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핸드셰이크 - 우리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버네사 우즈 지음, 김진원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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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이토록 멀리까지 왔는데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살아있는 다른 영장류는 여전히 나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P.63)


 인간과 98.7%의 DNA를 공유하는 보노보.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고 다정한 이 동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지구를 인간이 점유하고 있는 게 파란 행성과 이 세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에겐 더없이 큰 불행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파괴하고 없애고 망가뜨리는 게 이 땅에 태어나고 존재하는 이유인 것처럼 구는 인간들이 평화를 사랑하고 이타적인 보노보를 통해 다시금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 

 <보노보 핸드셰이크>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까, 정인경 작가와 김혼비 작가처럼 정말로 '폭소했다가 고통스러웠다가 지적으로 충만했다가 가슴 졸였다가 펑펑 우느라 잠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할 것'이란 말에 백프로 공감한다. 


결국 운명이 던진 주사위가 데굴데굴 굴러서 전 세계 어디에서든, 어느 가정에서든 태어날 수 있다면, 그리고 각각의 확률을 따져본다면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 보노보에게는 배고픔도 폭력도 빈곤도 거의 없다. 우리에게 뛰어난 지능과 찬란한 문명이 있지만, 보노보에게는 어느 소유물보다 가장 귀중한 것이 있다. 바로 평화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보노보가 중요하다. 전쟁 없는 세상을 여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침팬지한테서 배울 만큼 배웠다. 하지만 우리와 가까운, 살아 있는 또 다른 친척,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삶을 영위하는 그 친척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방인처럼 쌀쌀맞게 대하고 있다. 우리가 보노보를 잃는다면 보노보가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영영 배울 수 없을 것이다.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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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의 예술 - 포스터로 읽는 100여 년 저항과 투쟁의 역사
조 리폰 지음, 김경애 옮김, 국제앰네스티 기획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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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어요."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의 대사다. 


 난민, 기후변화, 페미니즘, 인종차별, LGBTQ, 전쟁과 핵무기 반대 등 전 세계 7개 주요 이슈에 대한 지난 100여 년간의 인권·환경 운동을 다룬 포스터들과 설명이 담긴 대형 화보집인 <저항의 예술>을 보며 조태오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저항의 시작을 생각해 봤다.

당시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던 그 '문제들'이 어떻게 수면 위로 떠올랐고 어떤 반발이 생겼고 어떤 희생이 뒤따랐으며 오늘날 어떻게 그것들이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생각하니 나는 모든것에, 많은 사람들에 빚을 지고 있었다.

 모든 저항은 숭고하며 아름답다.


 지금은 어떤 문제들이 당연시 되고 있을까, 앞으로 떠오를 문제, 저항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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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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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정착지의 흙먼지 아래 파묻힌 채 잊힌 도시

끝없이 변화하는 강과 바다가 풍경을 바꾸어놓은 곳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장소들


 한때는 번영했을 문명과 사회를 보며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밟고 있는 이 땅이 아스라이 사라졌을 때를 상상해 본다.

천재지변 때문일 수도, 인간의 욕망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후자일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공룡시대가 멸망한 이유와는 달리

인간시대가 멸망하는 건 인간 때문일 것이다.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를 톺아보다 살짝은 인류애가 더 사라졌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 다시 희망을 걸어봐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


난 아직도 보라카이 섬의 오색찬란한 열대어들을 잊지 못하는데

바다 한 가운데서 봤던 석양을 잊을 수 없는데

유럽의 벅차오르던 자연과

제주도에서 봤던 무지개들과 

집 앞을 산책하며 들이마시는 숲의 싱그러움을 

오래오래 경험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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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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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노랜드>란 천선란 작가를 확신하게 된 작품이다.

소설집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정말 빠져서 읽은 책이기도 하고 외로움과 쓸쓸함, 저릿한 감정을 놓지 않고 끝까지 가져간 독서가 오랜만이라 아주 좋았다.


 멸망하는 세계 속에서도 느리지만 꿋꿋하게 희망을 곁에 두는 열 개의 이야기.

 무한한 우주라는 공간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이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 뿐인데 이 곳 마저도 억지로 떠밀리듯 떠나야만 할 때 이런 막막함과 서글픔과 외로움과 아련한 기분이지 않을까. 


 정말 언젠가 네가 그렇게 끄트머리이자 시작점인 곳에 서게 된다면 네가 믿는 것을 잃지 않기를 바라. 네가 믿고 있는 것이 답이야. 그걸 잃지 마. 가끔은 진실보다 믿음이 더 중요하니까.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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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메리 D. 개러드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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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테미시아가 살았던 17세기 유럽은 견고한 가부장제 그늘 아래서 여성 억압이 팽배한 사회였다. 당시 여성은 그저 집안 남자들의 소유물이자 재산으로 분류되어 물질적 재산은 물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소유권조차 갖지 못했고, 중매결혼이나 수녀원의 경제적 볼모였다. 그러한 시대였음에도 아르테미시아는 뛰어난 재능으로 일찍이 화가 아버지 오라치오의 공방에서 도제생활을 시작했고, 예술가로서 경험을 쌓아간다. 그러던 중 아르테미시아의 미술수업을 맡은 아버지의 동료 화가 아고스티노 타시가 수업을 빙자해 어린 아르테미시아에게 접근, 거칠게 저항하는 그를 강간한 사건으로 아르테미시아의 삶은 전환기를 맞는다. 하지만 결코 수동적 피해자로 머물기를 거부한 아르테미시아는 로마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간 재판을 견디고 살아남아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 화가로서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잉글랜드 등에서 활동하며 당대 여성 지도자들과 교유했다. 또한 그가 남긴 여러 유의미한 작품은 재발견되고 연구되면서 현대에 전해지고 있다.

 

 대학시절 매 학기 미술사를 교양과목으로 수강했고 지금도 미술 관련 책을 꾸준히 읽는데도 불구하고 아르테미시아라는 이름이 너무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림은 어디선가 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름은 처음들어보는데라고 생각하며 <여기, 아르테미시아>를 펼쳤는데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왠지 이 책을 시작으로 미술을 좀더 폭넓게 이해하게 될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아르테미시아의 묘비에는 그저 "여기, 아르테미시아 (Haec Artemisia)"라고만 새겨져있다고 한다. 그 시대에도 아르테미시아라는 이름만으로 그의 명성을 증언한 것이다.
아르테미시아를 안다는 것은 미술에 새롭게 눈뜨는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이해했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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