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한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지음, 원주용 옮김, 미우 그림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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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국어책에서 고전문학사를 배웠었다.

삼국부터 시작된 시가라든지
시조, 고려가요, 가사 등에 나타난 남녀간의 애정지사가

지금보다 더 멋들어지고 세련되며 애절하게 표현되었더랬다.
가시리의 이별의 정한이라든지 정철이 쓴 사미인곡이라든지
어떻게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학생때에도 인상이 깊었다.
무엇보다도 선비와 기생간의 사랑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았다.
홍랑과 최경창이나 이매창과 유희경,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황진이와 서경덕.

 

이 책 <로맨틱 한 시>에서도 그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대 향기에 취해贈醉客-이매창>, <사랑하는 그대 기다리는 마음冬之永夜-황진이> 등...

한시 원문이 나오고, 한시를 한글로 해석한 글이 세로쓰기로 적혀있다.
아, 이 책은 옛날책처럼 오른쪽으로 넘기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그 다음장엔 지은이의 프로필. 역사적으로 어떤 인물이었는지 상세히 적혀있고,

마지막으론 그 작품에 대한 작가의 단상.
2015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다.
에세이 형식이라 친근했다. 일기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배경과 일러스트를 보니 제목답게 로맨틱했다.

목차는 총 4개이다.
1.봄을 기다리는 마음
2. 사랑의 기쁨
3. 변심
4. 그대를 원하고 원망해요

 

사랑과 이별은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주제인 것 같다.

박제가, 임제부터 이규보, 이수광 등 당대의 문인들이 표현한 이 텍스트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로맨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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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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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루이즈 핀치에게.

하지만 난 널 스카웃으로 부를래.
스카웃, 안녕?
네가 겪은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궁금하기도 했고, 분노가 일었으며,

결국엔 그들이 조금씩 이해되기도 하더라구.
넌 참 좋은 아빠를 둔 것 같아.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님같은 분은 사람들에게 존경받아 마땅하지. 너 그거 알아?
최고의 영웅은 누구일지 투표했었는데

슈퍼맨도, 아이어맨도 아닌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님이 1등으로 뽑힌거!
대단하지?
흑인 톰을 변호한다는 이유로 백인이 침을 뱉어도

눈빛으로 제압할 뿐 손수건으로 침을 닦고 싸우지 않는,

이 정도의 절제력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존재할까?
백인들로만 구성된 배심원들이 뻔히 드러나 보이는 진실도 외면한 채 유죄를 주장하고,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을 때 젬처럼 나도 손이 부들 부들 떨리고 분노가 치밀었어.

너도 그 상황이 참 혼란스러웠지?


네가 살던 메이컴 마을은 평범한 일상 속에 가려진 여러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고 있더구나.

뭐 물론 나도 마찬가지야.
예전보단 주변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은 없어졌지만

나도 우리 아랫집에 사는 신경질적인 아줌마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거든.

조그만 발소리에도 예민하게 뛰쳐올라오신다니까. 요즘 층간소음문제가 사회적으로도 문제거든.

 

이상한 소문에 싸여 두렵기만 했던 이웃 부 래들리에게 선물받은 나무옹이가 막힌 걸 보고
네 오빠 젬이 조용히 울음을 삼킨 얘기는 나도 참 먹먹했어.
나중에 봅 이웰이 공격할 때도 부가 막아줄 땐 어쩌면 그가 진정한 이웃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고.

두보스 할머니는 또 어떻고.

아빠가 퉁명스럽고 늙은 그 할머니에게 가서 책을 읽어드리라고 했을 때

나도 처음엔 너와 같은 기분이었을거야.
아빠가 두보스 할머니를 용감한 분이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도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했겠지.

 

'사랑' 때문에 남들에게 비난받는 경우가 생겨도

끝까지 상대에 대한 그 사랑과 진실을 붙잡고 있는 그 배려와 관심.

네 얘기를 통해 그리고 애티커스 변호사님을 통해 깨달았어.

그 말이 기억나네. 아빠에겐 이번 공판이 내 생애 가장 중요한 공판이 될 것 같다며,

너희들이 학교에서 이번 일로 불쾌한 일을 겪어도,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상관하지 말고 주먹이 아닌 머리로 싸우라고 말이야.
너랑 젬이 울땐 나도 맘이 아팠는데, 그래도 너희들은 참  괜찮은 아이들인 것 같아.

영민하고 마음씨도 착하고 말이야.


톰을 곤경에 빠뜨린 마옐라도 어떻게 보면 너무 외로운 사람이었을지 몰라.
그녀에게 유일하게 인간적으로 대해준 톰도 그걸 알고 있었겠지?
그러니 법정에서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에게 힘든 일이 될까봐 괴로워했겠지.

세상은 왜 이리 상처투성이인 사람들로 가득할까?
아버지의 희생양이었던 부 래들리나, 백인 처녀 마옐라,
톰 로빈슨은 죽기까지...너무 슬프다.

 

내가 사는 지금도 앵무새를 죽이려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아.
스카웃, 네가 살던 1930년대나 지금이나 말이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총으로 무차별하게 앵무새를 향해 분노의 총질을 해대는 사람들 속에서,

그것이 대세인 것마냥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속에서

난, 너처럼 그리고 애티커스 변호사님처럼 앵무새를 죽이는 일에 동참하지 않겠어.

나를 비롯해 누구든 앵무새가 될 수 있는거잖아.
그리고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인간의 양심이라고 했지?

맞아. 양심적으로 사는 게 힘들다 해도 노력할거야.

 

애티커스 변호사님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이만 줄일게.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다."

 

 

 

-오빠의 머리는 가끔 속이 환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지 래들리 집안 식구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게 납득시키려고, 또한 내 비겁함을 자신의 대담무쌍한
행동과 대비시키려고 생각해 낸 놀이였습니다.

 

 

-난 그런 거 손톱만큼도 상관 안 해. 그런 식으로 대하는 건 옳지 않아.
옳지 않다고.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어. 그게 나를
구역질 나게 만드는 거야.

 

 

 

 -아무 이유 없이 흑인 청년 한 사람이 죽었고, 그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도 죽었습니다. 이번에는 죽은 자가 죽은 자를 묻어 버리게 하시죠.
변호사님, 죽은 자가 죽은 자를 묻어 버리게 하시란 말입니다.

 

-핀치 변호사님, 제 사고방식으로는 변호사님과 이 읍내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 저 부끄럼 많은 사람을 백일하에 끌어낸다는 건...
제게는 죄악입니다. 그건 죄악이라고요. 그리고 전 절대로 그런 죄악을
저지를 순 없습니다. 저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마 사정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변호사님, 저 사람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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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저 - 똑똑한 조직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캐스 R. 선스타인 & 리드 헤이스티 지음, 이시은 옮김, 김경준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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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여럿 모이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지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넛지' 의 저자가 이번 책을 집필하면서 집단, 조직이 빠지게 되는 함정과 오류에 대해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접근하여 설명해주었다.

 

 

 


집단 실패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집단적 논의 중 개인의 오류가 전파되면서 확대되기도 하고, 초반에 발언한 사람의 영향으로 나머지 구성원들의 의견이나 정보를 파악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른 바 폭포효과에 희생되는 대다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집단은 극단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논의 이전보다 더욱 극단화된 상태의 결론에 다다르기도 한다. 공유된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정보를 지배하여, 구성원의 모든 정보가 파악되기 쉽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는 '정보 신호' 와 '평판의 압력' 이 중간값보다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저자의 말을 빌리면, 8가지 접근방식이 있다.
호기심이 많고 과묵한 리더, 비판적 사고의 점화, 집단의 성공에 따른 보상, 역할 지정, 관점 변경, 악마의 변호인, 레드팀 구성, 델파이 기법 등이 그것이다.  방법론적인 모색을 통해 조직의 집단지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더 나은 길로 나갈 수 있다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따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왕이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던 바와 같이 개개인보다 집단지성을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최선의 선택을 찾아가는 게 어떨까? 항상 옳진 않지만 혼합된 다수결은 어떤 조건에서는 최선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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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 마운틴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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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무겁고 음울한 분위기가 소설을 지배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1인칭 주인공 시점인 소설의 화자는 열한 살 남자아이인데,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담담하고 태연하게 말하고 있는 게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열한 살짜리 남자아이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톰아저씨

이렇게 세사람과 사슴사냥을 떠났어요.

 이 야생의 세계에서 사냥 첫 날 사슴이 아닌 불청객 밀렵꾼을 총으로 쐈다는 사실.

왠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예사롭지 않아 보였어요.

 

 

<세상이 정말로 새로운 경우는 없다>

 

 

저자 데이비드 밴의 소설 서술방식이

 의식의 흐름을 따르고 있어서 읽기가 버겁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 또한 가볍지 않은 것이라 더 고통스럽기까지 했지요.


죽은 밀렵꾼이 예수를 상징하고, 성경 속 인물인 가인과 아벨이 등장하며

기독교적인 관점과 함께 인간본능, 죽음과 실존 등에 대한 것들을

좇아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집요한 묘사와 나열되는 서사가

스토리 중심의 여타 책들과는 다르게 쉽게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죽이고 있다>

 

소설 <고트 마운틴> 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보니 저자가 이렇게 얘기했더군요.
"내 소설의 폭력은 미 총기 문화에 던지는 경고" 라고요.
학교 총기 난사사건들을 접하며 인간의 맹목성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 사건의 배경을 탐구하여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지옥의 공간을 담고 있다고 밝혔구요.


이틀 반 동안의 시간동안, 밀폐된 공간인 사냥터에서 재현된 현대판 그리스비극이랄까?

 

 

<내가 서 있는 이 땅은 저 산을 따라 어딘가로 미끄러져

무저갱으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소년이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밀렵꾼에게 방아쇠를 당겼다는 사실.
소년 최초의 살인이었습니다. 아벨을 죽인 가인처럼 말이죠.


 무기력한 보통사람인 톰아저씨와
선량하지만 살인한 자식을 보호해야하는 아버지,

선악을 초월해 신의 상투 위에 앉은 독특한 캐릭터의 할아버지가
소설에 등장하여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이 잔혹한 할아버지가 구역 성경에 나오는 신처럼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을 존재한다고 설명하며
기독교적 세계관에 도발하는 인터뷰는 거슬리기도 했어요.

 

 

<이제 넌 어른이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넌 어른이다. 아버지가 말했다.>

 

 

사슴을 사냥하는 것과 인간을 죽이는 것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디까지 용인하고 덮어줄 수 있으며,
어느 선까지 합리화가 가능한지...

이런 물음에 대해 소설은 어떤 대답을 하는 걸까요?

 

 

<지금 당장 저애를 죽여 이 불 속에 매장해야 해>

 

 

소년의 폭력이 성인식을 치르는 과정처럼 그려져서

그가 아무 감정없이 밀렵꾼을 사살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던 걸까요?

게다가 밀렵꾼을 죽인 후에 또 사슴을 사냥하여 죽이고.

그 어린 소년이 사슴을 해체하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잔인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는 읽는 내내 긴장감을 안겨다 주었어요.
사슴 시체와 혼자 남겨진 소년이 시체까지 끌고 캠프로 돌아가는 먼 길.
자수를 권하는 아저씨와 시체를 묻자는 아버지, 그리고 손자를 죽이려는 할아버지...

 

 

 

<살인이 자연스러운 일이거나

그럴 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도무지 말이 안된다>

 


작가는 모든 인간을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을 저지른 카인의 후예' 라고 말한 것을 보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아버지는 그의 아버지를 붙잡고 울었다>

 

 


고트 마운틴이라는 공간이 가져다주는 느낌은

이 소설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거대하고 어둡게 표현되는 자연의 모습과

상세하게 그려진 소년의 마음이 제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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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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