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지구별에서 내 인생의 첫사랑
박희준 외 지음 / 와일드북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_지구별에서 내 인생의 첫사랑

 

  제목이 참 예쁘다. 첫사랑은 보통 이성을 떠올리게 되는데 지구별에서 내 인생의 첫사랑이라니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의 대상은 역시 가족이구나라는 생각에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선택한 구성원이 아닌 부모와 형제부터 내가 선택한 배우자까지. 우린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또 치유하며 살아간다. 애증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는데 우린 가족을 통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책의 머리말처럼 가족은 한 아름의 장미를 선물 받고 그 장미를 함께 가꾸며 장미의 아픈 가시까지도 껴안아야 하는 관계다.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울타리이기도 하고.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한 시대라 할지라도 가족을 대체할 순 없다. 이 유일무이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소개할 저자 10명을 함께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내게 이번 서평도서를 직접 보내주신 분은 조경애 작가님이다. 10분의 프로필 중 9번째에 소개되었는데 책쓰기 코치이자 동기부여가, 성공학 강사라는 직업을 갖고 계신 듯하다. 저자는 우리 엄마뻘 되는 분 같았다.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남아선호사상이 뚜렷했던 그 시절에 태어난. 저자의 어머니는 억척스럽게 사셨지만 자식들에겐 온화한 분이셨다고 했다. 작은오빠가 죽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시절 연탄가스로 죽는 일이 많았는데 저자의 작은 오라버니가 죽자 어머니는 마음의 문을 닫았고 차갑게 변해가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이런 어머니의 모습에 불안을 느꼈을 어린 저자 또한 애처로웠다. 동생들은 태어났고 엄마의 사랑을 빼앗겼으며, 육성회비를 달라면 매타작을 하는 계모 같은 엄마, 이런 일련의 것들이 잠재의식 속에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을 거라고 회상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땐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에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있는 한 엄마는 영원히 살아있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이 대목을 읽으며 만약 우리 엄마가 당장 사라진다면? 이라고 생각만 했는데도 벌써 눈물이 나오려 한다. 막냇동생은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조건으로 부모님의 재산을 넘겨받았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모시지 못하겠다고, 그렇다고 재산은 내놓지 않겠다고 하여 유산반환소송까지 진행되었단다. 그 소송 중에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다. 불효막심하게 느껴지는 막내의 행동에 가슴에 못이 박히듯 아파왔다.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동생이기에 잘살기를 바란다는 말은 언니로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마음이겠지.

 

  저자 또한 남편과 헤어지고 두 돌도 되지 않은 아이를 도망치듯 데리고 나와 힘겹게 사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잘못된 모정 때문에 아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없어 다시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뺏기다시피 5살 때 아들과 헤어졌다. 이제 성년이 되었을 나이인데 어떻게 자랐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뛰어오른다고. 쉽게 만날 수 없는 모자지간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도 아이가 있는 엄마이다 보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과 헤어진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가슴에 응어리가 진 상처도 가족이기에 회복할 수 있고 회복해야만 한다. 서로 보듬고 치유해주는 가족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다면 지구별에서 만난 첫사랑들을 만나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중한 사람에게 웅진 모두의 그림책 30
전이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양하고 심오한 주제를 이수의 깊은 통찰력으로 풀어낸 글과 그림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글을 쓰는 솜씨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상상력과 따뜻함이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에게도 위로로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꽃이 되다 - 잊고 있었던 위대한 사랑을 만나는 시간
소빈 지음 / 빈퍼블리시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꽃이 되다

 

  예전에 어릴 적 동네 도서관에서 닥종이인형을 전시한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 그것을 보고 꽤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사람처럼 살아 숨 쉬는 듯 보였다. 리얼한 표정과 생기 있는 모습에 만지면 온기마저 느껴질 것 같았다. 그리고선 오늘 이 책을 만났다!

 

  아이 없는 형수를 위한 인형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으로 닥종이 예술을 시작한 저자. 그는 작품들에 빠져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활동을 계속하게 되었단다. 이 책에선 어머니를 주제로 잊고 있었던 위대한 사랑을 만나게 해주었다. 넘겨보니 <엄마, 꽃이 되다>, <소빈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소빈은 지은이인데 평생 자식만 바라보고 살다가 교통사고로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있었던 어머니를 3년간 간호하며 느낀 슬픔, 아픔 등의 감정을 닥종이 인형에 담아내었다.

 

  닥종이인형을 보면 전래동화가 많이 생각난다. 따스한 어머니의 품을 표현하기에 가장 제격이 아닌 예술작품이 아닐까 싶다. 엄마와 저자의 어릴 적 모습을 담은 작품들엔 그것이 오롯이 느껴진다.

-당신이 하늘이어서 푸른 빛 내어줄 때

저는 무지개가 되었답니다.

당신이 땅이어서 품어줄 때

저는 파릇파릇 솟아오르는 새싹이었습니다

이 글 옆에는 하얀색 닥종이로 마치 알을 품은 듯 아이를 감싼 엄마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었다. 둘은 한 몸 같았다. 우리 아이가 생각났다. 나도 부모인데, 엄마인데 이 작품을 보니 왠지 모를 따뜻한 눈물이 났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도 생각났다. 엄마의 쓸쓸한 표정은 철없는 아이와 깨어버린 성인의 모습을 갖고 있어서 나의 마음을 뒤흔든다는 글이 아련하다. 병간호를 하며 겪는 느낌이 전해져서 말이다. 닥종이로 표현한 성모마리아 같은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지은이는 그날 밤도 하얗게 울며 서러워서, 미안해서 울었다고 고백했다. ‘엄마 나는 어쩌라고 나 좀 내버려둬속으로 외치다 덜컥 내일 엄마가 세상 떠나시면 어쩌지 자괴감을 느끼는 모습에 안쓰러웠다.

 

  두 번째 챕터 소빈 이야기에서는 엄마와의 어릴 적 기억을 소환했다. 여섯 살 난 막내아들이 죽을까봐 끌어안고 한없이 우시며 밤색 털신을 손에 올려주셨던 기억, 그래서 엄마가 정말 약이 된 기억. 난 아팠을 때 엄마가 복숭아통조림을 사다 먹여주신 기억이 난다. 황도 복숭아는 무척 달아서 쓴 약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난 달고 맛있는 복숭아보다 엄마가 손수 떠먹여주던 하얗고 고운 손이 더 새록새록 기억난다. 지금은 무척 거칠어진 촉감에 마음이 아려온다.

 

  책은 더 늦게 전에 엄마가 꽃이었음을, 말해드리라고 조언한다. 꽃이었지만 꽃인 줄 몰랐던 우리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아름답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두 달이 느린 하루라도 괜찮아!
이안정 지음, 이호숙 그림 / 바른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열두 달이 느린 하루라도 괜찮아!

 

고운 시들과 한 번쯤 생각해볼만한 질문들이 다양한 글꼴로 눈을 사로잡는다. 화사한 꽃들은 유화로 수채화로 거듭나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기도 했다. 단순히 시와 일러스트가 삽입된 시집을 넘어서 라이팅북의 역할도 했다. 필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쪽면이 비워있기도 했고 독자의 담백했던 하루가 궁금하다고, 언제 어른이 되었음이 궁금하다고 나의 생각을 적기 원하는 페이지도 제법 있었다.

 

글쓴이와 그린이는 중학교에서 국어와 미술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들이다. 교육현장의 일선에 계신 분들이라 아이들과 직접 교감하고 그 속에서 배우고 성찰하는 삶이 이렇게 문학으로 살아났다. 문학은 현재 살고 있는 삶 그 자체이기에 자신을 자신이 더 사랑하고 아껴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글과 그림으로 다가왔다.

 

역시 시의 아름다움을 안다면 평범한 날들조차 색다르게 보일 것이다.

시라는게 일상에서의 날것을 세심히 관찰하여 꽃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 많이 그려져 있는 유화 또한 우리의 삶과 비교해볼 수 있다. 붓터치를 더하고 더해 새로운 색으로 밑바탕을 그릴 수 있다. 몇 번이고 말이다. 그 실패에 모든 걸 걸고 좌우되지 않는 인내와 끈기를 가져본다면 처음과는 전혀 다른 유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네 삶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다시 그 위에 덧그리면 된다!” 고 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어릴 적엔 직선그리기 연습을 했었다. 연필을 처음 쥐던 시기였다. 하지만 내 손은 내 맘과 다르게 삐뚤빼뚤 엉뚱하게 빗나갔다. <때로는 직선 가끔은 곡선>이란 시에서 이런 문장이 등장한다.

겨우 우리가 이해하는 것 밖에 이해할 수 없는 경계

(중략)

삐뚤빼뚤 불안함 속의 완벽한 우리의 인생

단 하나의 별을 보고 싶다면

지금의 어둠이 그대의 가장 빛나는 밤하늘

그것을 넘어본 적 있는 사람만이 선 밖을 채울 수 있다.

 

시는 대개 짧지만 강렬하다. 책은 홀로서기를 응원하며 여러 시어들로 우리의 소소한 일상에 힘을 불어넣어준다. 삶이라는 경쟁에서 겁내고 있다면 이 에세이를 들여다보자. 피고 지는 건 내가 아니라 꽃이니까. 그저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면 느린 건 문제되지 않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빛 쏟아지던 여름
임은하 지음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햇빛 쏟아지던 여름

 

  “추리닝 입고 전쟁터에 나갈 수는 없잖아요. 그건 전쟁에 임하는 자세가 아니죠.”

설이가 열흘이나 공들여 그린 그림은 선생님께 뺏겼다. 단지 여전사가 가슴 파진 옷을 입고 있었다고. 설이의 그림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그것이 화근이었다. 이 일로 엄마가 불려왔고 사실 엄마는 새엄마였다. 설이는 그 단어가 못된 팥쥐엄마같은 계모느낌이 나서 싫었다. 여하튼 사춘기에 접어는 15세 소녀 설이는 여름 방학 때 식구들과 여행을 가는 대신 고모할머니네 가있기로 했다. 설이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새엄마는 아기를 임신하고 있었고 변호사인 아빠는 엄마가 더 배부르기 전에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설이는 아줌마와 아빠 사이에 끼기 싫었다. 꽤 큰 의류회사 사장님인 고모할머니네 간다고 선언해버렸다. 설이가 고모할머니 댁에 가면서 평화시장 공순이에서 일류 디자이너가 된 그녀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마치 우리나라 현대사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할머니는 아직도 미혼인데, 열아홉에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이 죽었다는 부고를 듣고 설이와 함께 섬으로 가는 선착장에 몸을 싣는다.

 

  책의 제목처럼 햇빛이 쏟아지던 그 여름날, 그 섬에 가면서 설이는 가족과 화해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계기를 맞는다. 작년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작으로 유기적으로 짜인 구성이 몰입감을 덧입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섬까지 함께 도망한 할머니의 용기는 미녀와 야수처럼 모든 걸 극복하진 못했지만 설이는 엄마가 자신을 미워해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게 아니라는 건 깨닫게 되었다. 섬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영혼이 설이에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모두 자기만의 언어로 노력하고 있는 거니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아줌마가 낳은 설이의 동생은 설이의 손가락을 꽉 쥔다. 설이 자신도 이렇게 꽉 쥔 주먹 속의 것들 중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았는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말이다. 고모할머니의 흉터처럼 지나온 시간들을 되새기며 그것이 단지 상처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설이의 회복처럼 나도 누군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군가가 떠올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