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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유기견 보호구역 2 (완결) ㅣ 유기견 보호구역 2
박소연 / 루체 / 2023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주 승현과 남주 도하의 서로에 대한 감정은 깊어졌지만 상대방에게 마음을 여는 건 또 다른 문제죠. 더욱이 도하나 승현이처럼 어린 나이부터 가족이란 자들의 지속적인 학대에 상처입은 아이들에게 있어 나 자신을 온전히 상대방에게 보여야 하는 관계란 너무나 두렵고 어려운 일이구요. 도하는 반짐승인 개수인이라 자가 치유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지 아니면 도하 자체의 본성이 강하고 따뜻해서 그런지 어쨌든 승현에게 선뜻 다가갔지만 승현은 도하를 거부하고 말았죠.
승현의 도피가 고구마처럼 보일 수는 있겠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감정 불구가 되어버린 승현이 너무 안쓰러웠네요. 그리고 승현의 주변 어른들에게 너무나 화가 났네요. 사랑을 제대로 주는 방법도 모르면서, 제가 낳은 아이를 제 감정 쓰레기통으로 이용할줄 밖에 모르면서, 궁극적으로는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알지 못하면서 감히 아이를 낳고 부모 대접을 받으려는 어리석은 부류들한테요. 승현의 부모와 친척은 잔인한 말과 파렴치한 행위로 승현의 자존감을 근본부터 파괴시켰죠. 그렇기에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을 믿지 못하는 승현이 도하를 쉽게 받아들였다면 오히려 캐붕이 되었을 것 같아요.
도하와 승현의 깊은 상처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네요.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인 것 같다구요.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한텐 부모 자격 국가 고시를 치르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구요.
그리고 값싼 동정은 함부로 주고 받을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죠. 값싼 동정은 주는 것도 쉽고 다시 거두는 것도 쉽죠. 하지만 그 알량한 동정을 받았다가 빼앗긴 상대방은 그만큼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되죠. 이런 까닭에 승현이가 도하에게 값싼 동정 같은 것을 내밀지 않아서 너무나 좋았네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아는, 예민하고 섬세해서 깊은 상흔을 갖게 된 승현의 캐릭과 행보가 고구마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참 매력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