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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 차곡차곡 쌓인 7년의 기록
김수경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5월
평점 :
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제목을 읽으니 마음이 몽글몽글 포근해진다. ‘우리 집’ 이 주는 따스함과 쉼터같은 편안함이 전달되어서였을까. 저자의 7년간의 기록이 마치 내 이야기처럼 읽히는 이유다.
그녀의 이야기는 방 세 개인 25평 아파트의 평면도에서 시작한다. 네 식구의 침실과 아이들 장난감방, 옷방으로 꾸미며 공간을 진짜 ‘우리 집’ 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다. 나도 지금 합가를 하고 있는데 몇 년 뒤엔 우리만의 공간으로 분가할 계획이다. 그래서 앞으로 방을 어떻게 꾸밀지, 주방과 화장실은 어떻게 만들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을 꿈꾸고 있다. 저자의 책이 심리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챕터 <매일 쓰는 물건일수록 좋아하는 것이어야 한다>를 읽고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우리 엄마의 최애는 그릇인데 이 책에서도 그릇이야기가 나온다. 혼수 세트상품으로 사들인 그 유명한 그릇은 이사할 때마다 상부장의 반을 의미 없이 내어주며 무거운 짐이 되었다고. 이 집으로 이사온 후 적당히 굽이 있고 단정하고 매끄러운 모양에 푸른 무늬가 모두 다르게 그려진 부부 밥공기를 샀고 정말 좋아하며 오래오래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밥공기에 새 밥을 지어 담으면 자신의 일상이 근사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니 나도 신랑과 아이들의 밥상을 차리며 느껴보고 싶은 순간이다. <살림 노트>에서는 톤만 조금씩 다를 뿐 모두 같은 색으로 보이는 옷장의 옷들을 이야기했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좋은 것, 맨살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워 기분마저 느긋해지는 것, 조금 더 늘씬하게 보이는 것, 입지도 않으면서 미련만 깊어 보관만 하고 있었던 것들을 보며 깨치는 것들을 비운다고 했다. 다가오는 계절마다 켜켜이 쌓아두었던 나를 풀어놓고 거울에 비친 지금의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중요한 일. 나도 얼마 전 여름 옷들을 꺼내놓으려 옷장을 뒤집었는데 저자와 같이 내 취향이 읽혀 자괴감이 들었다. 색은 거의 무채색이고 출산 후 찐 살로 사이즈가 다 스몰이 되어버렸다. 옷도 살림살이 중 하난데 입지도 않거나 못 입으면서 꽉 들어찬 옷장을 보니 기가 막힌다. 이번 기회에 옷장도 슬림하게, 내 몸도 슬림하게 만들 것을 다짐한다. <살림의 재정비>에서도 유사한 이야기가 연결되는데 한 번에 한 가지를 계획하되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을 목표로 정한다. 서랍 속 유통기한이 지난 약과 화장품을 버리겠다고 계획하는 것처럼. 집안일은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되어 있어 하나를 마무리하면 그다음 일이 수월해진다.
저녁이 되어 어느 집에서 나는 밥 짓는 냄새, 국 끓이는 소리, 내가 좋아하는 반찬냄새가 나면 덩달아 행복해진다. 우리 집도 내가 만들어가기 나름이겠지. 저자처럼 집 안을 살뜰히 돌보며 꾸미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