슬림하게 만들 것을 다짐한다. <살림의 재정비>에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연결되는데 한 번에 한 가지를 계획하되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목표로 정한다. 서랍 속 유통기한이 지난 약과 화장품을 버리겠다고 계획하는 것처럼. 집안일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마무리하면 그다음 일이 수월해진다.

 

 저녁이 되어 어느 집에서 나는 밥 짓는 냄새, 국 끓이는 소리, 내가 좋아하는 반찬냄새가 나면 덩달아 행복해진다. 우리 집도 내가 만들어가기 나름이겠지. 저자처럼 집 안을 살뜰히 돌보며 꾸미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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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받침 - 퇴근길에 만난 안데르센
윤지영 지음, 문수림 엮음 / 이음(IUM)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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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받침-퇴근길에 만난 안데르센

 

 어릴 때 읽었던 명작동화가 새록새록 생각이 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이 되어 읽으니 느낌이 색다르다.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안데르센 동화를 보면서 나의 내면을 돌아볼 기회가 생겼다. 책 챕터마다 메모노트가 있어 기록을 하며 정리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나는 지금 일과 육아로 지쳐있다. 체력도 정신도 방전되는 느낌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이렇게 지칠까. 이 책을 읽은 건 행운이었다. 경주마같이 달리던 내 삶을 잠시 멈추고 생각할 여유를 갖게 했다. 복잡한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동심을 꺼내주었다.

 

 하나의 작은 깃털이 다섯 마리의 털 뽑힌 암탉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이웃들과 평화롭게 살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은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닭장에서 시작된 농담 한마디는 암탉과 수탉, 올빼미, 비둘기, 박쥐 등에게 돌고 돌아 마침내 이야기가 시작된 닭장까지 다시 전해졌다! 사실과 전혀 다른 왜곡만 남은 소문. 어제 40대 여배우의 피습사건이 기사로 뜨면서 수많은 추측성 댓글이 난무했다. 당사자가 누구인지 궁금증에서 시작된 비극적인 기사의 소문은 여러 연예인을 언급하며 2차, 3차 피해를 낳았다. 때로는 삶에 일어나는 일보다 더 왜곡된 ‘생각’ 으로 사실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를 바라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지 말 것. 소문은 생각보다 금방 시들어지고 그들은 그렇게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다시 읽곤 생각에 잠겼다. 나도 늙은 장관과 대신들처럼 옷감이 보이는 척 연기하지 않았을까. 바보 취급받기 두려워서, 혼자 튀기 무서워서 옳지 않아도 대세를 따르고 묵인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면서 나를 잃고 사는 것 같다.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이 아닌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이 살아가려면 적절한 가면을 쓰고 페르소나를 입어야 하지만 앞으로의 나는 살고 싶은 삶을 질문하고 만들어가야한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내가 어떤 위치에 있든 그 모습은 내가 결정한 모습이므로.

 

 짤막한 동화들을 읽으며 긴 여운이 남았고, 느낀 점이 많아 좋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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