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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고고학 - 미셸 푸코 문학 강의
미셸 푸코 지음, 허경 옮김 / 인간사랑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828/pimg_7335861901265987.jpg)
리어왕이나 돈키호테와 같은 작품을 읽어 본 적 있는가?
그 작품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광기를 접해본 적은?
푸코는, 죽기 전엔 멈추지 않을 광기 속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안 리어왕의 고통과는 다른 광기가 돈키호테에게 있다고 했다. 즉, 광기로부터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는.
어렴풋이 기억하던 그 작품 속에 나오는 그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어졌다. 조만간 두 작품을 다시 읽어야지.
그러한 고전에 보면, 이를테면 "암흑의 구슬을 품은 황금을 감추고..." 같은 알 수 없는 문장이 나오기도 한다.
무슨 말인가? 푸코는 그 시대를 "유사성의 시대"라고 말했다. 암흑의 구슬은 눈동자이고, 황금은 살빛이 금처럼 누런 사람을 뜻하는 것이었다.
돈키호테에서도 거대한 풍차와 거인을 동일시하는데, 바로 거대함이라는 유사성에 근거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문학작품을 통해 푸코의 철학과 사상을 접하다 보니 그의 생각이 좀 더 궁금해졌다.
하지만 푸코의 철학은 특히나 어려웠다.
이 책의 구조 또한 그의 공개 구두강연을 모아 원본에 준하여 옮겨졌다.
신선하고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프랑스인인 푸코의 문체가, 정확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탁월한 문체로 정평이 나있었기에
한국어로 번역할 때 가독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편집자는 설명해놓았다.
하지만 1960년대의 푸코를 직접 만나 강연을 경청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목차는 크게 세가지였다. 광기의 언어, 문학과 언어 그리고 사드에 대한 강의.
예상대로 내가 흥미를 느낀 것은 첫번째, 광기의 언어였다.
일단, 푸코가 일생동안 그의 사상을 전개한 것을 찾아보았다.
처음엔 인식론적인 연구에 집중하여 광기와 질병,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역사를 살펴보았다고 한다.
두번째는 언어학의 연구 시기, 즉 사물과 언어의 관계를 특정짓는 "에피스테메"라는 개념을 정립하였고,
마지막으론 훈육과 규율에 대한 분석을 연구하였다고 알고 있다.
독창적인 사상가로서 "시대의 진리를 의심하라"는 푸코의 말대로 나의 시각과 발상을 전환하고 싶었다.
책을 읽다보니 국어시간에 배웠던 소쉬르의 언어의 자의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광기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도 이야기하였다.
광인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광인인데, 세상이 필요에 따라 다르게 대하였다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상과 광기 사이에 대화가 있었다. 광기를 우주적 계시나 이성을 넘어선 자각으로 여겨 광인을 초월적 존재로 생각하던 시대도 있었다.
고전주의 시대에는 광기를 눌러 침묵시켰지만 광인들의 언어는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근대 정신병원은 대화가 아니라, 보상과 차별의 체계 안에서 광인 스스로 알아서 정신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조련만이 있다.
아까 언급한 "에피스테메"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였다.
유사성의 시대를 지나 고전주의 시대의 표상의 시대로 바뀌었다. 박민규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의 표지그림이기도 한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보면,
그림의 거울 속 왕과 왕비가 나오는데, 그들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 표상 자체로 가시적이 될 수 있다고나 할까?
그러다 근대에 와서는 실체의 시대가 되었다. 노동, 생명, 언어같은 단어는 표상으로 환원되지는 않지만 객관적 실체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말이라는 것이 결국 담론이고 철저한 힘의 관계에 의해 지배받는 것이라 19세기 초 정신의학은 질병과 맺는 대상적 관계를 광기와 맺음으로 권력관계도 수립되었다.
문학과 광기, 언어를 전방위적으로 다루는 작품등을 통해 푸코는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였는데, 모두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문학과 광기는 하나의 공통적 지평이라고도 했다.
아! 어렵다.
덧, "광인들의 배" 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사람들은 광인을 사람의 경계라고 상상한다. 또 물은 이 육지와 저 육지의 경계이므로, 경계인인 광인을 자신이 속하지 않은 두 세계의 경계 위(물 위) 에 떠다니게 한다는 것. 실제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이 책을 통한 푸코의 강의는 소개된 문학작품들을 좀 더 심도있게 읽어본 뒤에 다시 접하고 싶다. 그러면 더 가까워질 수 있겠지.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