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좀 거칠게 말하면, 이 작품은 공작 부인이 바람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하지만 불륜에 거부감을 느낄 틈도 주지 않고 여주에게 감정이입시키면서 스토리 전개에 집중하게 하네요.여주의 친정은 여주가 더 이상 쓸모가 없으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잔혹한 가문이구요. 여주를 질시하고 또 여주의 목숨을 위협하기까지 하는 사교계에는 사방이 적이네요. 남편이라는 작자는 여주를 지켜주기는 커녕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아내의 몸과 마음을 철저하게 망가뜨리려는 쓰레기구요.여주의 질식할 듯한 상황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결국 여주가 남편이 아닌 남자를 만나 치유받게 되는 전개에 개연성을 부여하는데요. 몸과 마음이 서서히 죽어가던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주의 캐릭터, 독특하게 악랄한 빌런들, 섭남 남편의 정신병적 집착과 남주의 복잡한 캐릭터 등등이 흥미롭게 어우러져 그 빌드업을 더욱 탄탄하게 하네요. 이에 독자는 당연히 여주의 불륜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네요.개인적으로 남편의 막강한 쓰레기력에 남주의 존재감이 묻히는 점, 군데군데 감정 과잉의 신파가 폭발하는 점, 마무리가 너무 축약된 것처럼 보이는 점 등등이 좀 아쉬웠는데요. 하지만 그 적지 않은 단점들을 흐린 눈으로 지나치게 하는 흡인력이 아주 강력한 작품이었네요.
솔직히 클리셰를 이용하고도 재미없는 이야기들이 종종 있는데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클리셰가 무척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네요. 스토리를 전개하는 필력이 자연스럽고 시원시원하다고 할까요. 퍽퍽 고구마로 목 메이지 않고 계속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네요. 유쾌하고 가벼운 진행이지만 캐릭터나 대화 등이 전혀 유치하지 않아서 신기하기도 했구요. 살짝 둔감한 먼치킨 기사 여주 넘나 좋아요!!!
이전 권에서 이츠오미를 처음 보자마자 유키 부모님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는데요. 아무리 유키같이 귀여운 딸을 둔 부모님이라도 이츠오미를 보면서 ‘아니, 이런 애가 왜 유키를…’ 이라는 부정적인 심정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가 없던 탓이었겠지요. 현실은 장애인에게 너무나 가혹하니까요. 하지만 이번 권에서 이츠오미의 진면목을 알게 된 유키 부모님이 두 사람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해서 정말 좋았네요.사실 이츠오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졸업 후에는 잠시 유키와 떨어져야 하죠. 그리고 이런 사정을 유키 아버지에게 솔직히 털어놓았구요. 그럼에도 유키 아버지가 이츠오미를 계속 믿고 지지하는 걸 보면 잠깐의 헤어짐은 이츠오미와 유키 두 사람이 함께 있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아닌가 라고 이해하게 되네요. 이츠오미의 사정이 뭔지 아직 확실히 알지는 못하겠지만요.어쨌든 이제 드디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시작한 유키와 이츠오미인데요. 그저 달달하네요. 달달할 뿐입니다요…그리고 오우시 화이팅!!!ㅠㅜ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