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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딱히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천명관의 이야기...
길거리에서 우연히 이야기꾼의 재담에 끌려 자리잡고 앉아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게 넋을 놓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일본 여행 중 노곤노곤해 진 육체를 침대에 누이고 손은 저절로 책으로 향했다. ^^
내가 아이들과 수업시간에 다루는 소설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고, 하나 하나 소재의 의미를 따져보거나 소설의 플롯이나 복선을 찾아내려 애쓰지 않았다.
그런 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이므로...
거대한 이야기의 고래를, 신화 속의 인물들을 만나고 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전 세기의 사람들,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 또 계속 살아갈 사람들과의 조우...
가슴에 쿡 박힌 부분이 있었다면...
'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만이 세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그들은 한 줄 또는 두 줄로 세상을 정의하고자 한다.'
소설의 이야기축과는 큰 상관이 없는 이 부분이 나에게는 쿡 와 닿았다.
얼마나 많은 인생들이 있고 얼마나 다른 인생들이 있는데 나는 너무 쉽게 세상을 정의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춘희가, 금복이, 걱정이가, 칼자국이, 노파가, 그리고 또 내가 살아가고 있다.