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매력이 있는 이야기네요. 회빙환 등의 판타지적 클리셰도, 복잡한 정쟁도 없이 그저 신분과 재력의 차이가 있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일 뿐인데도 푹 빠져들게 하니까요.다이나믹한 사건사고 없이 잔잔함에도 불구하고 깊이 몰입하게 하는 이야기에는 대체로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죠. 이 이야기도 예외가 아닙니다.남주는 어릴 적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후 감정을 잃고 비틀린 까닭에 항상 타인과 차갑게 거리를 뒀었지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여주가 제 마음에 훅 들어온 순간부터 남주는 갈팡질팡 하기 시작하는데요. 남주가 아무리 여주를 무례하게 대해도 그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맥락이죠.여주는 아주 올곧은 성정을 가졌는데요. 동시에 가족의 안위를 위해 남주와의 계약 연애라는 거래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융통성도 있지요. 하지만 고지식한 성정 때문에 여주는 남주와의 거래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감정을 배제하고 선을 그으려고 애쓰는데요.그런 여주에게 남주는 안달하고 여주의 관심을 끌려고 난폭해지고 그런 남주에게 여주는 진저리치며 조금씩 끌리고… 주인공들의 복합적인 캐릭터 덕분에 차분하게 흐르는 그들의 감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네요. 이는 작가님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의미겠지요.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풍부한 배경지식과 사회적 문제를 바탕으로 실감나게 그려진 폐쇄 병동의 모습이었어요. 병동의 음험하고 위태로운 분위기가 미스터리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여주의 활약에 긴박감을 더해주었구요. 이야기의 주 무대가 정신병원인 까닭에 등장 인물들도 하나같이 다 너무나 특이하고 흥미로웠네요. 물론 남주(후보)들도 다 매력적이었죠!!! 한 마디로 진짜 정말 재미있었습니다!!!솔직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같은 결말도 좋았습니다. 특히 처음에 서술된 심리학자의 실험의 결말과 연관시켜 보면 헐리웃 영화 같은 낙관적인 라스트에 소름이 돋네요. 마지막까지도 사실 누가 진짜 누구인지 전혀 애매한 상황이잖아요!!! 게다가 프롤로그나 박수무당의 예언이 그저 맥거핀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면… 헐… 완전 절묘한 마무리예요. 이중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런 여지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