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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다운 공간에서 살고 싶다
오승욱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6월
평점 :
나는 나다운 공간에서 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집 관련 콘텐츠를 보다 보면 늘 비슷한 마음이 든다. 정갈한 거실, 호텔처럼 깔끔한 욕실, 감각적인 주방을 보며 나도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린 아이 둘이 뛰어다니는 집이다. 치우고 돌아서면 다시 장난감이 널려 있고 하루 종일 정리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언젠가는 인테리어만 잘하면 집도, 내 마음도 편안해질 거라고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나다운 공간에서 살고 싶다>는 그 생각을 조금 바꿔 놓았다.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집은 자아실현의 마지막 무대’였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룸도 아니었다.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을 담아내는 가장 사적인 무대였다. 책에서는 매슬로의 욕구 이론을 공간과 연결해 설명한다. 욕구가 충족될수록 사람은 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공간을 원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집을 꾸미기 전에 먼저 나는 여기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특히 와닿았다. 그동안 나는 어떤 욕실이 예쁜지, 어떤 가구가 인기인지에만 관심이 있었지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저자가 자녀 셋이 있는 집을 거의 여섯 개의 공간처럼 활용하도록 설계한 사례도 무척 흥미로웠다. 공간을 잘게 나누는 것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가족이 함께 공간 사용 규칙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구조라도 서로의 생활 방식이 맞지 않으면 결국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집도 시스템이라는 말이 이해됐다. 같은 집 안에서도 각자가 숨을 고를 수 있는 결이 달라야 함께 있을 때 관계도 부드러워진다는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
사실 예전에 시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집 안에 있어도 마음이 늘 긴장되어 있었다. 나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답답함이었다. 분가한 뒤에는 집이 넓어져서가 아니라 내 경계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갈등이 훨씬 줄어들었다. 집이 달라지니 마음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요즘 나는 깨끗한 욕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수납용품과 생활용품을 찾아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좋은 물건을 들이는 것보다 먼저 내 욕구를 이해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반짝이는 욕실인지 아니면 잠시라도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인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봐야겠다는 것이다.
멋진 인테리어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 있지만 편안함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이 책은 집을 꾸미는 방법보다 나를 이해하는 방법을 먼저 알려준다. 앞으로는 남들이 좋다는 집보다 우리 가족이 웃고 쉴 수 있는 나다운 집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