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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겟티드 - 당신이 누른 ‘좋아요’는 어떻게 당신을 조종하는가
브리태니 카이저 지음, 고영태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내부고발자인 브리태니 카이저가 영국의 막강한 데이터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들어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양심과 윤리가 명예, 권력욕 앞에서 얼마나 하찮아지는가를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어서 소름이 돋는다.
인간의 권력에 대한 욕심 앞에서 수천만 명의 개인 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한 번 본다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할 때 몇 번은 멈칫거리게 된다. 저자 또한 내부고발자로 미국은 물론 유럽 사회에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지만 그전까지 이 기업에서 근무하며 미국 시민 수천만 명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대선 캠페인에 활용해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행을 미친 활동에 관여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타겟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광고와 메시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이러한 심리 공작은 현재까지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내부고발자가 됐다고, 책을 발간하고 유명 방송에 출연한다고 해서 저자의 지난 행적이 용서받을 순 없지만 이러한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아무것도 모른 채 개인 정보를 노출하고 타겟티드 된 정보를 받아들이며 마치 이것이 내 생각인 양 여길 것이다.
현재 저자는 '당신의 데이터를 소유하라' #OwnYOurData 운동을 창시해 데이터 권리가 기본 인권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개인의 디지털 자산 권리 보호를 위한 법률 개혁을 추진하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사용자라면 「타겟티드」를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타겟티드」의 저자는 SNS 사용자에게 개인 정보의 중요성과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책의 말미에서 디지털 자산의 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데이터는 한 번 빠져나가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더 이상 파괴되기 전에 우리의 권리와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치인들에겐 법과 규정을 고쳐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해법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정보가 권력이 되는 시대에 정치인들이 검은 유혹을 뿌리치고 흔쾌히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줄지는 의문이 든다.
이 책에서 언급하듯 정책 결정권자들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빵 가격부터 트위터 내에 인종차별이 늘어나는 문제 등 갈등이 고조되기 전에 미리 감시하고 평화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데이터를 적절히 수집하고 분석한다면 인권 유린과 전쟁 범죄, 혹은 전쟁 그 자체까지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두려움을 극대화하거나 수치를 부풀리는 등 공포를 조장해 사람들의 심리를 조종하려는 움직임이 더 커 보인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5단계 접근법을 보면 사람들을 32개의 유형으로 구분해 점수를 매기고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등의 활동을 분류해 하위 범주로 개별 집단을 훨씬 더 세밀하게 분류했다. 이런 것들을 토대로 정치 및 기업 고객에게 예측 알고리즘을 제공하고 이 알고리즘을 통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적용해 개인 정보를 또다시 수집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타겟 대상에 접근하고 '행동 기반 마이크로타겟팅' 전략을 내세워 동영상, 오디오, 인쇄 광고에 이르는 모든 콘텐츠를 타겟에게 전달한다.
SNS에 접근하기 위해 '개인정보 활용'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해야만 한다.
너무 길고 깨알 같은 크기에 '남들도 다 하니까', '별일 있겠어.'하는 마음으로 클릭 한 번에 동의를 하지만 내 정보가 누군가에겐 굉장히 비싼 금액으로 팔리고 다루어지고 있단 걸 기억하게 만드는 책이다. 통제받지 않은 데이터 권력이 민주주의를 유린할 수 있다는 현실이 무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