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 마음을 지키는 습관, 한 문장 붙잡기
충희 지음 / 여린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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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단단한 힘을 가진 책을 읽었다.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묘한 여운이 남는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이라는 말은 단순한 선언처럼 보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삶의 많은 순간을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타인의 말, 상황, 감정, 기억들이 나를 흔들 때마다 나는 과연 어디까지 허락하고 있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을 독자에게 천천히 건네며 시작하고 있었다.

 

책은 자기계발서이면서 동시에 인문 에세이에 가까웠다. 흔히 자기계발서라고 하면 목표 설정이나 행동 지침을 떠올리기 쉽지만,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은 명언과 문장들을 매개로 삼아, 우리가 무심코 반복해온 마음의 습관을 하나씩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빅토르 위고, 헨리 포드, 솔론 등 시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인물들의 문장을 수록하여 그 문장들이 오늘의 나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마음의 태도로 이어지는지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읽다 보면 좋은 말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말로 다가오는 기분이 든다.

 

표지 역시 책의 메시지를 잘 담아내는 인상적인 디자인이었다. 제목 주변의 글자들이 지워진 듯한 표현은 마치 한때 빽빽이 적혀 있던 생각과 말들이 의도적으로 삭제된 흔적처럼 보인다. 그 자리에 무슨 글자가 있었을까? 왜 지워졌을까? 이는 불필요한 감정과 생각을 덜어내고, 정말 중요한 문장만 남기자는 책의 태도와 맞닿아 있다. 시각적으로도 비워냄이라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듯하다.

 

이 책은 삶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적인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애쓰고 있는 사람에게, 조금 덜 상처받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감정의 경계를 세우는 법,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들이 우리의 작은 기준점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특히 헨리 J.카이저의 문제란, 그저 작업복을 입고 나타난 기회일 뿐이다.’ 라든지 데일 카네기의 인생의 하찮은 것들, 그저 삶의 흰개미 같은 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갉아먹게 두지 말라.’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작업복, 흰개미 등 눈에 그려지는 시각적인 소재를 잘 떠올려서 내게 건네는 한문장으로 마음을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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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흐르는 Dear 그림책
변영근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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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충만한 마음으로 더 움켜쥘 필요가 없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래로 흐르는 인생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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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흐르는 Dear 그림책
변영근 지음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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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흐르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사계절 출판사에서 다시 선보인 변영근 작가의 그림책 <낮게 흐르는>은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세계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책이다. 2018년 독립출판으로 먼저 소개되었다가 양장본으로 재출간된 이 64페이지의 그림책은, 단정한 물성과 조용한 태도로 독자를 맞이했다. 책을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은 내용이 품고 있는 느림의 감각과도 닮아 있는 듯하다. 어쩌면 이 느린 책이 지금의 속도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조용히 증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그래픽 노블은 한 청년의 여정을 따라간다. 서사가 분명한 이야기라기보다 청년이 자연 속을 거닐며 마주하는 풍경과 감정의 흐름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산길, 물가, 들판 같은 공간 속에서 그는 무언으로 존재하지만 비어 있지 않고, 움직이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의 리듬에 자신을 맞추며 삶의 속도를 의식적으로 늦추는 것 같다. 풍경과 나란히 서서 같은 속도로 숨을 쉬고 있다. 청년의 얼굴에는 극적인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상태로 자연 속에 놓여 있지만 그 평온함은 공허가 아니라 충만에 가깝게 느껴진다. 변영근 작가는 길 위에서 만난 것들과 하나 되어 마음이 가득 차면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가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문장이 이 책 <낮게 흐르는>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이자 철학처럼 느껴진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완전히 무언이라는 점이다. 글자가 없기에 독자는 해석의 주도권을 넘겨받는다. 어떤 장면에서는 자신의 기억을, 어떤 장면에서는 감정을, 또 어떤 페이지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숨을 고르게 된다. 그래픽 노블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 <낮게 흐르는>은 장르의 부담을 덜어주는 책이다. 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도, 상징을 읽어내야 한다는 긴장도 없고 그저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만 스스로 선택하면 된다. 빠르게 넘길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머무르게 되는 장면이 반드시 생길 것이다. 그것은 독자의 내면 속 속도와 맞닿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물에 발을 담그는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변영근 작가의 수채화는 이 책의 핵심적인 언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자연에 머무는 감정의 결을 포착하여 색과 색 사이를 스며들게 둔다. 책 속의 장면들은 독자의 마음속에서 각자의 기억과 감각을 불러와 누구에게나 같지 않게 읽힌다. 각자가 살아온 속도와 피로의 무게만큼 다르게 스며들테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고 사유의 깊이를 넓혀주는 기분이 든다. 제목처럼 충만한 마음으로 더 움켜쥘 필요가 없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래로 흐르는 인생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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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교사 추락 사건 - 제1회 소원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소원어린이책 30
정율리 지음, 해마 그림 / 소원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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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반드시 악의로 만들어지진 않는다는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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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교사 추락 사건 - 제1회 소원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소원어린이책 30
정율리 지음, 해마 그림 / 소원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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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교사 추락사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상담교사 추락사건>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난 추리소설을 떠올렸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숨겨진 범인, 반전 결말.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누가 상담교사를 떨어뜨렸는가보다 왜 아무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가에 관한 소설이라는 것을.

 

이 학교의 상담교사 모드니는 특별했다. 인간이 아닌, 아이들의 감정을 분석하고 반응하도록 설계된 로봇이었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BB-8같이 생겼다. 아이들의 말투, 표정, 심박수까지 감지하며 적절한 상담을 제공하는, 겉으로 보면 이상적인 상담자다. 판단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항상 차분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묘하게 모드니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한다. 특히 희주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숨기고 거짓말로 일관하는 상담을 한다. 책 속 주인공 삼인방 민아, 희주, 시연이는 모두 상담실을 드나들지만, 각자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끝내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이유는 다 달랐다. 민아는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순간,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까 봐 두려웠고, 희주는 기대받는 아이로 남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삼켰다. 시연은 애초에 이해받을 거라는 기대 자체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다. 이 소설은 그 복잡함을 단순화하지 않고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도 쉽게 나누지 않는다. 대신,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끝까지 따라가고 있다.

 

모드니가 추락한 뒤, 아이들은 혼란에 빠졌다. 보이지 않는 긴장이 흐르고 누군가는 의심받고, 누군가는 죄책감을 느끼며, 누군가는 그저 두려워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었다. 겉으로는 친구였지만, 사건 앞에서 그 관계는 흔들렸고 믿고 싶지만 확신할 수 없었으며, 말을 걸고 싶지만 그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비밀은 반드시 악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이 관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에게는 일종의 거울 같은 책이기도 하다. ‘사건보다 그 이전에 존재했던 아이들의 침묵,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어른들(부모)의 한계를 조용히 드러낸다. 또한 작품 속 상담교사 모드니는 아이들의 감정을 분석하고 반응하도록 설계된 존재지만 정확한 분석과 중립적인 태도가 반드시 신뢰와 공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범인을 찾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상담은 답을 주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곁에 남아 있는 일이라는 걸 알려주는 책이었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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