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모와 조카의 일상을 그렸을 뿐인데요. 신기하게도 이 이야기에서 아주 중대한 삶의 진실을 새삼 깨닫네요. 사람은 원래부터 홀로인 존재이다 라는 진실 말이죠. 이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겠네요.부모와 함께 살았을 때에도 아사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죠. 어느 날 갑자기 함께 살게 된 이모는 아사가 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일텐데요. 하지만 아사는 이모를 이해하려고, 이모와 가까와지려고 애쓰네요. 게다가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적극 어울려 지내려고 노력하구요. 그러면서 동시에 텅 빈 자신을 자각하며 너무나 불안해하고 허무해하네요.인간의 불안과 허무는 본원적인 고독에서 비롯된 것이며 고독은 절대 해소될 수 없는 문제죠. 이 진실을 자연스럽게 대면하려면 사춘기의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텐데요. 하지만 아사의 경우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강제로 너무나 이르게 본연의 고독에 맞닥뜨려야 했지요. 갑자기 들이닥친 불안은 아사에게 크고 깊은 상흔을 남겼을 것이구요. 이 상흔의 반동으로 아사는 애써 더 밝고 쾌활하게 생활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모나 친구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것이네요. 안쓰러울 정도로요.... 그렇지만 작가는 결코 아사의 구원을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사의 이모를 통해 고독과 불안은 절대 나 홀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역설하고 있네요. 어느 날 내가 홀로 떨어져버리게 되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든, 그 사막을 빠져나오든 아니면 그 사막에서 말라죽든 철저히 나 혼자만의 선택이라는 잔혹한 진실을 말이죠. 이제 아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궁금하네요.그러고 보면 작가가 그려내는 버석버석한 사막의 풍경이 이 작품의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것 같아요. 거친 듯 여백이 풍부한 작화도 고독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구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흔치 않은 작품이네요.
육아물 클리셰를 어둡게 반전시킨 듯한 분위기가 독특하네요. 개인적으로 학대 받은 어린 여주를 햇빛과 과자의 어화둥둥 애정으로 치유해주는 육아물이 익숙했는데요. 이 이야기는 오히려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무정한 가족들에게 여주가 인간의 마음과 애정을 알려주네요. 게다가 가족 캐릭터들 각자의 성향과 서사에 따라 여주에 대한 애정의 양상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점이 흥미로웠네요.남주는 모종의(!) 이유로 영혼이 완전히 죽어버린 어두운 캐릭터인데요. 여주가 남주에게 불어넣는 작은 숨결이 거대한 태풍이 되어 어마어마한 집착으로 돌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소시오패스 집안에 환생한 여주는 당연히 그저 해맑지만은 않습니다. 자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세계의 멸망까지 예정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능력을 연마하는 능동적인 캐릭이네요. 아빠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두 오빠들을 조련하며 남주를 달래주는 틈틈이 세계의 시스템이 주문하는 임무를 완수하며 악당들까지 퇴치해야 하는 우리 여주의 앞으로의 활약이 너무나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