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성적이 오르는 쿼드스터디 - 나에게 꼭 맞는 학습 성향별 공부 가이드
김청유 지음 / 유노라이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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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코칭전문가 김청유님의 <무조건 성적이 오르는쿼드스터디>는 학습자의 인지와 성향을 기반으로 학습 성향을 네 가지로 구분하고, 각 유형에 적합한 맞춤형 공부 전략을 제시하는 멘토링 교육서이다. 




나는 10년이 넘는 사교육 강사로 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다보니 학습법을 설명한 공부법 책과 각종 합격 수기와 수험기를 기록한 에세이에는 늘 시선이 가게 된다. 수많은 공부법 책을 읽었으나, 나는 대부분의 경우에 이 책은 저자 한정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하나 같이 제각각이다. 이 책의 저자가 수많은 예시로 강조한 바와 같이, 부모 자식간에도, 형제 간에도 학습 유형은 차이가 날 수 있다. 모두에게 효율적인 공부법 같은 건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은 지극히 타당할 것이다. 




저자는 글에 인지 및 성향을 구분짓기 위한 검사 링크를 QR코드로 삽입해두었다. 삽입된 코드 속 질문은 교육자인 내 기준에는 질문의 의도가 명백하게 보여서 의도적으로 결과를 조작할 가능성이 적잖아 보였을 뿐더러, 질문 자체가 모호한 경우도 더러 있어 메타 인지가 낮을 경우 판단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들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내가 겪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습 과부화와 빡빡한 일정 때문에 살짝 번아웃이 온 상태이거나, 오랫동안 거듭된 학습지체 때문에 더이상 공사교육에 신의를 잃은 채 무관심을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길고 복잡하고 지나치게 상세한 설문이 오히려 독이 될 지도 모르겠다는 판단도 들었다. 




간혹 원하는 장래희망은 또렷하나, 스스로 어떤 학습스타일을 갖고 있고 어떤 점이 강점이고, 또 어떤 점이 약점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학생들에게는, 저자가 제시하듯 거칠게나마 큰 공부의 유형을 정하고 그에 맞는 지도 방식으로 학습을 유도하는 편이 실질적으로 성적 향상에 큰 보탬이 되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공부가 중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의 스타일에 딱 맞는 지도가 행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나 역시 대형 학원에 있을 때는 획일된 교재와 정해진 진도 스케줄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기를 강요당한 바가 많고, 수업의 평균적인 난이도와 맞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추가 교재를 선정하는 것을 꺼리는 학원장들도 많았다. 학생과의 지도 방침에 있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소규모 입시학원으로 이동하여 수업에 관한 재량권이 넓어져도, 정해진 수업 스케줄 안에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은 늘 존재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수업 이후에 개인적으로 따로 봐주다가, 그럴 거면 과외를 하라, 는 비난을 받은 바도 여러 번 있었으며, 학부모에게 수업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고 항의 전화를 받은 적도 다반사였다.




교사가 학생의 맞춤형 돌봄을 원한다 하여도 그것은 학생 본인 희망, 학부모의 이해, 학원의 협력이란 전제 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난제라는 점을 나는 내 몸을 부딪쳐 가며 현장에서 처절하게 깨달았다. 그렇기에 나는 왜 이 아이에게만 다른 교육이 필요한가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 이 책의 출간이 몹시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학습자의 학습 유형을, 원칙주의형, 목표지향형, 한 우물형, 전체주의형 네 가지로 구분한다. 학원에서는 대체로 학습자를 원칙주의형이라고 생각하거나(기초학력이 낮은 경우) 목표지향형이라 상정(학과성적이 좋을 경우)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 나는 전체주의형이었다. 실제로 그래서 나는 친구 따라 종합 학원을 다녔을 때보다 학원을 다 관두고 독서실에서 자기주도형으로 스스로 개념을 손으로 필기하며 정리하고 공부할 때 훨씬 더 성적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모든 학생들에게 학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모든 이들에게 똑같은 문제집이나 강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저자가 언급하였듯이 어쩌면 학습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그의 학습 성향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 기반한 학습 기반 조성과 학습자에 대한 신뢰일지도 모르겠다. 




그 점을 나는 이 책의 후미에 실린 학습자들의 후기를 읽으며 깨달았다. 아이들은 제각각의 개성을 지녔고, 내 아이는 느리고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전인교육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현행 교육 시스템에 맞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각형 모양의 아이를 애써 원형틀 안에 구겨넣기 보다는, 허준이 교수님의 사례처럼 학습자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공감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이 사회에 퍼져나가기를,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라는 바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이 학습자 본인과 그를 지원하는 가족들에게 긍정적인 유대 형성의 첫 걸음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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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실패와 민주주의 위기
윌리엄 하웰.테리 모 지음, 백창재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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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실패와 민주주의 위기》 서평


2025년 6월 19일 초판이 발간된 윌리엄 하웰과 테리 모의 《정부의 실패와 민주주의 위기》는 부정적 포퓰리즘 현상의 원인을 정부의 무능으로 진단하며, 해결책으로 강한 대통령제와 적절한 권력 분립을 갖춘 정부 모델을 제시한 책이다. 정치학적 관점에서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분석한 내용은 흥미로웠으며, 이와 같은 논의의 시의성이 한국 정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껴졌다. 특히 한국에서도 최근 정부 무능 논란과 정치적 파동을 겪어왔기에,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에 관한 논의에 더욱 관심이 커졌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민주주의가 ‘포퓰리즘 위기’라는 내재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 집행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대통령에게 입법과 예산 주도권을 부여하면서도 사면권과 인사권을 제한하고, 정보기관 통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강력하지만 민주적 시스템에 의해 통제받는 대통령제가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의 주장에는 미국 정치의 역사적 특수성을 고려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미국은 대통령 권력이 약하기 때문에 정부의 무능이 악화되고, 그로 인한 국민의 불신이 포퓰리즘적 리더를 등장시키는 기제가 되었다. 반면 한국은 오래도록 강한 대통령제 하에 운영돼 왔기 때문에 이 처방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이미 대통령 중심의 행정입법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국회는 사실상 정부 입법의 통과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정치 구조에서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을 대통령 권력 부족보다는 구조적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정치 체제를 분석하며, 저자들의 제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대통령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친일 자본과 재계, 언론, 그리고 사법·경찰 권력이 결합한 기득권 동맹이 정부와 민주적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마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민주주의 위기는 단순히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기득권의 권력 구조가 민주적 제도를 훼손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에 가깝다.  


한국 정치의 흐름을 돌아보면, 유능한 진보 정권은 기득권에게 체제 위협으로 간주된다. 그 결과 언론, 사법, 경제 권력이 결탁하여 정권을 무능하다는 프레임에 가두고 마비시킨다. 이는 한국 정치사에서 군사 독재, 권위주의적 통치, 부정적 포퓰리즘 리더를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장면 정부의 붕괴,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의 권력 마비를 예로 들 수 있다. 특히 최근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계엄령 사태에서는 부정적 포퓰리즘의 극단적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정권 교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 구조의 병리적 복원력이 한국 민주주의의 체질적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감히 주장하건대, 한국 사회에 필요한 민주주의 개혁은 강한 대통령제가 아니라, 기득권의 비민주적 연합을 해체하는 데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래와 같은 개선책을 고민해보았다. 첫째, 검찰의 기소권을 경찰, 공정위, 특검 등 다양한 기관에 분산시키고, 개방형 인사제도를 도입하여 검찰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언론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재 지표를 발행하고 민간·개인 채널을 활성화하며, 대관 로비를 감시하는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 셋째, 사법부에 개방형 인사 제도를 도입하고 재판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확대하며, 배심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정권과 제도의 분리를 보장하며 정부의 정책 지속성을 확보할 독립 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대대적인 사회 개혁을 통해 보다 유능한 정부가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는 정부의 무능 자체라기보다, 유능한 정부 조차 실패하게 만드는 기득권 카르텔과 중층적 권력 구조에 있다. 이 책은 부정적 포퓰리즘 리더의 등장이라는 현대 정치의 위기를 탐구하며, 한국 정치 구조를 성찰할 중요한 기회를 선사한다. 민주주의는 나와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라, 개인의 관심과 참여가 수많은 문제를 극복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한국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읽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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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당신을 위한 자존감 워크북
김기현 지음 / 미래의창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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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현 상담사님의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당신을 위한 자존감 워크북>은 사회초년생이 사내 관계 속에서 직면하는 자존감 저하와 번아웃에 대한 해결책을 심리학적 이론에 기초하여 제공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책은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쓰기 위한 책이다. 텍스트힙이 사회적 현상으로 퍼져 나가며 요즘 한창 필사용 책의 발간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필사노트를 구매했을지언정, 필사용으로 출간된 책은 구매한 적이 없었던 나는 이 책의 구성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이 책은 전체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출근이 싫은 마음 이면에 있는 관계의 고통과 문제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자존감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부는 저자의 집필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파트로, 7단계에 걸쳐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실습을 워크북 형식으로 차분히 구성하였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내 안의 비판자를 만나고, 욕구의 좌절 경험을 떠올리고, 자신의 한계를 파악한 뒤, 성공 경험과 자기자비를 실천하기 위한 각 단계가 세세하게 나뉘어진 워크시트로 제공된다.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될 법한 실습 위주의 책을 눈앞에 두고,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책을 독자로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심했다. 그러다가 저자의 말처럼 처음은 읽고, 그 다음에는 쓰는 책으로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자존감이 무너지거나 상처 받는 일은 다반사인데, 일회성으로 쓰고 말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는 워크시트의 각 단계마다 커다란 포스트잇을 붙였다. 그리고 하루에 한 단계씩, 퇴근 후 하루를 돌아보면서 적어보기로 했다. 쓰다 보니 한 단계씩 진행해도, 평균적으로 20-30분은 꼬박 걸려서 하루에 여러 단계씩 진행하는 건 무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하루에 한 단계씩 분량을 줄이되, 대신 글을 쓰면서 내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것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의식을 집중하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나면 다이어리에 칭찬과 격려의 짤막한 글을 남기곤 했다. 그렇게 하나씩 진행하여 오늘이 벌써 4일째이다. 


여태까지 진행한 단계 중에서는 내면의 비판자를 관찰하는 어제의 워크시트가 내게 가장 유용했던 것 같아서 잠시 그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나는 굉장히 욕심이 많다. 욕심은 많은 반면, 체력과 정리력은 부족한 편이라 물건도 넘쳐나고, 일거리도 늘 넘쳐서 툭하면 밤을 새며 가뜩이나 위태로운 건강을 해치기 다반사다. 관심 분야도 넓고, 올해는 이사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상반기를 몇 번이나 집을 옮겨다니는 와중에 비루해진 체력을 다 깎아 먹어서, 원래 계획했던 장기 계획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그래도 꿈을 버리지는 못해서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계속 나를 몰아치다가 상반기 내내 누적된 피로로 감기 몸살과 번아웃에 시달리던 터라, 나는 내심 이 책의 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받자마자 즐거운 마음으로 펼쳐들어 읽으며 하루에 한 장씩 워크북의 내용을 적어내려가다가, 나는 3단계 내면의 비판자 앞에서 한참 주저했다. 원하는 바를 다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과, 더이상은 무리라고 속삭이는 자아의 충돌을 줄곧 외면해왔으나, 더이상은 그럴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욕심 사납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내면의 비판자와 마주 섰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자꾸 만들어내는 나를, 내면의 비판자는 한심하게 여기고 있었다. 욕심부리고, 체력과 시간, 능력이 부족해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게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자의 말에 반론의 여지는 없었지만, 마음 속에 가득찬 꿈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워크북의 질문에 하나씩 답하면서 나는 이 비판이, 내 능력을 섣불리 재단했던 내 유년 시절과 지금의 가까운 이들 때문에 형성된 내 상처입은 반발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내면의 비판자는, 계속 내가 무리하며 건강을 해치고 삶의 질을 낮추다가 그들의 예단이 진실이 되어, 내가 또다시 상처입고 주저앉을까 봐 걱정해서 나를 적당선에서 만류하고 싶어 했던 고마운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내 안의 적이라고 여긴 비판의 목소리를 깊이 있게 통찰하며, 나는 말은 험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친구 한 명을 얻은 기분이었다. 워크북을 작성하는 동안 나는 내게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선물하고 있다고 느꼈다. 긍정과 자기 돌봄의 감각을 체험하고 나니 오늘 밤, 내일 밤, 그리고 내가 또 상처받는 어떤 밤에 써내려갈 나머지 돌봄의 워크북이 몹시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 책의 워크북을 작성하면서 나는 자존감 회복은 결심만으로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함으로써 변화를 일으키는 습관이 되어야 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직장이 싫고 힘든 모든 현대인에게, 일이 버거운 게 아니라 사람이 힘겨운 이들에게, 나처럼 오랜 번아웃에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지쳐가는 이들에게, 그리고 좀처럼 자신 안에 있는 냉혹한 비판자와 화해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이 짧고 강한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읽기 위한 책에서 쓰기 위한 책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이 책은 독자의 건강한 자존감 형성에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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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한국사
김재완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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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작가님의 <기묘한 한국사>는 우리 역사 속에 가려졌거나 흐릿하게 다뤄진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석이 분분한 유물, 특이한 인물, 독특한 관습, 그리고 미스터리한 음모론까지 다양한 역사적 주제를 다룬다.이 책은 기존의 정사 위주 역사 교육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흥미롭고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독자로 하여금 역사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기회를 준다.

 

첫 번째 장인 한국사 속 수수께끼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유물과 사료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들을 다룬다. 예를 들어, 세한도가 일본을 거쳐 국내로 돌아오는 과정이나 첨성대의 구조에 관련된 비밀은 매우 흥미롭고 뜻깊었다. 광개토대왕릉비에 새겨진 신묘년에 대한 기록과 그 해석의 차이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유물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읽으며,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내 취미와 연결해 생각해보니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장은 조선 시대의 무덤 이야기를 다룬다. 조선의 송사의 대다수가 산송과 관련된 부분이었다는 점에서 무덤은 단순한 장소 이상으로 우리 민족의 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세종의 묘자리를 옮긴 이야기와 조선을 넘어 400년이나 이어진 산송은 단순한 집안의 분쟁을 넘어선 사회적, 문화적 가치가 있었다고 본다. 농경 민족으로서 땅에 대한 애착이 깊은 우리에게, 잠재적 생활 터전이 될 수도 있는 명당을 조상의 영혼을 위해 기꺼이 양보하는 관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지금 산천을 지나다 관리되지 않은 묘자리를 마주할 때마다 땅을 차지하기 위해 고민했을 조상의 마음과 버려진 상태를 보는 후손의 마음이 어떨지 곱씹어보게 된다.

 

세 번째 장에서는 독립운동과 근대사를 다룬다.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비롯해 익숙한 독립운동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우장춘 박사의 부친에 대한 내용이었다. 을미사변을 주도했던 친일파가 박사의 아버지라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버지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를 걸은 우장춘 박사의 삶은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과 맞물려 실로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이런 사례를 통해, 실제 역사가 영화보다도 극적인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네 번째 장에서는 한국사 속 음모론을 탐구한다. 영조의 경종 독살설이나 정철의 정여립 모반 사건처럼 익숙한 음모론도 등장하지만, 훈요십조의 호남 차별 조항을 둘러싼 논란이나 왕건의 생전 행보를 대조한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특히 왕건의 주요 측근이 호남 출신이었다는 점과 이를 바탕으로 훈요십조가 조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논란까지 깊이 있게 다룬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조선 왕조가 관서 지역을 역차별한 사례를 떠올리며, 조선과 고려 모두 왕권을 보장했던 배경 세력이 역차별을 받은 기묘한 아이러니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다섯 번째 장에서는 궁녀와 내시, 역관과 화공 등 궁궐 속에서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특히 내시와 환관이 다른 개념임을 알게 된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 고려 시대에는 내시가 신분이 낮은 이가 아닌 관직의 일종이었다는 것, 또한 이들이 단순히 궁궐의 하인이 아니라 고학력 전문직으로 왕권 강화에 기여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들의 삶과 희생에 대해 이렇게나마 알게 된 점이 개인적으로 값진 발견이었다고 본다.

 

이 책은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가려지고 흐릿하게 기록된 이면을 밝혀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우리 역사에 대한 신선한 흥미와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역사를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라 여겨 멀리했던 이들에게도 역사에 대한 재미와 깊이를 모두 잡은 책으로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기에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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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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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김주혜 작가님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대하소설이었다. 그래서 이번 신작 <밤새들의 도시>가 출간된다는 광고를 접하고, 기대감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출간 직후부터 이어진 뜨거운 SNS 프로모션을 지켜보면서 읽고 싶은 마음은 더 커졌지만, 뒤로 미루고 있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 장편소설을 국제도서전을 앞두고 어수선한 심리 상태에서 섣불리 시작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밤새들의 도시>는 러시아의 천재 무용수 나탈리아 레오노바(나타샤)와 그녀를 둘러싼 무용수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인물소설이다. 나타샤와 알렉산드르 니쿨린(사샤)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발레사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실감 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발레 팬이라면 분명 이 작품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발레라는 예술을 좋아해 프랑스어와 러시아어를 배우고, 공연까지 혼자 보러 다닐 만큼 애정이 깊은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이 작품은 매 순간이 감정이입과 몰입의 연속이었다. 나탈리아가 날아오를 때마다 나도 그녀와 함께 중력을 거스르는 기분이 들었고, 무대 조명 아래에서 환희의 순간을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그녀가 사랑을 느낄 때 나도 그녀와 함께 설렜고, 괴롭힘을 당하며 좌절할 때는 함께 고통에 빠졌다. 심지어 사고와 부상, 그리고 우울의 늪에 빠지는 순간들도 마치 내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특히 마지막 무대에서 나탈리아가 지젤을 공연하기 위해 나아가는 장면. 드라마틱한 부상을 딛고, 그녀와 환상의 파트너가 이루어낸 그 무대는 나에게 심리적 절정을 선사하며 눈물까지 나오게 했다. 나탈리아의 큰 고별 무대를 관통하며, 나는 이 작품 속 그녀의 삶에 온전히 기대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환희만 남긴 작품이 아니었다. 저자가 언급했듯, 아무리 위대한 예술도 언젠가는 끝이 있다. 하지만 지젤 공연이 절정에서 끝이 나더라도, 나탈리아의 삶은 새로운 국면으로 이어진다. 나타샤가 마린스키 최초의 여성 감독으로 도약하는 장면은 우리 삶이 하나의 예술처럼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작품은 단순히 발레를 다룬 소설이 아니라, 인간 삶과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낸 고도의 서사적 예술이다.

 

이성복 작가님는 문학은 인생이라는 꿈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꾸는 또 다른 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에게 문학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나의 문학 읽기는 나와 다른 삶을 이해하면서, 내 삶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하는 과정 같은 것이다. <밤새들의 도시>를 통해 나는 예술, 인간관계, 그리고 욕망이 얼마나 날카롭게 얽혀 있는지 깨달았다. 나탈리아처럼 뛰어난 천재라 해도, 그녀가 가진 감정과 관계의 갈등은 결국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이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나타샤 주위의 인물들은 사샤를 그녀의 인생에 끼어든 나쁜 남자라고 여겼지만, 결국 나타샤는 그를 자신의 사랑이자 영혼의 파트너로 받아들인다. 나는 그녀가 사샤를 용서한 장면에서 그녀의 감정을 절절히 공감했다. 나 역시 사샤가 그녀를 사랑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떤 사랑은 서로를 태워버릴 만큼 강렬하더라도, 끝내 함께할 수 없는 관계로 남기도 한다. 이들의 관계는 서로를 살라내며 자기 자신까지 태우는 불길 같았다. 반면, 매그너스와의 관계는 서로를 감싸 안는 따스한 불꽃처럼 오래도록 조화를 이루며 타오를 수 있는 안정적인 사랑이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사샤를 보내고 그의 행복을 빌었듯, 나 역시 이 등장인물들의 행복과 안녕을 빌어주고 싶다.

 

저자의 전작이 민족적 뿌리를 찾는 여정이었다면, 이번 신작은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밤새들의 도시>는 단순히 예술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 작품은 바로 나탈리아가 발레라는 예술을 통해 자신 안에 깃든 영혼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우리가 각자 가진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놓고 싶지 않은 꿈과 도전을 위해 나탈리아의 이야기는 보편적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극적이고도 아름다운 서사는 천재 예술가의 삶이기에 감동적인 것이 아니다. 바로 그녀 또한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에서 울림이 만들어진다. 발레라는 낯선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는 있지만, 그 무대 안팎에서 무너지고 성장하는 나탈리아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 삶에 연결되는 보편적 진리가 있다.

 

이 책은 단지 발레 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독자가 그녀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그녀들과 함께 날아오르는 동안 발레의 낯선 용어조차 마법의 주문처럼 마음속에 스며든다. 나는 이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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