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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교사 추락 사건 - 제1회 소원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소원어린이책 30
정율리 지음, 해마 그림 / 소원나무 / 2026년 1월
평점 :
상담교사 추락사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상담교사 추락사건>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난 추리소설을 떠올렸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숨겨진 범인, 반전 결말.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누가 상담교사를 떨어뜨렸는가보다 왜 아무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는가에 관한 소설이라는 것을.
이 학교의 상담교사 모드니는 특별했다. 인간이 아닌, 아이들의 감정을 분석하고 반응하도록 설계된 로봇이었다. 마치 영화 스타워즈의 BB-8같이 생겼다. 아이들의 말투, 표정, 심박수까지 감지하며 ‘적절한 상담’을 제공하는, 겉으로 보면 이상적인 상담자다. 판단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항상 차분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묘하게 모드니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못한다. 특히 희주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숨기고 거짓말로 일관하는 상담을 한다. 책 속 주인공 삼인방 민아, 희주, 시연이는 모두 상담실을 드나들지만, 각자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끝내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이유는 다 달랐다. 민아는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순간, 자신의 세계가 무너질까 봐 두려웠고, 희주는 기대받는 아이로 남기 위해, 불편한 진실을 삼켰다. 시연은 애초에 이해받을 거라는 기대 자체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다. 이 소설은 그 복잡함을 단순화하지 않고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쁜지도 쉽게 나누지 않는다. 대신,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끝까지 따라가고 있다.
모드니가 추락한 뒤, 아이들은 혼란에 빠졌다. 보이지 않는 긴장이 흐르고 누군가는 의심받고, 누군가는 죄책감을 느끼며, 누군가는 그저 두려워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세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었다. 겉으로는 친구였지만, 사건 앞에서 그 관계는 흔들렸고 믿고 싶지만 확신할 수 없었으며, 말을 걸고 싶지만 그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다. 비밀은 반드시 악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이 관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에게는 일종의 거울 같은 책이기도 하다. ‘사건’보다 그 이전에 존재했던 아이들의 침묵, 그리고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어른들(부모)의 한계를 조용히 드러낸다. 또한 작품 속 상담교사 모드니는 아이들의 감정을 분석하고 반응하도록 설계된 존재지만 정확한 분석과 중립적인 태도가 반드시 신뢰와 공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범인을 찾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상담은 답을 주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곁에 남아 있는 일이라는 걸 알려주는 책이었다. 여운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