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가 메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분위기는 경쾌하기까지 하네요. 평생 세상 모든 여자들의 얼굴이 동물로 보인다는 저주는 제 3자에게는 재미있지만 저주 당사자에게는 분명 끔찍한 일일텐데요. 하지만 남주는 저주의 괴로움에 굴복하거나 피폐해지지 않고 저주를 푼다는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라도 찾고자 노력하는 긍정적인 캐릭터네요. 그렇기에 그의 유일한 돌파구인 여주에게 집착은 하면서도 시종일관 젠틀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 같네요.남주와 마찬가지로 여주도 매력적인 캐릭터네요. 백작가의 사생아로서 줄곧 학대와 방임을 받아왔지만 여주 또한 제 불행에 매몰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왔죠. 순하고 유하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 매력적인 캐릭터네요.이야기는 남주와 여주의 저주와 불행을 강조하는 대신 그들의 캐릭터에 걸맞게 그들이 어떻게 눈 앞의 문제와 장애를 해결해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축축 처지지 않고 시원스럽네요.매력적인 캐릭터와 경쾌한 줄거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건 자연스러운 문장과 군더더기 없는 서술이네요. 완전 술술 읽혀서 어느 새 1권 뚝딱이에요.필력 훌륭한 작품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네요.
작가님 본업은 호러인데 워너비는 개그인가요… 섬뜩한 분위기에 간간이 뛰쳐나오는 개그 연출, 특히 특별편에서 작가님의 또다른 능력을 엿봤네요ㅋㅋㅋ저번 권부터 예상한 바대로 요시키와 히카루의 세상이 점점 확장되고 있네요. 초반 두 아이, 아니 한 아이와 한 인외존재가 서로만 바라보면서 만들어낸 억눌리고 답답한 분위기에 좀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데요.하지만 이건 좁은 감옥에서 약간 더 넓은 감옥으로 옮긴 듯한 느낌입니다. 한 아이와 한 인외존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비밀은 그 둘이 감당해내기에는 너무나 잔혹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네요. 그리고 인외존재 보다 인간이 더 잔인하고 무감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