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사과잼의 맛 1 사과잼의 맛 1
사계잠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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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여러가지로 예상을 뒤집는 전개가 흥미로웠는데요. '사과잼의 맛'이라는 제목이나 여주의 일터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디저트들 덕분에 마냥 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이야기 분위기를 마치 영화 <세븐>처럼 어둡고 음울하게 만드네요. 하지만 우리의 여주와 남주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연애 한 길로 직진이니 주인공 자격이 충분하구요. 둘의 연애가 가라앉은 분위기를 가끔씩 상큼하게 환기시키면서 몰입도를 유지시켜 주기도 하구요.
사실 우리 주인공들의 연애를 방해하는 것은 살인사건 따위가(!) 아닙니다. 여주는 평민, 남주는 귀족이라는 신분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지요. 한창 둘이 연애를 시작할 무렵에는 이 신분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거든요. 다만 남주와 여주의 생활을 묘사하며 둘의 차이를 넌지시 하지만 확실하게 보여주는데요. 예컨대, 평민인 여주는 전염병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언니와 둘이서 살아갑니다. 당연히 생활을 위해 여주는 베이커리에서, 언니는 서점에서 일을 하고 있지요. 둘이 번다고는 하지만 어린 여자 둘이 버는 액수야 뻔하지요. 그래서 둘의 저녁 식탁은 포근한 자리이지만, 빵과 채소가 주가 되는 단출한 식사는 그들의 계급과 가난을 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와는 반대로 영주의 아들인 남주의 저녁식탁에는 온갖 화려한 음식이 등장하지요. 티 파티나 무도회 등에서의 귀족들의 텃새보다 이런 생활감 넘치는 묘사들이 더 효과적으로 둘의 신분 차이를 강조하네요. 그래서 남주와 여주의 사이가 무르익을수록 이야기 초반부터 저런 식으로 차근차근 독자에게 주입된 계급차이가 점점 더 둘의 미래에 불안감을 더해주면서 이야기 전개에 더욱 집중하게 하는 거에요. 너무나 대단한 필력인 것입니다!!!ㅠㅜㅜㅜ
작가님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은 또 있었는데요. 굵직한 사건들을 둘러싸고 캐릭터들이 수없이 등장하는데도 각자의 서사와 캐릭이 확실해서 절대 산만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물론 여주와 남주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도 입체적이고 매력적입니다. 극도로 내성적인 여주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완전 용감하구요, 오만하지만 상식과 절도를 아는 남주는 사랑 앞에선 그저 정신 놓고 직진할 뿐입니다. 자상하고 책임감 넘치지만 장녀의 직분에 눌려 있는 듯한 여주의 언니, 제멋대로인 귀족 영애이지만 제 옆의 사람을 진심으로 아낄 줄 아는 남주의 여동생 등도 생동감 넘치는 캐릭이었지만,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빌런들 또한 현실감이 넘쳤네요. 그래서인지 분명 로맨스 판타지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현실성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고 있는 것 같아요. 흔하지 않은 재미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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