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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인원 - 끝없는 진화를 향한 인간의 욕심, 그 종착지는 소멸이다
니컬러스 머니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4월
평점 :
학자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는 신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새로운 차원의 인간 '호모 데우스 Homo deus'로 살아간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집단 지성은 바닥나고, 전 세계인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기에 '호모 에고티스티쿠스 Homo egotisticus' 또는 '호모 나르키소스 Homo narcissus', 즉 자기중심적 인간이라는 학명이 더 잘 어울린다. (중략)
호모 나르키소스: 지구 생물권을 완전히 파괴하여 자신을 멸종의 길로 몰아넣은 아프리카 출신 유인원의 한 종.
우리는 좀 더 객관적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우리와 우리가 아닌 존재에 감사해야 한다.
<이기적 유인원> 中 P.06~07
「이기적 유인원」의 머리말에 인간은 신과 동일한 능력을 지닌 새로운 차원의 인간인 '호모데우스'보다 '호모 나르키소스'가 더 잘 어울린다고 언급된다. 그러면서 호모 나르키소스의 풀이까지 자세하게 써 놓고 있는데 '자신을 멸종의 길로 몰아넣은 유인원'이라는 말에 적지 않은 공감을 하면서도 이렇게 인간이라는 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자꾸 자폭의 길로 멈추지 않고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 하는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기적 유인원」은 총 220페이지로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인간 진화의 역사와 멸망을 잘 요약하고 있다. 빅뱅으로 인간 지구의 탄생과 최초 인류의 탄생, 인간의 유전자 설계과 임신, 지성, 문명 발전부터 죽음까지.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망쳤는지 우리는 어떻게 사라지게 될지 저자는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주는 동시에 책에서 묻고 있는 질문에 우리가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뛰어난 지성과 종족 특성을 가진 인간이 책임이 뒤따르는 지배자가 아닌 관리인으로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깨닫게 되는데 WHO에서 판데믹을 선언한 이 시점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지구가 인간의 것이라는 이기심이 한순간 어떻게 나약해질 수 있는지 오버랩되면서 인간은 이제 더 이상 호모데우스가 아니라 호모 나르키소스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인간이 이기적 유인원에서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게 될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다. 다만, 다시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명성을 되찾게 될지, 아니면 이기적 인간보다 더 추악하고 비참한 명칭을 얻게 될지 그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