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하다는 소꿉친구물인데요 #선파혼후연애물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의 악우들이 설레는 연애에 점차적으로 빠져드는 감정의 변화가 섬세하게 묘사되고 있네요. 템포 빠른 액션 추리에 재미 비중을 더 두는 독자라면 약간 지루할 정도로요.여주에게 부여된 수수께끼 풀이 미션 덕분에 사실 지루할 틈이 없긴 했네요. 이야기 전반에 걸쳐 미션 해결과 연관된 사건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그에 따라 새로운 인물들이 계속 등장하거든요. 등장인물들의 캐릭은 매우 입체적이라서 스토리에 생동감을 더해줬네요. 작가님 전작의 등장인물들의 후일담도 엿볼 수 있었구요. 모험 여행, 정쟁, 사회 부조리 척결 등 온갖 재미 요소들이 모인 이야기 종합선물세트 같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여주의 성장 내러티브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권리가 제한된 사회에서 공작의 지위를 얻기 위해 소정의 미션을 클리어해야 하는 우리의 여주는 사실 완성형 캐릭터가 아닌데요. 똑똑하다는 평이지만 나이나 처한 환경 탓에 처음엔 우물 안 개구리의 미숙함을 보일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도 완벽하지 않은 여주가 좋았어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점점 발전해나가는 여주 캐릭터의 면모를 그때마다 볼 수 있었거든요. 동시에 남주에 대해 점차 깊어지는 여주의 감정도 차근차근 드러나고 있으니 그야말로 여주 성장 스토리라고 하겠네요.여주 성장 스토리라고 해서 남주가 묻히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못 받았는데요. 츤데레 초딩같은 남주의 심술 ㅡ> 입덕부정기 ㅡ> 자각과 후회 ㅡ> 안달, 초조 과정이 무척 귀여웠어요. 개인적으로 남주가 좀 더 오래 초조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만요.잼있는 것(소꿉친구!!!)에 잼있는 것(미스터리 액션!!!)에 잼있는 것(성장! 발전!)이 더해져 진짜 잼있는 이야기였습니다 >.<
무엇보다 여러가지로 예상을 뒤집는 전개가 흥미로웠는데요. '사과잼의 맛'이라는 제목이나 여주의 일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디저트들 덕분에 마냥 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야기 분위기를 마치 영화 <세븐>처럼 어둡고 음울하게 만드네요. 하지만 우리의 여주와 남주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연애 한 길로 직진이니 주인공 자격이 충분하구요. 둘의 연애가 가라앉은 분위기를 가끔씩 상큼하게 환기시키면서 몰입도를 유지시켜 주기도 하구요.사실 우리 주인공들의 연애를 방해하는 것은 살인사건 따위가(!) 아닙니다. 여주는 평민, 남주는 귀족이라는 신분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지요. 한창 둘이 연애를 시작할 무렵에는 이 신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거든요. 다만 남주와 여주의 생활을 묘사하며 둘의 차이를 넌지시 하지만 확실하게 보여주는데요. 예컨대, 평민인 여주는 전염병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언니와 둘이서 살아갑니다. 당연히 생활을 위해 여주는 베이커리에서, 언니는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지요. 둘이 번다고는 하지만 어린 여자 둘이 버는 액수야 뻔하지요. 그래서 둘의 저녁 식탁은 포근한 자리이지만, 빵과 채소가 주가 되는 단출한 식사는 그들의 계급과 가난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와는 반대로 영주의 아들인 남주의 저녁식탁에는 온갖 화려한 음식이 등장하지요. 티 파티나 무도회 등에서의 귀족들의 텃새보다 이런 생활감 넘치는 묘사들이 더 효과적으로 둘의 신분 차이를 강조하네요. 그래서 남주와 여주의 사이가 무르익을수록 이야기 초반부터 저런 식으로 차근차근 독자에게 주입된 계급차이가 점점 더 둘의 미래에 불안감을 더해주면서 이야기 전개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거에요. 너무나 대단한 필력인 것입니다!!!ㅠㅜㅜㅜ작가님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은 또 있었는데요. 굵직한 사건들을 둘러싸고 캐릭터들이 수없이 등장하는데도 각자의 서사와 캐릭이 확실해서 절대 산만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물론 여주와 남주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도 입체적이고 매력적입니다. 극도로 내성적인 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완전 용감하구요, 오만하지만 상식과 절도를 아는 남주는 사랑 앞에선 그저 정신 놓고 직진할 뿐입니다. 자상하고 책임감 넘치지만 장녀의 직분에 눌려 있는 듯한 여주의 언니, 제멋대로인 귀족 영애이지만 제 옆의 사람을 진심으로 아낄 줄 아는 남주의 여동생 등도 생동감 넘치는 캐릭이었지만,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빌런들 또한 현실감이 넘쳤네요. 그래서인지 분명 로맨스 판타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현실성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흔하지 않은 재미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