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루이즈 핀치에게.
하지만 난 널 스카웃으로 부를래.
스카웃, 안녕?
네가 겪은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궁금하기도 했고, 분노가 일었으며,
결국엔 그들이 조금씩 이해되기도 하더라구.
넌 참 좋은 아빠를 둔 것 같아.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님같은 분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아 마땅하지. 너 그거 알아?
최고의 영웅은 누구일지 투표했었는데
슈퍼맨도, 아이어맨도 아닌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님이 1등으로 뽑힌거!
대단하지?
흑인 톰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백인이 침을
뱉어도
눈빛으로 제압할 뿐 손수건으로 침을 닦고 싸우지 않는,
이 정도의 절제력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존재할까?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들이 뻔히 드러나 보이는 진실도 외면한 채 유죄를
주장하고,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 젬처럼 나도 손이 부들 부들 떨리고 분노가 치밀었어.
너도 그 상황이 참 혼란스러웠지?
네가 살던 메이컴 마을은 평범한 일상 속에 가려진 여러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더구나.
뭐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예전보단 주변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은 없어졌지만
나도 우리 아랫집에 사는 신경질적인 아줌마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거든.
조그만 발소리에도 예민하게 뛰쳐올라오신다니까. 요즘 층간소음문제가 사회적으로도 문제거든.
이상한 소문에 싸여 두렵기만 했던 이웃 부 래들리에게 선물받은 나무옹이가 막힌 걸 보고
네 오빠 젬이 조용히 울음을 삼킨 얘기는 나도
참 먹먹했어.
나중에 봅 이웰이 공격할 때도 부가 막아줄 땐 어쩌면 그가 진정한 이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고.
두보스 할머니는 또 어떻고.
아빠가 퉁명스럽고 늙은 그 할머니에게 가서 책을 읽어드리라고 했을 때
나도 처음엔 너와 같은 기분이었을거야.
아빠가 두보스 할머니를 용감한 분이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도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했겠지.
'사랑' 때문에 남들에게 비난받는 경우가 생겨도
끝까지 상대에 대한 그 사랑과 진실을 붙잡고 있는 그 배려와 관심.
네 얘기를 통해 그리고 애티커스 변호사님을 통해 깨달았어.
그 말이 기억나네. 아빠에겐 이번 공판이 내 생애 가장 중요한 공판이 될 것 같다며,
너희들이 학교에서 이번 일로 불쾌한 일을 겪어도,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하지 말고 주먹이 아닌 머리로 싸우라고 말이야.
너랑
젬이 울땐 나도 맘이 아팠는데, 그래도 너희들은 참 괜찮은 아이들인 것 같아.
영민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말이야.
톰을 곤경에 빠뜨린 마옐라도 어떻게 보면 너무 외로운 사람이었을지 몰라.
그녀에게 유일하게 인간적으로 대해준 톰도 그걸 알고
있었겠지?
그러니 법정에서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에게 힘든 일이 될까봐 괴로워했겠지.
세상은 왜 이리 상처투성이인 사람들로 가득할까?
아버지의 희생양이었던 부 래들리나, 백인 처녀 마옐라,
톰 로빈슨은
죽기까지...너무 슬프다.
내가 사는 지금도 앵무새를 죽이려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아.
스카웃, 네가 살던 1930년대나 지금이나 말이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총으로 무차별하게 앵무새를 향해 분노의 총질을 해대는 사람들 속에서,
그것이 대세인 것마냥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서
난, 너처럼 그리고 애티커스 변호사님처럼 앵무새를 죽이는 일에 동참하지 않겠어.
나를 비롯해 누구든 앵무새가 될 수 있는거잖아.
그리고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인간의 양심이라고
했지?
맞아. 양심적으로 사는 게 힘들다 해도 노력할거야.
애티커스 변호사님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이만 줄일게.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다."
-오빠의 머리는 가끔 속이 환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지
래들리 집안 식구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게 납득시키려고, 또한 내 비겁함을 자신의 대담무쌍한
행동과 대비시키려고 생각해 낸
놀이였습니다.
-난 그런 거 손톱만큼도 상관 안 해.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아.
옳지
않다고.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어. 그게 나를
구역질 나게 만드는 거야.
-아무 이유 없이 흑인 청년 한 사람이 죽었고, 그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도
죽었습니다. 이번에는 죽은 자가 죽은 자를 묻어 버리게 하시죠.
변호사님, 죽은 자가 죽은 자를 묻어 버리게 하시란 말입니다.
-핀치 변호사님, 제 사고방식으로는 변호사님과 이 읍내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 저
부끄럼 많은 사람을 백일하에 끌어낸다는 건...
제게는 죄악입니다. 그건 죄악이라고요. 그리고 전 절대로 그런 죄악을
저지를 순
없습니다. 저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사정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변호사님, 저 사람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