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 여주의 눈 앞에서 여주의 부모 형제를 다 도륙해버리는 남주와 그 충격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여주라니요ㅠㅜㅠㅜ로샨은 비스티우스 제국의 황태제이자 제국군의 사령관으로서 이복형인 황제의 명에 따라 세다스 왕국을 침략하여 왕녀 예레나를 전리품 삼아 제국으로 끌고 갑니다. 예레나는 황제의 놀이개가 될 예정이었죠. 로샨이 예레나를 직접 목격하기 전까지는요. 네, 무시무시한 집착의 시작입니다. 이제 로샨은 눈 멀어 제 정체를 알지 못하는 예레나 옆에 있기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일 기세네요.<눈 먼 자는 볼 수 없다>라는 제목은 복합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예레나는 말 그대로 앞을 볼 수 없는 맹인이 되었죠. 로샨은 제 감정에 눈 멀어 감히 예레나에게 접근하면서도 원수의 나라에 끌려온 예레나의 심정을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 이복동생에 대한 열등감에 눈 먼 황제는 자신이 저지르는 어리석은 짓거리를 보지 못하죠. 이 이야기에는 주인공들 외에도 이런 식으로 스스로의 맹목에 사로잡혀 어리석은 짓을 벌이는 악하고 가엾은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해서 몰입도를 높이네요.캐릭터들의 갈등 구조가 복잡해서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 같아요. 역시 믿보 틸리빌리님의 필력입니다!!!
잼있어요!!! 신기하게 잼있어요!!! 사실 이 이야기는 회귀, 수인, 계약결혼, 악귀같은 친정, 육아 부둥부둥 등등의 클리셰 범벅이거든요. 하지만 이 흔한 소재들을 흥미진진하게 엮어내는 작가님의 필력이 심상치 않네요. 분명 그저 그런 이야기인 것 같은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니까요.이 작품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여주가 회귀하게 된 나이에요. 회귀 육아물에서는 어른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어린 아이 몸에 깃든 어른의 정신이라는 갭이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위화감 때문에 어색한 경우도 빈번하죠. 이 작품에서는 12세 아이가 7세 아가로 회귀한 까닭에 완전무결 귀염뽀짝합니다. 여주의 생각이나 말투도 어색하지 않고 위화감도 들지 않네요. 남주 또한 완벽하게 귀염뽀짝한 아기라서 귀여움이 2배에요.하지만 주인공들의 행복을 방해하는 배후의 음모가 있는 것 같은데요. 이 아가들이 닥쳐올 곤경을 어떻게 극복할 지 완전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여주 캐릭터가 아주 개성적이고 독특해서 흥미로웠어요. 개인적으로 기존의 수많은 악녀 캐릭터들은 말만 악녀일 뿐 뭔가 밍밍했는데요. 우리의 여주는 제대로 악녀 캐릭터의 매운 맛을 보여주고 있네요. 감정은 결여되어 있고 지능은 높아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는 면모가 마치 소시오패스 같거든요. 그런데 이 소시오패스 여주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제 목숨을 걸고 결국은 이타적인 행위를 하게 되는 그 지점이 완전 맛도리(?)인 거에요.회귀 후 남주를 위해 행동하던 여주는 어쨌든 남주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는데요. 여주의 가문은 원래 남주의 가문과는 원수 같은 관계였기에 남주가 여주를 처음 의식했을 땐 당연히 심히 거슬려했죠. 하지만 남주의 짜증이 관심이 되고 관심이 특별한 감정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 급발진 없이 설득력 넘치게 서술되고 있어서 참 좋았네요. 남주의 캐릭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 스토리가 더 진행되면 해결될 문제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