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매력이 있는 이야기네요. 회빙환 등의 판타지적 클리셰도, 복잡한 정쟁도 없이 그저 신분과 재력의 차이가 있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일 뿐인데도 푹 빠져들게 하니까요.다이나믹한 사건사고 없이 잔잔함에도 불구하고 깊이 몰입하게 하는 이야기에는 대체로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죠. 이 이야기도 예외가 아닙니다.남주는 어릴 적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후 감정을 잃고 비틀린 까닭에 항상 타인과 차갑게 거리를 뒀었지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여주가 제 마음에 훅 들어온 순간부터 남주는 갈팡질팡 하기 시작하는데요. 남주가 아무리 여주를 무례하게 대해도 그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맥락이죠.여주는 아주 올곧은 성정을 가졌는데요. 동시에 가족의 안위를 위해 남주와의 계약 연애라는 거래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융통성도 있지요. 하지만 고지식한 성정 때문에 여주는 남주와의 거래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감정을 배제하고 선을 그으려고 애쓰는데요.그런 여주에게 남주는 안달하고 여주의 관심을 끌려고 난폭해지고 그런 남주에게 여주는 진저리치며 조금씩 끌리고… 주인공들의 복합적인 캐릭터 덕분에 차분하게 흐르는 그들의 감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네요. 이는 작가님의 필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의미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