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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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정착지의 흙먼지 아래 파묻힌 채 잊힌 도시

끝없이 변화하는 강과 바다가 풍경을 바꾸어놓은 곳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장소들


 한때는 번영했을 문명과 사회를 보며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밟고 있는 이 땅이 아스라이 사라졌을 때를 상상해 본다.

천재지변 때문일 수도, 인간의 욕망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후자일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공룡시대가 멸망한 이유와는 달리

인간시대가 멸망하는 건 인간 때문일 것이다.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를 톺아보다 살짝은 인류애가 더 사라졌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 다시 희망을 걸어봐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


난 아직도 보라카이 섬의 오색찬란한 열대어들을 잊지 못하는데

바다 한 가운데서 봤던 석양을 잊을 수 없는데

유럽의 벅차오르던 자연과

제주도에서 봤던 무지개들과 

집 앞을 산책하며 들이마시는 숲의 싱그러움을 

오래오래 경험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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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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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노랜드>란 천선란 작가를 확신하게 된 작품이다.

소설집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정말 빠져서 읽은 책이기도 하고 외로움과 쓸쓸함, 저릿한 감정을 놓지 않고 끝까지 가져간 독서가 오랜만이라 아주 좋았다.


 멸망하는 세계 속에서도 느리지만 꿋꿋하게 희망을 곁에 두는 열 개의 이야기.

 무한한 우주라는 공간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이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 뿐인데 이 곳 마저도 억지로 떠밀리듯 떠나야만 할 때 이런 막막함과 서글픔과 외로움과 아련한 기분이지 않을까. 


 정말 언젠가 네가 그렇게 끄트머리이자 시작점인 곳에 서게 된다면 네가 믿는 것을 잃지 않기를 바라. 네가 믿고 있는 것이 답이야. 그걸 잃지 마. 가끔은 진실보다 믿음이 더 중요하니까.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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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르테미시아 -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메리 D. 개러드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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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테미시아가 살았던 17세기 유럽은 견고한 가부장제 그늘 아래서 여성 억압이 팽배한 사회였다. 당시 여성은 그저 집안 남자들의 소유물이자 재산으로 분류되어 물질적 재산은 물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소유권조차 갖지 못했고, 중매결혼이나 수녀원의 경제적 볼모였다. 그러한 시대였음에도 아르테미시아는 뛰어난 재능으로 일찍이 화가 아버지 오라치오의 공방에서 도제생활을 시작했고, 예술가로서 경험을 쌓아간다. 그러던 중 아르테미시아의 미술수업을 맡은 아버지의 동료 화가 아고스티노 타시가 수업을 빙자해 어린 아르테미시아에게 접근, 거칠게 저항하는 그를 강간한 사건으로 아르테미시아의 삶은 전환기를 맞는다. 하지만 결코 수동적 피해자로 머물기를 거부한 아르테미시아는 로마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강간 재판을 견디고 살아남아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 화가로서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잉글랜드 등에서 활동하며 당대 여성 지도자들과 교유했다. 또한 그가 남긴 여러 유의미한 작품은 재발견되고 연구되면서 현대에 전해지고 있다.

 

 대학시절 매 학기 미술사를 교양과목으로 수강했고 지금도 미술 관련 책을 꾸준히 읽는데도 불구하고 아르테미시아라는 이름이 너무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림은 어디선가 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름은 처음들어보는데라고 생각하며 <여기, 아르테미시아>를 펼쳤는데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왠지 이 책을 시작으로 미술을 좀더 폭넓게 이해하게 될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아르테미시아의 묘비에는 그저 "여기, 아르테미시아 (Haec Artemisia)"라고만 새겨져있다고 한다. 그 시대에도 아르테미시아라는 이름만으로 그의 명성을 증언한 것이다.
아르테미시아를 안다는 것은 미술에 새롭게 눈뜨는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깊이 이해했던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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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 키우는 법 - 우세한 눈이 알려주는 지각, 창조, 학습의 비밀
베티 에드워즈 지음, 안진이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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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책같기도, 뇌과학 책같기도 하고 예술책 같기도 아니면 그림 교재같기도 한 <보는 눈 키우는 법>.
 내가 오른손잡이인 것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떤 눈잡이 인가?'하는 것이라는 정보와 여러 명화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눈에 관한 이야기까지 모처럼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나는 오른손잡이이자 오른발잡이, 그리고 오른눈잡이라는 것도 새로 알게 된 사실인데 내 좌뇌는 정말 피곤하겠다 싶으면서도 우뇌를 발달시킬 방법을 알 수 있어 꽤 유용했다. 

  <보는 눈 키우는 법>에서 소개하는 ‘눈’과 ‘우세한 눈’에 대한 다양한 지식은 절대적인 원칙이라기보다는 나와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배경 지식이다. 우리는 눈 편향을 이해함으로써 상대방을 습관적으로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보려고’ 시도할 수 있고, 우세한 눈과 우세하지 않은 눈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보려고 애씀으로써 관찰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관념이 아닌 시지각에 의존해 그림으로써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다. 이렇게 우세한 눈을 아는 것은 관찰력, 묘사력에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켜 결국 뇌의 종합적인 발달을 돕게 된다. ‘우세한 눈’을 아는 것이 곧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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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삶이 될 때 - 낯선 세계를 용기 있게 여행하는 법
김미소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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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 미국에서 응용언어학을 공부, 본토에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은 저자의 <언어가 삶이 될 때>는 언어 학습을 시작한 나이보다는 해당 언어로 쌓는 경험이 더 중요하며, 언어는 나와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체이고, 따라서 언어 자체가 아니라 언어를 통해 경험하는 세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언어는 관계의 언어, 삶의 언어, 사회의 언어다. 영어는 우리 손발을 묶어놓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한 국가에 얽힌 문화나 관계에서 해방시켜주기도 한다는 말에 적극 공감했다. 외국어를 통해 그 나라의 사고방식, 삶,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언어 그 외의 것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늘 즐겁고 설레지만 '잘 못하면 어쩌지', '원어민이 과연 내 말을 이해할까?' '혹시 내 문법이 틀렸으면 무슨 망신이야'같은 근심이 늘 베이스로 깔려 있던 나에게 재미있고 신선하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 독서였다.
 그렇다. 원어민처럼 말 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미 자원을 활용하여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과 관점을 제시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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