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판타지 세계관이 현실적인 일상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현대 사회에 수인이 존재하며 인간들에게 차별받는다는 설정이거든요. 수인 관리 기관이 존재하며 수인 관련 시위도 하루가 멀다 하게 일어나구요. 특히 개수인인 우리의 남주 도하에게는 수인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부조리가 몰빵한 것 같아요. 도하는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가해진 아버지의 폭행에 대항, 가출한 뒤 불법 투전판에서는 목숨을 걸고 다른 수인들과 싸워야 했고, 소년원을 거쳐 머문 후견 가정들에서는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죠. 차라리 교도소가 편하다는 도하의 마음은 곪은 상처 투성이였네요. 여주 승현 또한 부유한 가정 출신의 일류 대학을 나온 대기업의 재원이라는 이력으로 포장되었지만 속마음은 도하 못지 않은 상처 투성이네요. 승현이도 도하처럼 부모 모두에게서 지속적으로 받은 학대, 그것도 지능적이고 악질적인 자존감 학대 때문에 만신창이 상태였거든요.이렇게 같은 듯 다른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이 반강제로(?) 만나 서서히 서로의 마음을 치유해주면서 스스로를 치유해나가는데요. 초반엔 마치 경계심 많은 댕댕이와 냥이처럼 서로에게 으르릉 하악 거리다가 조금씩 부비부비의 정도를 높여가는 요망한 과정이 너무 잼있었어요. 그만큼 두 사람의 심리 묘사는 치밀했고 감정은 섬세하게 표현되었거든요. 특히 개인적으로 감탄했던 것은 풍광이 눈 앞에 보여지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졌던 점이에요. 특히 승현과 도하가 공원 호수에서 마카롱과 함께 했던 가을 밤의 전경과 감정이 너무 좋았네요. 분위기 조율도 단짠단짠의 조화가 기가 막히구요. 그래서 한없이 무거워서 지루하거나 마냥 가벼워서 경박하지 않습니다.그런데 치명적인 상처를 그 누구도 아닌 부모에게서 받은 아이들에게 있어 타인과의 진실한 관계는 사실 너무나 힘든 일이죠. 이제 이 힘든 일이 급기야 아이들에게 벌어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