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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가소성 - 일생에 걸쳐 변하는 뇌와 신경계의 능력 ㅣ DEEP & BASIC 시리즈 3
모헤브 코스탄디 지음, 조은영 옮김, 김경진 해제 / 김영사 / 2019년 11월
평점 :
불과 50년 전만 해도 성인의 뇌가 어떤 방식으로든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이단으로 취급되었다. 과학자들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뇌는 유연하고 순응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뇌가 마치 틀에 넣은 점토처럼 단단히 굳어 아동기가 끝날 무렵에는 구조가 영구적으로 고정된다고 믿었다.
(중략) 이는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성인의 뇌는 변화하는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실제도 우리의 모든 행동과 경험에 반응해 평생 변화를 거듭한다.
다시 말해 신경계는 애초에 변화하도록 진화했으므로 신경가소성은 모든 신경계에 내재한 근본적인 속성인 셈이다.
<신경가소성> 中 P.10
오늘날 신경가소성은 여러 영역에서 유행어처럼 쓰인다. 동기부여 강사나 자기 주도 전문가들은 당신의 뇌를 리셋하라는 구호를 사용하고, 교육 전문가와 기업 관리자들은 학습 능력을 증진하고 리더십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이 개념을 사용한다. 그러나 잘못된 견해가 만연한 가운데 신경가소성은 명확한 개념적 정의 없이 잘못 이해되고 있다.
<신경가소성> 中 P.11
치매를 진단받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스마트폰이 우리의 뇌 기능을 대체함으로써 점점 많은 사람들이 뇌 발달과 훈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직장에 한 영업사원이 갑자기 들어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며 엠씨스퀘어와 비슷한 제품을 홍보하던 게 생각난다. 직장에서 성공하고 살아남으려면 뇌 훈련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어쩌고저쩌고..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과연 저걸 사용한다고 승진을 빨리하고 머리가 좋아질까?'라는 불신과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다들 관심을 갖지 않았다. 후에 여러 광고 매체를 통해 이와 비슷한 뇌 훈련 학습 도구나 어플이 많이 나와 솔깃한 적도 있다. 따라 하는 방법도 눈만 깜빡하면 되고 게임 식으로 가볍게 뇌를 자극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신경가소성」은 이 수백만 달러짜리 뇌 훈련 산업에 대한 의구심을 과학적 근거를 통해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어떤 책들을 보면 흥미로운 주제나 제목에 비해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결말이 흐지부지해서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143페이지 분량의 핸디형 책에 간단명료하게, 그리고 흥미로운 예시와 사례들로 주장을 명확히 뒷받침하고 있어서 퀄리티가 굉장히 높다.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각종 뇌 훈련 도구에 현혹되지 않는 방법이 「신경가소성」에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중 제2외국어 사용의 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사실 머리에 좋다는 게임이나 두뇌 회전 훈련 같은 걸 해도 이게 실제로 머리를 쓸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의아했었다. 게임을 하면서도 이건 눈이랑 손만 일하지 뇌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거나 두뇌 회전을 향상시킨다고는 하는데 혼자 속으로 딴 생각을 하면서 집중하는 척해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제2외국어를 배우고, 그걸 여러 방면에 사용할 때 뇌를 사용하고 있다는 걸 육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더 많이 느낀다.
줄기세포에 기반한 신경 질환 및 손상 치료, 중독과 통증 등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내용들도 찾아볼 수 있다. 뇌와 관련된 인간의 생로병사를 두루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필요성과 가치가 충분하다.
신경가소성의 개념을 명료하고 깔끔하게 설명한 수작이라는 평을 받을 만한 책이다.
인간이 뇌를 정복하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도 뇌의 15%밖에 사용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뇌의 가능성과 신비함에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