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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몰려온다 - 높아지는 해수면, 가라앉는 도시, 그리고 문명 세계의 대전환
제프 구델 지음, 박중서 옮김 / 북트리거 / 2021년 11월
평점 :
'내일 당장 전 세계의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든다 해도, 21세기 말까지 1미터 내지 2미터의 해수면 상승은 피할 수 없다. 극단적인 폭풍해일, 만조 수위 급상승, 하천 범람, 지반침하, 해안 도로 및 연안 기반 시설 침식, 기후 난민 발생... 자연 재난을 관리하는 우리의 능력은 위기 상황에 서서히 잠식될 것이다.'
(본문 중)
해수면이 상승하면 소금물이 점점 위로 밀려 올라오면서 민물이 있을 공간이 줄어든다. 토양 염류화도 심각한 문제인데, 나무가 염분이 많은 토양을 견딜 수 없으므로 식용작물이 시들고 죽어간다.
태평양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마셜제도공화국은 해수면 상승으로인한 토양과 식수문제, 그리고 국민의 건강 문제를 떠안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농장들은 소금에 저항력을 지닌 변종 작물을 실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를 보면 왜 가난한 국가와 그 국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가 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선진국이 하지 마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들 중 대부분은 이미 그들이 혜택을 볼만큼 보고, 환경 문제를 초래한 것이다. 그런데 그 짐을 가난한 사람, 가난한 국가들이 가장 많이 짊어져야 한다. 개도국들이 경제발전을 위해 행하는 여러 환경파괴를 정당화 할 수도, 강력히 규탄할 수도 없는 현실 속에서 지구의 기후변화는 폭주하고 있다.
<물이 몰려온다>를 읽으며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에 큰 위기의식을 느끼는 동시에 내가 무얼 할 수 있나, 내가 하는 환경보호가 과연 지구를 구할 수 있는가, 백날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 하고 전기를 아껴봤자 중국 공장 굴뚝에서 뿜어 나오는 시커먼 연기를 잠재울 수도 없는데 하는 무력감도 느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여름에 날씨가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도, 반대로 여름에 무덥고 겨울의 맹추위에 견딜 수 없을 때도 모두 지구온난화 탓이라는 얘기만 되풀이 됐다. 가을에 태풍이 줄고 여름에 모기가 없어 살만할 때도 지구온난화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고 다양한 환경 변화에 역시 지구가 앓고 있어서구나 고개를 끄덕일 때도 많았다.
이제는 단순히 이런 요상스러운 변화들을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